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아파트 주민들이 시골에서 집회 연 까닭은

2013. 1. 1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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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롯데캐슬 입주민들 할인 분양 반발..신격호 회장 고향서 집회

울산 롯데캐슬 입주민들 할인 분양 반발…신격호 회장 고향서 집회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를 통과하는 대암둔기로(路). 왕복 2차로인 이 차도는 야산을 넘어 국도 24호선과 삼동면 일원을 잇는 전형적인 시골도로다.

지난 12일 오전 10시가 되자 도로변 한편에 일군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20여명은 돼 보였다. 어느새 대열을 정비한 사람들은 현수막을 펼치고 피켓을 들었다.

한적한 시골도로에서 느닷없이 집회가 열린 것이다.

보행로가 없는 도로여서 행인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나는 차량도 뜸했다. 산을 통과하는 데다 옆으로 호수를 낀 도로변은 추웠다. 호수 수면은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이런 외딴곳에서 집회를 여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도대체 누구를 상대로 집회를 여는 것일까.

이들은 울산시 남구 무거동 롯데캐슬 아파트 입주민들이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미분양 물량 할인분양에 반발해 집회를 연 것이다.

롯데건설은 2년간 임대로 돌렸던 미분양 물량 65세대를 지난해 10월부터 10~27% 할인된 가격에 분양하고 있다. 이에 기존 입주민들이 집값 하락의 이유를 들며 할인 혜택의 소급 적용을 요구한 것이다. 미분양 사태로 전국에서 벌어지는 논란과 다르지 않은 이유다.

그런데 이들이 집회를 여는 전략이 이채롭다.

바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고향이자 그의 별장이 있는 삼동면 둔기리를 집회장소로 택한 것이다.

도심의 아파트 주민들이 직선거리로 약 7㎞ 떨어진 시골까지 와서 집회를 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이 많은 장소 대신 신 회장의 연고가 있는 시골을 공략한 것이다.

신 회장 고향에서 집회가 열린 사실이 그룹 고위층에 보고될 것이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집회를 열고 있다.

황경식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롯데가 소유한 백화점과 마트에서도 집회를 계획했지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룹 고위층이 소식을 접하면 신 회장 고향의 문제를 잘 살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입주민들이 뜻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할인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오히려 입주민들의 집회를 막기 위한 대응을 펼치고 있다.

집회를 입주민보다 한발 앞서 신고해 별장 주변을 선점, 입주민들의 접근을 막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주민들은 별장과 약 800m 떨어진 곳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년여 전 미분양분을 임대로 전환할 때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할인 분양을 하더라도 기존 입주민에게 소급 적용은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할인분양 마찰은 전국에서 빈발하는 문제다"면서 "특정 지역 아파트의 소수 주민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면, 똑같은 요구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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