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기차들 여기에 다 모여있네!

2013. 1. 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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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사람들을 태우고 달리고 또 달렸던 기차들이 비로소 쉬어 가는 곳, 수색역

ⓒ 김종성

온갖 기차들이 와서 쉬어가고 건강검진을 받는 기지가 숨어 있는 듯 존재하고 있다. 태어난 지 백살이 넘은 수색역이 그곳이다. 더불어 수색역은 경의선, 공항철도, 일반 전철이 지나는 바쁜 역 중 하나다. 무엇보다 이곳이 이채로운 건 온갖 기차들이 들어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큰 규모의 차량기지가 있어서다. 덕분에 도시 서울에서 보기 드문 풍경을 자아내어 기차와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 찍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출사지이기도 하다.

눈이라도 내리면 기차역은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하는 운치있는 풍경이 된다.

ⓒ 김종성

기차는 < 여행의 기술 > 을 쓴 알랭드 보통도 찬미하는 대상이다. 세상의 모든 운송수단 가운데 사색에 가장 도움을 주는 것이며, 풍경을 안달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그러면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여 좋단다. 작가들에겐 영감을 얻기 좋겠다. 아마 여행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그의 표현에 공감할지 싶다.

바닷가에만 있는 줄 알았던 등대가 기차길 옆에도 있다.

ⓒ 김종성

요즘같이 눈이 자주 내린 날엔 하얗게 분칠을 한 기차역에 운치가 생겨나고 무조건 기차여행을 떠나고 싶게 된다. 땅거미가 진 저녁 무렵이면 낮엔 보이지 않았던 신호등이 등대처럼 불을 밝힌다. 기차들이 조용히 서있는 야경은 쓸쓸하면서도 서정적인 감흥이 생기고 나도 모르게 상념에 빠져 버린다.

수색역 안에 있는 넓은 차량기지의 정식 명칭은 '서울차량사업소'로 새마을호, 무궁화호, 누리로, 화물열차 등 궂은 날씨 속에도 사람들을 태우고 힘차게 철로 위를 달린 기차들이 들어와 열차 청소, 객차와 기관차를 편성, 고장난 기차 수리 등을 받고 있다.

안전제일의 구호 아래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는 기차들

ⓒ 김종성

지금은 현대식 전철역이지만 수색역은 1908년 서울과 북한의 신의주를 오가는 경의선 개통과 함께 지어졌으니 백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기차역이다. 수색역 앞에는 서쪽으로 뻗어있는 넓은 들이 있는 '무르치(물빛골)'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이 마을은 장마철만 되면 물이 차올라 마을과 벌판이 온통 물 일색으로 변해버린다고 하여 무르치가 되었고 이를 한자로 표기하여 수색(水色)이 됐다고 한다.

추운날씨에도 물을 뿌리며 기차를 닦고 있는 철도 직원. 소리소문없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분들이다.

ⓒ 김종성

하루 걸러 내리는 겨울눈으로 수색역에 가면 인상적으로 보았던 영화 < 철도원 > 의 풍경을 볼 수도 있다. 공휴일이나 명절에도 < 철도원 > 의 주인공처럼 직원들이 나와 기차들을 물을 뿌리며 닦고 조이고 손보고 있다. 요즘처럼 추운날 손이 얼마나 시려울까 마음이 짠하다. 기지안이 넓어서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왠지 친근하다. 우유를 담는데 쓰이는 플라스틱 짐받이에 노랑 헬맷이 대롱대롱 매달린 자전거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일렬로 서있는 모습도 정답고 보기 드문 풍경이다.

안전모와 소박한 플라스틱 짐받이가 달린 직원들의 애마가 정답다.

ⓒ 김종성

명절이나 연휴가 많은 때는 직원들이 더욱 바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임시열차가 편성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많은 선로와 넓은 부지 위로 자전거를 타고 부지런히 이동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고맙고 믿음직하다. 세상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분들의 손길에 의해 돌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안전수송을 위해 이런 날씨에도 힘들게 일하시는 철도인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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