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가계부채 해법에 시중銀 "무조건 채무 탕감은 곤란"

김남희 기자 2013. 1. 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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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으로 322만명에 달하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채무를 최대 70% 감면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금융권에선 대출 원리금을 성실히 갚는 사람과 형평성 문제가 있고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채무 탕감비율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고 채무 감면 대상자를 엄격하게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조선비즈가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주요 은행 임원들과 민간 경제연구기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행복기금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채무 탕감비율 재조정 ▲채무감면 대상자 선별 기준 강화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 "빚 탕감보다는 금리 낮춰주고 10년 이상 장기 상환으로"

박 당선인은 재활 의지가 있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은행 등 민간자산관리회사 연체채무 중 상당 부분을 정부가 떠안고 나머지는 채무자가 장기간에 걸쳐 분할상환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일반채무자는 채무의 50%,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은 70%까지 채무를 탕감해줄 예정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채무 탕감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채무 불이행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신용회복지원 제도의 채무 탕감비율은 30~40% 수준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국민행복기금은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채무 탕감비율이 50~70%인데, 이 비율을 현실성 있게 낮추는 조정이 필요하다"며 "일부러 대출을 안 갚거나 정부 지원에 의존하려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 부행장들은 무조건적인 부채 탕감 보다는 금리 조정과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친 분할 상환 전환이 더 적절하다고 봤다.

국민은행의 한 부행장은 "대출 원금 탕감 방식으로는 상환능력이 있는 데도 의도적으로 원리금을 안 갚거나 미루는 사람들이 많아질 위험이 크다"며 "상환능력이 있는 대출자를 대상으로 20~30년에 걸쳐 낮은 금리로 나눠 갚게 하는 방안이 낫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한 부행장도 "원금을 절반이나 없애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금리를 깎아주고 원금을 10~20년 사이에 나눠 갚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원 대상자 선정도 관건

시중은행과 금융 연구기관 연구원들은 누구를 지원할지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국민행복기금이 조기에 정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채무 상환 정도와 의지가 채무자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 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국민행복기금처럼 정부 재정으로 보증하는 지원제도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시행한다면 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은 지원대상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당국이 제2금융권까지 포함해 채무자의 채무현황 자료를 모두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별 은행은 여러 금융회사에 빚이 있는 다중 채무자의 채무 상태를 모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채무자에 대한 데이터를 한데 모아 현상진단을 정확히 내리고 유형별로 일관성 있게 분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처럼 기존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채무자를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자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프리워크아웃 제도는 연체기간이 연속적으로 30~90일인 채무자를 대상으로 한다. 국민은행의 한 부행장은 "연체 기간이 90일이 넘는 연체자나 은행별 소득 기준에 맞지 않는 채무자 등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한 부행장은 "새희망홀씨 대출이나 미소금융 등 은행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가구를 대상자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연체자의 채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채권자인 은행에 과도한 부담이 주어지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 부채탕감 과정에서 채권자가 어떤 식으로 부담을 나눌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한 부행장은 "채무 감면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은행의 부담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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