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동흡, 판사들에 "삼성 협찬 받아와" 지시

이범준 기자 2013. 1. 1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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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위장전입도 드러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62·사진)가 법원장 재직 시절 판사들에게 '대기업에서 물품 협찬을 받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사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 후보자의 지시는 해당 기업에 전달되지 않았다.

13일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후보자는 2005년 말쯤 수원지법원장 재직 당시 대규모 송년회를 준비시켰다. 준비팀에는 부장판사와 단독판사, 배석판사, 일반직원까지 10여명이 있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이들에게 "경품추첨 행사를 해야겠으니 '삼성'에서 물품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이에 판사와 직원들이 "삼성은 관내 기업이고 걸려 있는 민형사 사건도 많으니 협찬을 받아서는 절대 안된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재차 지시했다. 이에 준비팀이 "법원장님 옷 벗을 수도 있다. 절대로 못한다"고 강력하게 반대했다. 결국 이 후보자는 협찬을 포기했고, 법원 예산으로 물건을 구입해 경품으로 나눠줬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초 요구하려던 규모는 수백만원대였는데, 자체 예산으로 하면서 규모를 줄였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기업을 상대로 이런 식의 노골적인 협찬 요구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수원지법 관계자는 "기업으로부터 공짜 경품을 받는 것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그런 것을 받아도 된다는 생각에 깜짝 놀랐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공직자로서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위장 전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1995년 6월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로 주민등록지를 옮겼다가 4개월 만인 그해 10월에 다시 송파구로 이전했다. 이 후보자는 1997년 6월에 가족 모두가 실제로 분당으로 이사했다. 이 후보자는 "아파트 등기를 위해 주소지만 옮겼다"고 해명했다.

<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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