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때문에.. 일손 못놓는 한국 노인들

이대혁기자 2013. 1.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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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9세 고용률 OECD 2배.. 日보다 5%p높아

서울 대형마트에서 주차요원으로 근무 중인 유모(67)씨. 번듯한 무역업체 사장이었던 시절도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는 외환위기로 부도가 난 뒤 재기를 모색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치킨집과 고깃집도 열어봤지만 그 때마다 빚만 지고 폐업해야 했다. 그는 "가진 돈이 한 푼도 없는데 무슨 일이라도 해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씨처럼 어쩔 수 없이 일손을 놓지 못하는 노인의 비중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65∼69세 인구의 고용률은 41.0%로 비교 대상 OECD 32개국 평균(18.5%)의 2.2배에 달했다. 이는 아이슬란드(4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초고령화에 들어섰다는 일본(36.1%)보다 5%포인트 가까이 높다.

은퇴 연령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의 '실제 은퇴 연령'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남성 71.4세, 여성 69.9세에 달한다. 멕시코(남성 71.5세, 여성 70.1세) 다음으로 높으며, 일본(남 69.3세, 여 66.7세)보다 더 늦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27개국 중 고령자의 실질 은퇴 시점(남성 기준)이 40년 전보다 더 늦춰진 나라는 우리나라(65.5세→71.4세)밖에 없다.

노인들이 노동에 내몰리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실한 복지제도를 꼽는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008년부터 국민연금 수급자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노인들이 받지 못하며 기초노령연금은 1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며 "부모를 봉양하고 자녀를 교육하는데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노인들이 일자리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청년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자녀가 부모를 모신다'는 전통적인 부양 문화가 와해된 것도 노인들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5~29세 젊은층의 취업자는 해마다 감소하는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2010년 4만7,000명에서 작년 22만2,000명 증가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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