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연료 LPG, 국제가격은 내렸는데 국내는 요지부동

진상훈 기자 2013. 1. 13. 16: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 달에 나가는 가스값만 35만원에서 40만원 정도 됩니다. 가뜩이나 불 땔 일도 많은데 가스값 부담이 너무 커 저희 같은 영세상인들은 너무 힘이 드네요."

서울 강서구 화곡동 남부시장에서 떡볶이, 순대 등을 파는 분식집을 운영하는 조모씨(35)는 지난해 LPG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해가 바뀌어도 오름세가 계속돼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초에는 한 달에 쓰는 가스값이 25만~3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약 35만~40만원 어치를 쓰고 있다"며 "LPG(액화석유가스) 값이 가게 임대료와 맞먹을 정도라 나같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많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정유사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이른바 '서민연료'로 불리는 프로판과 부탄 등 LPG 가격은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유통되는 가스 가격도 최근 점차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공급되는 LPG 가격은 별다른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 휘발유 가격은 내렸는데 LPG 값은 고공행진

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1월 첫째주 자동차용 부탄가스 가격은 리터당 1099.26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3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첫째 주에 비해 2.6% 오른 가격이다. 일반 프로판과 일반부탄 가격은 같은 기간 각각 0.3%, 0.2% 올랐다.

반면 국내 공급되는 석유제품 가격은 뚜렷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첫째 주 일반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29.53원을 기록, 3개월 전에 비해 4.3% 떨어졌다. 최근 16주째 계속된 하락세다. 자동차용 경유가격도 1754.82원으로 같은 기간 4.2% 하락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유가가 지난해 말까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04.24달러까지 떨어져 3개월 전에 비해 7% 이상 하락했다.

문제는 국제 LPG 가격으로 통용되는 사우디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가스가격 역시 약세를 기록 중이라는 점이다. 아람코는 지난 7일 이달 프로판 가격을 톤당 955달러로 결정했다. 이는 최근 두 달 연속 하락한 수치로, 톤당 1025달러였던 지난해 10월보다 약 7% 떨어진 것이다. 부탄 가격도 톤당 955달러로 결정돼 최근 두 달 연속 하락했다.

◆ 가스업계 "작년 오를 때 가격반영 못 시켜…아직도 인상요인 많아"

국내 가스업계는 그러나 국제 LPG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스 공급가격을 인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창 수입가격이 오를 때 가격을 제 때 인상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수입가를 내려도 공급가를 낮추기는 힘들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국내 가스판매사의 한 관계자는 "작년 아람코가 결정하는 프로판·부탄가스 가격이 오를 당시엔 물가 인상을 우려한 지식경제부의 권고로 인상 분을 공급가격에 모두 전가시키지 못했다"며 "오히려 국내 공급가격은 여전히 인상요인이 더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국내 LPG 가격은 아람코의 유통가격이 톤당 900달러 초반을 기록할 때의 수준에 맞춰져 있다"며 "다음달 아람코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지 않는 이상, 국내 가격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 "서민연료 특성 고려해야…경쟁촉진으로 가격 낮춰야"

가스업계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가스판매사들은 국제 가스가격의 변동에 관계없이 항상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며, 국내 가스 공급시장에 신규 사업자들의 진출을 더욱 활성화시켜 가격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가스 공급시장은 SK가스(018670)와 E1(017940)이 대부분의 공급물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신규 진입자인 삼성토탈이 전체 물량의 약 5%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LPG 업체들은 지난해 가격인상요인을 판매가에 반영시키지 못했다고 했으나, 이들 회사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3분기 SK가스의 영업이익은 118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8.7% 늘었고, E1의 영업이익은 1125억원으로 전년대비 26.2%나 증가했다.

LPG가 주로 서민들이 쓰는 연료라는 점을 감안해 정부가 LPG 가격 인하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올겨울 한파로 서민 가정의 난방용 가스 수요가 늘고 있지만, 높은 LPG 가격이 부담이 되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전력수급과 전기요금을 안정에 나서는 것처럼, 가스가격 안정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osun.com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