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한꺼번에 내라".. 또 서민들만 '봉'

고찬유기자 2013. 1. 7.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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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갱신 시기 돼서야 "무이자 할부 중단" 공지 고스란히 목돈 부담"가맹점이 비용분담 거부" "수수료 올라 여력 부족" 카드사·보험사 책임 미루기

간호사 김모(37)씨는 최근 서너 개 보험사에서 자동차보험 갱신 안내를 받았다. 지난해 두 차례 사고를 낸 그의 보험료는 할증이 붙어 80만~85만원에 달했다. 김씨는 예년처럼 신용카드 무이자할부 5개월로 결제(매달 16만~17만원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모두 거절 당했다. "1월 1일부터 서비스가 끝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보험사 한 곳이 아직 무이자할부가 가능한 카드 3개를 일러줬지만, 김씨가 가입하지 않은 카드였다. 김씨는 "카드가 5장이나 있는데 또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느냐"며 "월급의 3분의 1 가까이 되는 보험료를 한번에 내면 가뜩이나 부족한 생활비를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자동차보험료 무이자할부 서비스는 2001년부터 보험사와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해 지난해까지 전체 보험사 대상으로 시행됐던 만큼, 소비자들에겐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던 서비스가 전격 중단되면서 운전자들은 연초부터 '보험료 폭탄'을 맞고 있다. 무이자할부 서비스 중단 방침이 제대로 공지가 안된데다 유통업체나 카드사마다 무이자할부를 여전히 하는 곳도 있어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등 곳곳에서 혼란이 일고 있고, 이는 자동차보험료도 예외가 아니다.

6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최근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인 보험,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항공사, 통신사, 온라인쇼핑몰의 무이자할부를 종료했다. 카드사들이 업체에 통보하고 서비스를 중단하는데 걸린 기간은 고작 10일 정도였다. 기존 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는 약관 변경 등 6개월 정도의 공지기간이 필요하지만 무이자할부는 이벤트라 곧바로 끝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소비자들만 봉이 된 셈이다.

무엇보다 자동차보험료가 걱정이다. 운전자들은 1년치 보험료가 대개 40만~100만원 정도의 목돈이라 무이자할부로 쪼개 납부하는 식으로 가계 부담을 줄여왔다. 더구나 물품 구매나 통신비 등은 아끼면 된다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무 가입이라 그럴 수도 없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서비스를 보험 갱신 즈음 알리는 것도 무책임하다.

카드사와 보험사는 책임 미루기에 급급하다. 카드사 관계자는 "그간 카드사가 전액 부담하던 무이자할부 비용을 지난해 관련 법 개정으로 가맹점도 함께 내는 걸로 바뀌었는데, 가맹점이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며 "다만 대형가맹점과 제휴한 카드나 부가 혜택에 무이자할부가 담겨있는 카드는 여전히 무이자할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는 "카드 수수료가 올라 여력이 없다"고 했다.

사실 무이자할부는 미래의 빚이다. 그러나 대부분 서민이 당장 목돈이 들지 않는 무이자할부로 가계 씀씀이를 분산해왔던 걸 감안하면 순차적인 제도 시행이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편으로 여겨진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카드 이용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신용카드 사용자(63.9%) 중 절반 가까이(42.1%)가 무이자할부와 할인 등 부가서비스를 카드 사용의 이유로 꼽았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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