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에 꾸득꾸득 맛이 익고 멋이 깊어진다

2013. 1. 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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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구룡포

찬바람이 불수록 사랑받는 여행지가 있다. 매운 해풍이 코끝을 알알하게 얼려도 마냥 즐겁게 찾아가는 여행지다. 경북 포항의 구룡포가 그 곳. '구룡포'라는 지명에서 아하, 한다면 십중팔구 과메기를 떠올렸을 게다. 이 맘 때만큼 과메기가 상종가를 치는 때도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겨울철 별미 여행지로 그 곳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지만 비단 과메기뿐만 아니다. 이제 곧 새해가 되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해맞이를 하는, 일출명소 호미곶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 구룡포이다.

구룡포읍에 자리한 구룡포항으로 가면 펄떡펄떡 살아 뛰는 삶의 현장을 만날 수 있다. 동해 남부 어선의 집결지답게 크고 작은 고기잡이배가 빽빽한 항구는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잠들지 않는다. 출항하는 배, 회항하는 배, 그 때마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소요는 구룡포항의 멈추지 않는 맥박이다. 한 때 오징어집산지로 이름 높았던 구룡포항의 명성은 옛말이 된 듯, 집어등을 매단 오징어잡이배는 간간이 눈에 띌 뿐이다.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게 이제는 과메기다. 국내에서 연간 소비되는 과메기는 약 700억 원어치로, 이들 과메기 대부분이 생산되는 곳이 바로 구룡포다. 호미곶에서 구룡포항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리면 과메기 덕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이 많은 과메기가 모두 구룡포 앞바다에서 잡힌 꽁치들은 아니다. 대부분 북태평양에서 잡아 급랭시킨 원양산으로, 부산 감천항을 거쳐 이 곳까지 배송돼 왔다.

그렇다고 뭐 속았다, 생각할 필요는 없다. 국내산 꽁치는 잘고 살이 실하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고 맛도 별로라고 한다. 몸집이 크고 기름기(지방질)가 많은 북태평양산 꽁치로 만든 과메기가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다고 하니 무조건 국내산만 따질 일도 아니다.

과메기는 원래 청어로 만들었으나 청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 기온이 상승해 살집이 도톰한 청어는 건조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꽁치로 대체됐다고 한다. 물론 맛으로만 따지면 청어가 월등히 낫지만, 청어는 건조에 20일이 걸리는 반면 꽁치는 10일이면 족하다. 꽁치를 반으로 가르면 4∼5일이면 건조가 끝난다고 한다.

과메기에게 구룡포를 대표하는 명성을 내어주긴 했지만 그래도 동해 남부 해안을 따라 달리다보면 겨울 해풍에 몸을 말리는 오징어덕장 풍경도 여전히 볼 수 있다. 더러는 해안가에 빨래처럼 내걸린 오징어들이 일몰 속에 저물어가는 풍경이 발길을 잡기도 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피데기(반건조 오징어)도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구룡포항의 별미다.

우리나라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는 곳으로 알려진 호미곶으로 가면 볼거리는 더욱 다양해진다. 1903년 준공한 대보등대며 등대박물관에 얽힌 이야기가 기다린다. 일제가 만든 대보등대는 착공 당시 지금의 위치가 아닌 고금산 산등성이 어디쯤이었다. 이는 일본인들이 조선의 국운이 일지 못하도록 혈을 찌르기 위해 쇠막대를 박은 곳이었다. 이에 우리 백성들이 "범 꼬리에 불을 켜면 범이 놀라 꼬리를 쳐서 큰 천재지변이 난다"고 반대해 지금의 자리에 등대를 세웠다고 한다.

새 천년을 축하하며 조성한 호미곶 해맞이공원은 연말연시면 축제분위기로 떠들썩하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는 해맞이 명소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수십만 명의 인파가 찾는 이 곳에선 거대한 손 조각물이 명물이다. 청동으로 만든 손 조각물은 바다와 육지에 각각 설치돼 마주보고 있는 형상이다. 상생과 화합을 상징하는 조각물인 '상생의 손'은 이제 구룡포를 대표하는 명소로, 또 사진작가나 관심있는 이들이 새해 일출사진을 찍고 싶은 명소로 꼽히기도 한다.

매운 해풍에 두 볼이 빨갛게 언 연인이 그래도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상생의 손'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들 청춘의 한 페이지엔 칼날같은 저 겨울바람도 더없이 낭만적인 겨울바다의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리라.

*맛집우리나라 5대 재래시장 중 한 곳인 죽도시장으로 가면 포항의 별미가 모여 있다. 전국적으로 소문난 포항물회를 비롯해 부위별로 12가지 맛을 낸다는 고래고기며 피데기, 과메기 등이 기다린다. 고래고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죽도시장 내 '할매고래집'(054―241-6283), '왕고래고기'(054-247-2552) 등을 가면 된다. 죽도동의 과메기특구에는 김순화식당(054-283-9666), 유림식당(054-276-4574) 등 과메기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찾아가는 방법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7번 국도를 타고 경주·포항 방면으로 향한다. 포항시내에서 형산강 다리를 건너 포항공항을 지나는 31번 국도를 따라 약 20분 가면 구룡포 진입로가 나온다. 약전 3거리에서 925번 지방도를 쭉 달려가면 호미곶에 이른다. 또는 경주 IC에서 4번 국도를 이용해 경주·감포 방면으로 달린다. 양북 - 감포(31번 국도, 포항 방면) - 병포 3거리(925번 지방도, 구룡포 방면) - 호미곶에 닿는다.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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