이동흡, 개인 일에 직원 부리고 외유성 출장 6년간 아홉차례

장은교 기자 2013. 1. 1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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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증여세 탈루 의혹 등 연일 논란거리 터져나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2·사진)의 자질과 도덕성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또 하나 터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06년 헌법재판관에 임명될 때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것을 놓고 헌재 내부에서는 "지난번 재판관 청문회는 5명이 한꺼번에 바뀌는 통에 '부실 청문회'였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오는 21~22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매일 불거지는 도덕성 논란

가장 치명적인 논란은 '삼성 협찬 요구 지시' 의혹(경향신문 1월14일자 1면 보도)이다. 이 후보자는 수원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말 몇몇 판사들에게 삼성으로부터 법원 송년회를 위한 기념품을 협찬받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15일 헌재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삼성 협찬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라고 전했다.

수원지방법원장 재직 시절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당시 수원시장(한나라당 소속)을 비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일보는 "이 후보자가 2006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된 김용서 수원시장에게 법원조정위원 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했다. 당시 다른 법관들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 후보자는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해외출장도 다른 헌법재판관들과 비교해 유독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한 6년 동안 총 9차례 해외출장을 나갔다. 다른 재판관의 3배 수준이다.

장애가 있는 연구관을 상대로 한 이 후보자의 처신도 구설에 올랐다. 헌재는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연구관을 배려해 1층에 연구실을 배정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하루에도 5~6번씩 이 연구관을 3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관을 부른 이유는 보고서의 몇몇 표현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목발을 짚고 수차례 방으로 불려가는 이 연구관의 모습을 보고 헌재 내에서도 논란이 됐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연구관은 헌재를 퇴직했다.

이 후보자는 현재 살고 있는 분당 정자동의 아파트에 1995년 6월 전입신고를 했으나 실제로는 1997년 6월에야 이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분양 당시 당첨자와 최초 입주자가 동일인이어야 한다'는 실거주 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계약취소 사유에 해당된다.

장남의 증여세 탈루 의혹도 불거졌다.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15일 자료를 내고 "소득이 없는 이 후보자의 장남이 2012년 3월 재산신고에서 4100만원을 신고하고도 자진납세를 하지 않은 것은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탈루액이 약 4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 "헌재의 위상에 문제 생길 것"

이 후보자는 헌재 25년 역사상 합헌 결정을 가장 많이 내린 재판관이다. 합헌 결정을 내리는 것을 반드시 부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시대와 사회변화에 따라 법률의 가치와 적절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재평가해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존재 이유를 생각할 때 이 후보자의 결정이 지나치게 합헌 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게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논란이 된 위헌제청심판에서 이 후보자는 거의 대부분 기득권에 순응적이거나 체제옹호적인 결정을 해왔다. 표현의 자유 논란을 일으켰던 미네르바 사건의 전기통신기본법 합헌 결정, 온라인상의 선거운동 금지 조항 합헌 결정, 친일재산환수법 위헌 결정 등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7년 자신의 대학동창인 모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행위 금지에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헌재 내부에서도 이 후보자의 헌재소장 지명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헌재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후보자가 소장이 되면 헌재의 위상에도 문제가 생긴다. 헌재가 무슨 결정을 내렸을 때 색안경을 쓰고 보지 않겠느냐"며 "이건 '보수 인사'가 아니라 'TK 밀어붙이기 인사' "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헌재 연구관들이 가장 기피하는 재판관 1순위였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과연 주변의 평을 듣고 인선을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한 법관은 "일 욕심이 많고 추진력이 강한 점은 높이 사지만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후배 법관들이나 법원 직원들을 모두 '부하' 다루듯이 해서 평판이 좋지 않았다"며 "이번에 보니 부끄러울 정도로 사적인 문제점까지 드러나 헌재소장이 되면 조화롭게 조직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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