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출연금지', 김여진과 은지원의 차이는 없다

2013. 1. 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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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김여진의 행패로 인해, 공영방송에서 친노종북 성향 연예인 섭외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연예프로는 수시로 시청률 따라 존폐와 패널 교체가 이루어지는데, 친노종북 연예인 섭외했다, 교체하면, 무조건 정치적 탄압이라 몰아붙일 거기 때문이죠."

배우 김여진의 방송출연 취소 논란에 대한 변희재씨의 트위터 글이다. '행패'가 이리 빨리 시작될 줄은 몰랐다. 18대 대선 투표일로부터 3주도 채 지나지 않은, '대선 멘붕'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 불거진 논란에 보수 논객이 죽비를 휘두르는 형국이다. '완장질'만큼이나 질 낮은 블랙코미디다.

논란은 지난 3일 이후 배우 김여진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캠프에 연관"이 있어 방송사 윗선에서 출연을 금지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일선 작가와 PD의 '밥줄'을 위해 방송사와 특정 방송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그리고 변씨와 같은 인사들이 '완장질'을 하고 나섰다.

배우 김여진( < 오마이뉴스 > 자료사진)

ⓒ 유성호

대통령 당선인의 조카 '은지원'도 계속 보고 싶다

"여론조사 해보세요. 김여진을 배우로서 제대로 알고 있는 시청자 몇 명이나 되는지. 거의 무명배우 수준에서, 갑자기 한진 파업 뛰어들면서, 친노포털과 친노방송이 찬양하며, 이 자리에 올라온 거예요. 이게 반칙인 겁니다."

"은지원은 이미 젝스키스 당시 최고 아이들로 뜨고, 나중에야 박근혜 5촌 관계로 알려진 데 반해, 김여진은 '처녀들의 저녁식사' 이후, 뭐하는지도 모르다, 한진중 파업에서 설치면서, '저런 배우가 있었나'고 알려진 거죠."

각종 막말 퍼레이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윤창중 '박근혜 인수위' 대변인과 비교해도 오십보백보다. 정확한 팩트 위에서 펼쳐져야 할 논의는 간 데 없고, 감정과 진영 논리에 입각한 비판만이 횡행한다. 그리고 이러한 트위터 글이 '논란' '돌직구' '견해'와 같은 수사와 함께 기사화 되면서 정당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 마냥 비쳐진다.

과연 대선이 끝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까. '표현의 자유'를 넘어 한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연예인이란 이유로 밥줄을 끊는 것이 정당하다는 주장의 논리가 도대체 어디서 성립할 수 있는 것일까.

그 누구도, < 1박2일 > 로 사랑을 받은 가수이자 방송인 은지원이 대통령의 조카란 단지 그 이유로 방송 출연에 제약을 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을 지지한 인사들이 권력의 부스러기를 얻고선, 전문성과는 동떨어진 공직에 나가거나 방송국 주요 프로그램을 장악하는 것 역시 볼썽사납긴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2013년의 시대정신에 맞지 않은 후진 사회의 반영이 될 뿐이다. 김여진의 표현대로, 밥줄을 끊어 놓는 것만큼이나 "구질구질"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당선인의 유세 당시 지원을 나왔던 가수 은지원( < 오마이뉴스 > 자료사진)

ⓒ 유성호

'출연금지'의 망령, MB 정부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더욱이 문제적인 것은 이러한 '출연금지'의 망령이 지속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단 점이다. 우리는 지난 정부에 방송사 '블랙리스트'를 비롯한 숱한 피해자들을 확인해야만 했다. 헌데 방송사가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 된 뒤 3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알아서 기고'있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현실은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공화당을, 민주당을 지지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배우 맷 데이먼과 조지 클루니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에 '출연금지'를 당한다면, 그야말로 해외 토픽감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토픽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발언을 삼가거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시대에 여전히 살고 있다.

부디, 이번 정부에서 '출연금지'나 '블랙리스트'와 같은 논란들이 자취를 감춰야 한다. 그래야만 '과거로의 회귀'를 근심하는 많은 이들의 의혹을 대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그러한 논란은 지난 정부의 그것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출연금지'에 대해 정당성을 운운하는 이들에게는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의 일침이 약이다.

"'야권 후보 지지 연예인 방송 출연 금지는 정당하다'는 말에 동조하는 자들이 꽤 많네요. 나치의 게슈타포, 스탈린의 비밀경찰, 일제의 조선인 밀정이 다 그런 자들이었습니다. 이런 자들이, 민주주의와 인류 양심의 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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