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석의 음식 공감] 셰프 지망생 아들과 그 어머니의 '스테이크 사랑'

2013. 1. 1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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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데, 가게 문이 열리며 가족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들어왔다. 후덕한 인상의 중년 여성과 아들로 보이는 20대 초반 청년. 한참을 걸어왔는지 볼과 귀가 새빨개져 있었다.

자리에 앉은 그들은 레스토랑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직원이 그들에게 다가가 메뉴판을 놓아줬다. 주문은 청년의 몫이었다. 더듬더듬, 하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음식을 주문했다.

"허브 버터를 넣어 구운 달팽이요리와 스테이크 주세요."

"네, 알았습니다."

"아, 저기 스테이크 굽기 정도는 안 물어보시나요?"

"저희 레스토랑은 가장 적절한 상태로 구워져 나옵니다."

준비한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듯 아쉬운 표정을 짓는 그를 중년 여성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주문서를 받아들자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성인 둘이 먹기엔 부족한 양일 것 같아서다. 아니나다를까 음식이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청년이 음식을 먹어치웠다. 자신은 별로 먹은 것도 없으면서 중년 여성은 연신 청년에게 더 먹으라고 권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려 서비스로 자투리 고기를 구워 냈다.

"안녕하세요, 이 레스토랑 셰프입니다. 식사가 좀 부족하실 것 같아 서비스 준비해드렸어요."

그들이 '서비스'보다 '셰프'라는 단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청년은 요리사 지망생. 아들의 꿈을 위해 외식이라고는 삼겹살집밖에 모르던 그들이 용기를 내 찾아온 것이었다.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눈빛과, 살짝 긴장한 표정을 한 청년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요리를 배우겠다고 선언한 필자와, 걱정스러우면서도 묵묵히 응원해준 어머니의 모습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어머니도 난생처음 경양식집에 필자를 데려갔었다.

청년과 그의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끊임없이 요리 비법이며 셰프가 되는 방법을 물었고, 필자 역시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었다. 연거푸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주방으로 돌아오자, 그들은 그제야 서비스로 내준 스테이크를 오순도순 나눠 먹었다. 다른 손님의 음식을 만드는 사이 그들은 떠나고 없었다. 창밖을 보자 다행히 아까보다 눈발이 누그러져 있었다.

스테이크 레시피

●재료

쇠고기 안심 180g, 카놀라유(또는 올리브오일) 2큰술, 버터 1큰술, 마늘 1쪽,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조리법

1. 프라이팬에 카놀라유를 두르고 뜨겁게 예열한다.

2. 핏물을 제거한 쇠고기 양면에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 다음 프라이팬에 올린다. 중불에서 바삭하되 타지는 않을 정도로 5분쯤 굽는다.

3. 고기를 뒤집어 2분쯤 둔다. 불을 아주 약하게 줄인다. 마늘을 으깨 버터와 함께 프라이팬에 넣는다. 녹은 버터를 고기 위에 빠르게 반복해서 1분쯤 끼얹는다.

4. 고기를 프라이팬에서 들어내 오븐용 팬에 얹어 상온에서 5분 정도 둔다. 근육조직을 부드럽게 풀기 위해서다.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고 원하는 굽기(레어~웰던)로 익힌다.

Tip.

오븐이 없으면 고기를 2~3cm 정도로 두껍지 않게 준비하고, 뚜껑을 덮어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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