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400만원중 학원비가 절반..생활비는 빚내서 충당

2013. 1. 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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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이대론 안된다 <상> 허리휘는 가계부

특강등 방학때는 돈 더들어가'대학 나와도 해외연수비 부담'저축·노후대비는 엄두도 못내'에듀푸어' 라는 신조어도 등장

에듀푸어(education poor)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사교육비가 하우스푸어 못지않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사교육 부담 줄이기'를 교육 공약 1순위로 내세웠지만 정작 사교육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 중산층은 빚을 내서 과외를 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가계의 주름살이 되고 있는 사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진지하게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수입의 70% 가까이를 교육비로 쓰는 것 같아요. 방학 때는 특강이다 뭐다 해서 돈이 두 배로 들기 때문에 더 힘들어요"

중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둔 주부 김미영(44) 씨는 "늘어만 가는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휠 정도"라며 이같이 토로한다. 김 씨는 매월 두 자녀의 사교육비로만 200만원이 넘는 돈을 쓴다. 저축이나 노후 대비는 엄두도 못낼 정도다. 김 씨는 "대학 가도 끝이 아니죠. 취직하려면 유학은 못하더라도 연수는 갔다 와야 하고, 대학원도 기본이라는데, 참 막막하다"고 말했다.

#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홍승석(46) 씨는 한 달 교육비로만 180만원 이상 지출한다. 고등학생인 아들은 수학, 영어, 언어 주요 과목을 학원에서 수강하는데, 학원비만 110만원가량 든다. 또 중학생 딸의 학원비로 수학 25만원, 영어 30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이건 기본이다.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교재비와 공교육 납입금을 더하면 월 수입 400만원의 절반가량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홍 씨는 "교육열이 강한 강남, 서초구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주변 학부모들도 대부분 이 정도 교육비를 지출한다"며 "월 150만~200만원은 기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소득 수준이 바뀌거나 경기가 어려워도 자녀 교육비만큼은 쉽게 줄이지 못한다. 학력과 학벌이 자녀들의 미래 소득을 결정짓는다고 믿기 때문에 많은 부모는 당장 힘들더라도 교육비 지출에 인색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학부모는 빚을 내 교육비를 충당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펴낸 '사교육비 추이' 등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990년 5만2250원에서 2010년 15만2346원으로 3배가량 상승했다. 사교육비 지출로 가난하게 사는 '교육 빈곤층'(에듀푸어ㆍedu poor)만 82만여가구, 가구원은 305만명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전체 가구의 13%에 해당한다. 이들 대부분이 가계부채를 짊어진 평균소득 이하 가구인 만큼 아이들 학원비 부담이 결국 중산층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각국 교육지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등록금 등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이 학원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주부 오수진(42) 씨는 "마음 같아서는 정부에서 사교육 자체를 아예 금지시켰으면 한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교육계도 입을 모아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축소를 당부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대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도 중요하지만 입시로 고통받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생각했을 때 사교육 억제 근본대책을 어느 과제보다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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