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친절한' 인수위..기사 판단도 대변인이?

남승모 기자 2013. 1. 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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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6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예전에 비해 다소 출발이 늦었던 만큼 회의 결과에 대한 관심은 컸다. 윤창중 대변인이 기자실을 찾아 발표한 첫 회의의 결정사항은 크게 4가지였다.

1) 규모는 작지만 생산적 인수위에 관한 내용에 초점 맞춘다.

2) 인수위 활동상황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개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3) 직권남용 및 비밀누설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한다.

4) 인수위 자문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는다.

◈ '단일 공보 창구' 대변인… '통화 불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두 번째 결정 사항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 활동상황을 인수위 취재진에게 투명하고도 공정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발표의 혼선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대외 공보활동 창구를 대변인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관계 법령에 따르면 위원회 활동 등의 대외 공표 및 홍보에 관한 것은 대변인이 담당하게 돼 있다"면서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사무직원 등 위원회 구성원들은 모두 이 점에 특히 유의해 위원회 업무에 혼란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수위측도 취재차 전화를 건 기자에게 윤 대변인과 똑같은 말을 했다. '언론이 인수위원과 직접 통화하는 건 안 맞는 것 아닌가', '언론 창구로 대변인을 정한 것이니 대변인과 이야기하라'. 일견 타당한 이야기였지만 문제는 그 '대외 단일 창구'라는 윤창중 대변인과 연락 자체가 잘 안 된다는 점이었다.

그 동안 몇 차례 전화를 했지만 윤 대변인과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물론 신분을 밝히고 문자도 남겨봤지만 역시 아무리 기다려도 답 전화는 걸려 오지 않았다. 개인에 국한된 문제인가 싶어 다른 기자들에게도 물어봤지만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며칠 전에는 인수위 일정 때문에 윤 대변인에게 전화를 했다. 연락이 안돼 결국 급한대로 당선인측 핵심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통화 말미에 그 관계자에게 "윤 대변인이 전화 좀 받게 말씀 좀 해달라"고 하자 그 관계자는 "처음에 내 전화도 안 받았다. 문자로 나 누구니 전화를 받으시라고 하자 그때부터 전화를 받더라"며 웃기도 했다.

◈ "영양가 있는지는 대변인이 판단"

윤창중 대변인은 지난 6일 일정 브리핑에서 "앞으로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국민을 대표해 취재하시는 언론인들에게 인수위 활동에 대해 항상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 그리고 언론과 신뢰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일 오후 있었던 인수위원 워크숍이 끝난 뒤 기자실을 찾은 윤 대변인의 행동은 자신이 했던 말과 딴판이었다. 브리핑 첫 마디가 "인수위 워크숍 끝났는데... 기사거리가 안 된다"였다. 기자들이 워크숍 내용을 재차 물었지만 "전혀 영양가가 없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일부 기자가 "내용을 전해주면 뉴스 가치는 언론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변인은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도 대변인이 판단하죠"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기사 판단까지 대변인이 직접 하겠다는 말로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 국민과의 '소통'?→'통보'!

브리핑에서 종종 국민·언론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보이고 있는 행태는 '통보'에 가깝다. 윤 대변인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개"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소통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서로' 통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정해 알리는 것은 '통보'일 뿐이다.

특히나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도 대변인이 판단한다"는 윤 대변인의 말은 그의 언론관을 의심케한다. 언론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불쾌함을 넘어 위험하게까지 들린다.

윤창중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수위 출범 전후로 말했지만 낙종도 특종도 없다. 언론이 특종을 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면 결국은 오보로 끝난다"고 말했하기도 했다. 인수위에 대한 언론의 취재경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관련 보도를 신중하게 해달라는 당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막말에 가까운 발언이 계속되면 될수록 윤 대변인 발언의 진의가 어떤 것인지 의구심이 커진다. 윤 대변인이 강조하고 있는 '낙종도 특종도 없다'라는 말은 자칫 언론에게 '취재할 생각 말고 주는 거나 잘 받아 쓰라'는 말로 들릴 수 있다.

◈ 막힌 소통 창구…피해는?

윤창중 대변인은 인수위원 첫 워크숍에 대해 "영양가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 말대로라면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인수위원들이 인수위 활동 첫날 부터 모여 앉아 시간 낭비만 했다는 말이 된다. 사실이라면 워크숍을 기획하고 준비한 인수위 관계자들은 질책을 받아야 한다.

인수위의 대외 단일 창구라는 대변인의 한마디가 어떤 식의 오해를 낳을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대변인은 인수위의 활동 사항을 통보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언론과 국민이 인수위 활동에 대해 잘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알려주는 자리다.

그 소통의 창구가 막혔을 때 그 피해는 그를 임명한 인수위와 그 인수위에 정권을 넘겨주도록 한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소통은 의지의 문제다.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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