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목매는 韓國..'경제 독자성' 상실 우려

입력 2013. 1. 8. 04:59 수정 2013. 1. 8.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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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대비 수출비율 60% 육박..외환위기 이후 2배로 증가

GDP 대비 수출비율 60% 육박..외환위기 이후 2배로 증가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신재우 기자 =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60%에 육박해 높은 대외의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높은 수출 비중은 세계 경기가 호황일 때는 좋지만 저성장 국면에서는 국내 경기 둔화의 위험성을 키운다. 또 주식, 채권,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부침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지 않으려면 내수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작년 GDP 대비 수출 57.3%..사상 최대

8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1∼3분기)에 57.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4분기 수출비율도 57% 수준으로 예상돼 작년 연간기준의 수출 비율은 역대 최고가 될 전망이다.

이는 1970년의 수출비율 13.2%에 비해서는 4배 이상으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전인 1996년 27.7%에 비해서는 2배 이상으로 높아진 것이다.

GDP 대비 수출비율은 정부가 경제개발 초기 단계부터 수출을 통한 성장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은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속도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20%대에 머물던 수출비율은 1998년 44.3%, 2008년 53.0%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40%와 50% 대를 돌파했다. 작년에는 이 비율이 더욱 올라갔다.

수출비율이 이처럼 상승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내수는 위축된 반면 해외 경기는 호조를 보여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융위기 직전까지 `부동산 버블'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의 역할을 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며 한국으로부터 중간재와 자본재를 수입했다.

정부 역시 위기 극복과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고환율을 지지하며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에 도움을 줬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내수가 더욱 얼어붙었고 대기업은 정부의 지원 속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삼성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내수 성장의 어려움 때문에 수출이 경제 성장에 기여한 공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인구증가율로 봤을 때 한국은 벌써 성장률이 3%대로 진입했어야 하지만 수출 덕분에 4∼5%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심한 대외의존.."경제의 독자성 상실"

수출 비율이 너무 높다 보니 한국 경제는 세계 경기가 후퇴하면 쉽게 가라앉는 약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수출 의존형 경제라는 것은 외국의 경기에 우리의 목숨을 내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경제 정책의 독자성을 상실해 스스로 경제를 끌고 가는 힘을 상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 둔화로 재작년과 작년도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들은 실적이 급감하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작년 1∼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화학, 기계, 철강금속 업종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32%, 12.39%, 10.63% 감소했다. 4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여전했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간 수출 의존도가 극도로 높아졌기 때문에 성장 둔화 효과가 과거보다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한국 경제는 올해에도 불리한 환경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연구원은 "소비보다는 생산에 집중하려는 선진국들의 성장 전략과 아직은 미약한 중국 내수 시장을 감안할 때 수출이 부진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내수 개선을 바탕으로 경제성장률 8%를 회복해도 중국은 소비 완제품을 수입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수출 증대를 확신할 수는 없다.

미국도 과거처럼 경상수지 적자를 용인하면서까지 소비를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체질 개선 필요.."소비여력ㆍ서비스업 키우자"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서 수출의 중요성은 여전하지만 수출비율이 60%까지 증가한 이 시점에서는 경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산층을 강화하고 소비력을 높이는 한편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통해 내수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장기 저성장 환경에서는 내수를 키워야 한다"며 "정부는 복지를 늘리고 재정에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사람들의 소비력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택을 마련하거나 사업을 추진하려는 개인들에게 대출을 확대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원은 "한국의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비중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오지 못했다"며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업 선진화를 통해 내수기반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중은 약 70%로 선진국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도 "수출을 통해 번 돈을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교육, 문화, 여행, 의료 등에 대한 규제 완화와 지원으로 서비스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조조정을 급격하게 추진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KDI 이한규 연구위원은 "성장률이 일정 수준 유지되려면 생산성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이나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보다 생산성이 높지 않아 불가피하게 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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