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멋쟁이'를 둘러싼 대중과 음악인의 갈등

2013. 1. 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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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박명수의 작곡 프로젝트로 탄생한 노래 '강북멋쟁이'가 공개되자마자 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0일째 음원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1년 만에 컴백한 소녀시대, 발라드의 여왕 백지영 등 쟁쟁한 가수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가요 관계자들 조차 어리둥절한 상태다.

'강북멋쟁이'의 인기가 지속되자 이와 관련한 비판적인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10년씩 작곡을 해도 히트곡 하나를 내기 힘든 현실에 3개월을 연습하고 한 달 만에 쓴 노래들이 차트 1위에 오르는 것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작곡가들의 이야기와, 공들여 앨범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촬영해도 '무한도전' 방송 한 번에 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에 대한 제작자들의 하소연이다. MBC가 방송이라는 매체의 강점을 이용해 음원장사를 하고 있음도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 '무한도전'을 통해 공개된 음원들은 줄곧 차트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는 선례가 있는 까닭에 사실 '강북멋쟁이'의 인기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박명수의 어떤가요' 뿐 아니라 '나름 가수다'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 '강변북로 가요제' 등 '무한도전'에서 제작했던 음원들은 어김없이 차트에서 맹위를 떨쳤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무한도전'은 7년을 이어오며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막강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고 이들은 어김없이 '무한도전' 관련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다수의 선호는 그 자체로 이의를 제기할 도리가 없다. '강북멋쟁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질투나 시기정도로 치부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지 못한 뮤지션들의 책임'이라 말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이번 '박명수의 어떤가요'가 눈총을 받는 이유는 기실 곡의 퀄리티 때문이다. 박명수의 작곡가 도전 스토리는 그 자체로 재미와 감동을 주기 충분했지만 실제 음원의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 실제로 '무한도전'이 아니었다면 현 가요 시장에서 이 정도 수준의 노래가 발표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공개됐던 '무한도전'의 음원들은 곡 자체의 퀄리티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서해고속도로 듀엣 가요제'에는 정재형, 이적 등 걸출한 싱어송라이터들의 참여로 내용면에서도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재형이 만들고 정형돈이 함께 부른 '순정마초' 같은 곡에 대해서는 탱고라는 장르가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가는 것 자체로만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는 동료 뮤지션들의 이야기 까지 들을 수 있었다. '무한도전' 음악이 퀄리티를 떠나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 대중음악을 한층 풍성하게 한 것 까지도 인정하지만 '강북멋쟁이'는 '무한도전'을 통해 전파를 탔다는 것 외에는 어떤 의미도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대중과 음악인 또는 음악 관계자들의 이 같은 갈등은 전적으로 우리 대중 음악계의 평론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인기가 아니라 작품 자체의 퀄리티를 평가하는 권위 있는 평론 매체도 평론가도 찾기 어렵다는 것이 '강북멋쟁이'에 느끼는 박탈감의 보다 본질적인 원인이다. 실제로 영화의 경우 대중음악과 비교해 평론의 영역이 활발해 관객수가 곧 작품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인지한다. 실례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는 전국 60만을 채우지 못하고 극장에서 내렸지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을 통해 김기덕 감독 개인의 명예었을 뿐 아니라 전 국민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강북멋쟁이'가 차트에서 1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공들여 만든 노래가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음악을 평가하는 기준이 차트 순위 외에 무엇이 있는가,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되물을 때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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