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경악·이럴수가.." 낚시질 제목 1등 언론은?

2013. 1. 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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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터넷 사이트 '충격고로케'

낚시 제목 많이 쓰는 언론사 공개

'충격' '알고보니…' '헉!' 등 자극적 단어를 내세운 제목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끌려 한 언론사들이 눈밝은 누리꾼에게 '딱' 걸렸다.

지난 3일 '충격고로케(hot.coroke.net)'라는 이색적인 인터넷 사이트가 태어났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제목에 '충격, 경악, 헉, 이럴수가' 등 자극적인 단어가 들어간 기사의 횟수를 기준으로 언론사를 분류했다. 이 분류를 보면, 가장 자주 '충격'을 받은 언론사는 이 기간 기사 제목에 27번이나 '충격'을 사용한 <스포츠조선>이었으며, 2위로 충격을 많이 먹은 언론사는 <중앙일보>였다.

<스포츠조선>은 지난 6일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선수들이 함께 출연한 자동차 회사 쉐보레의 광고를 소개하는 기사에 '맨유-리버풀 합동CF "충격 비주얼" 논란'이란 제목을 붙였다. 이 기사는 해당 광고가 양쪽 선수들의 얼굴을 합성하는 재치가 돋보인다는 내용인데, 난데없이 기사 제목에 '충격'이 붙었다. 독자들은 이 기사에 댓글을 하나도 달지 않는 방식으로, '무관심' 또는 '낚인 느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9일 "'장자연처럼…' 알몸연극 여배우 충격 고백"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여배우가 성상납을 한 뒤 자살한 장자연씨와 같은 일을 고백했다는 내용이 연상된다. 그러나 실제 기사는 러시아인 연극배우 라리사가 "성상납 제의를 받은 적이 있으며 한국에서 여배우를 하기 힘들다"는 내용의 인터뷰였다.

이 사이트는 또 "요즘 가장 '경악'할 언론사는 <디지털타임스>, '알고보니'를 남발해 요즘 가장 알고봐야 할 언론사는 <동아일보>, 가장 '숨막히는' 언론사는 <티브이데일리>"라고 밝혔다.

이 사이트는 최근 KBS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 선보인 '현대레알사전'처럼 이들 언론사들이 애용하는 '자극적 용어'를 새로 풀이해, 선정적 제목으로 기사 조회수를 올리려는 언론을 꼬집기도 했다. '충격'은 "부디 꼭 클릭해달라고 독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거나 독자를 낚아보기 위해 언론사가 기사제목에 덧붙이는 일종의 주문"이며, '속보'는 "언론사가 자기 기사를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올리기 위해, 또는 독자로 하여금 클릭하지 않으면 소식에서 뒤처질 것만 같은 두려움을 주어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기사제목에 덧붙이는 일종의 마법주문"이라는 것이다.

이준행(28)씨가 이 사이트를 개설해 인터넷언론의 기사 제목을 분석해 알리겠다고 한 이유도, 이씨 역시 이 마법의 주문에 곧잘 걸려든 까닭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이씨는 한 연예인이 자연임신이 불가능하다는 기사에 '충격'이란 제목이 달린 것을 보고 기사를 클릭했다가 궁금증이 일었다. '충격적이지 않은 충격 뉴스가 몇 개나 될까'. 이씨는 트위터에서 검색되는 최신기사들 중 '충격' '경악' 등 10개 낚시성 단어를 포함한 제목의 기사들을 모아 사이트를 개설했다. 사이트가 개설된 지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집계된 기사만 3000건 가까이 된다.

이씨는 낚시성 기사의 제목만 봐도 기분이 나빠진다고 했다. "여성이나 사람 자체를 비하하는 제목들이 많아요. 그런 건 정말 일부러 안 보죠." 낚시성 기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씨가 놀란 건 이번 집계에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최다 부문 1위를 했다는 점이다. "포털에 기대는 소규모 언론사들이 1위를 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큰 언론사들이 더하더라구요. 아, 정론지이길 포기했구나 싶었어요." 총 10개 부문에서 각각 1위부터 5위까지 공개된 순위공개에서 11일 현재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6번이나 순위권에 들었다.

이씨는 "이런 제목을 다는 언론들은 주요 일간지라 해도 타블로 사태를 부추긴 황색 저널리즘과 다를 게 없다"며, "기자, 특히 데스크들이 이 사이트를 보고 '이런 식으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조애진 기자 ji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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