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의 작전타임] "플래시 터뜨리지 마세요!" 김연아 팬들의 외침

[OSEN=김희선 기자] "플래시 터뜨리지 마세요!".

김연아(23, 고려대)의 차례가 다가올수록 관중석은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전부터 끊이지 않고 밀려들던 관중들은 김연아의 프리프로그램 경기가 펼쳐지는 오후 2시를 기점으로 목동 아이스링크를 꽉 메웠다.

김연아는 6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3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제 67회 전국 남녀 피겨 종합선수권) 여자 시니어 부문 프리프로그램(FP) 경기서 기술점수(TES) 70.79점 예술점수(PCS) 75.01점으로 145.00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SP) 점수 64.97점을 더해 총점 210.77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아의 종합선수권대회 출전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다. 세계를 제패한 '피겨여왕'이 국내 무대에서 펼치는 연기를 보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인 상황.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종합선수권대회 사상 최초로 티켓 판매를 결정했을 정도로 이번 대회를 둘러싼 열기는 뜨거웠다.

티켓 역시 15분 만에 매진된데다 추가분도 금세 동났다. 김연아를 보기 위해 밀려든 팬들은 숨죽여 그의 무대를 기다리며 매너있는 관중의 모습을 취했다. 하지만 여자 SP 경기가 펼쳐진 5일, 김연아가 등장하자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터졌고 관중석은 술렁거렸다.

문제는 이날 SP서 김연아가 연기 시작과 동시에 활주하면서 빙판에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다는 점이다. 평소답지 않은 김연아의 실수에 곳곳에서 터진 플래시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의견이 많았고, 그의 연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플래시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선수들이 빙판에 나설 때 플래시를 터트리는 문제는 심각하다. 6일에는 더욱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6일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5일보다는 덜했지만 김연아가 등장하자 여전히 플래시가 반짝였다.

하지만 관계자가 나설 틈도 없었다. 관중석 곳곳에서 야유가 흘러나왔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라"는 외침이 조용한 은반 위를 울렸다. "A2구역, 플래시 끄세요!"라고 범인을 지목(?)하는 이들도 있었다.

성난 팬들의 외침에 플래시 불빛은 금세 사그러들었다. 여왕의 완벽한 연기를 방해하는 요소를 용서할 수 없었던 팬들의 간절한 외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김연아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연기를 마무리했고, 은반에는 비처럼 선물이 쏟아졌다. 목동을 가득 채운 팬들의 외침은 피겨여왕에 대한 예의이자 수준높은 관중문화를 지향하는 이들의 의미깊은 자정작용이었다.

costbal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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