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병사 논란.. "과도한 특혜" vs "혹사당해"

최승현 기자 2013. 1. 5.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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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20명.. 현재 16명 활동" 부대마다 공연 요청 쇄도.. 무리한 공연 스케줄 많아 2년간 300회 넘게 공연도"

가수 겸 배우 정지훈 (비·31) 상병의 '연애 사건'에서 촉발된 국방홍보지원대원(연예병사) 특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예병사들이 일반 병사들보다 2~3배의 휴가·외박·외출을 받고 있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일으킬 만하다. 그러나 연예기획사 측과 연예인들은 "군에서 혹사(酷使)당하고 있는데 휴가만 가지고 호도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명백한 특혜" 對 "혹사당해"

정지훈 사건은 당초 톱스타들끼리의 단순 연애 사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정지훈 상병이 공무 중 외출을 이용해 탤런트 김태희 를 만난 사실이 알려진 뒤 "군 복무 규정에 따라 외출·외박을 받았다"고 말한 게 불을 질렀다.

연예병사들이 군인들의 평균 휴가 일수(21개월 복무 기준 43일)보다 2배 이상의 휴가와 외출을 허가받는다는 사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면서 '과도한 특혜'라는 비난이 일었다.

그러나 연예기획사들과 당사자들의 반응은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혹사당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A연예기획사 대표는 "제대로 준비할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고 연기자에게 노래를 시키는 등 무리하게 무대에 세운다"고 했다.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 중에는 "톱스타가 2년을 복무할 경우 돈으로 100억원이 넘을 수 있다" "군에서 공짜로 이들을 쓰는 것 아니냐"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연예병사들도 고충을 토로한다. 가수 B씨는 "2년 동안의 군 복무 중 공연 횟수가 300회가 넘었다"고 했다. 메이크업 등 공연 준비도 혼자서 다 해결해야 했다고 한다. 작년 제대한 배우 이준기 는 군 입대 후 50일 만인 2010년 8월 군 뮤지컬 '생명의 항해'에 출연했는데 리허설을 하다 이마를 50바늘 꿰매는 부상을 입었다. 이준기 팬들은 당시 "뮤지컬을 해 본 적 없는 배우를 무리하게 무대에 세우다 사건이 터졌다"고 국방부에 단체로 항의했었다.

연예병사 지원을 하지 않고 전방부대에서 수색대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가수 김태우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군 생활조차 스케줄에 휩쓸려 살아가고 싶지는 않았다"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원치 않는 무대에 출연하는 게 자신 없었다"고 했다.

"관리 제대로 못한 국방부 책임도"

연예병사들은 국방부 직속 홍보지원대 소속이다. 영화배우, 탤런트, 개그맨, 가수, MC, 음악 작·편곡 등 연예 활동 경력이 있고 복무 기간이 6개월 이상 남은 병사를 대상으로 선발된다. 정원은 20명(현재 16명)이며, 필요 인원이 있을 때 수시로 선발된다고 한다. 경쟁률은 3대1 정도다.

정지훈 상병과 같은 톱스타가 홍보지원대에 들어오면 각 부대에서 위문공연 요청이 쇄도한다고 한다. 군 홍보 영상과 포스터 촬영도 이들에게만 몰린다. 때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톱스타급 연예병사 출연을 조건으로 군에 연합공연을 제안하기도 한다.

군 관계자는 "부대마다 톱스타들을 서로 끌어가려고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휴가나 외출·외박 등으로 보상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군대 내에 연습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휴가와 외출·외박을 자주 나가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년 국회에서 연예병사 문제를 제기했던 국방위 진성준(민주당) 의원은 "외출과 외박, 휴가 주는 걸 싫어하는 병사가 어딨겠느냐"며 "관리를 느슨하게 한 국방부가 문제"라고 말했다.

김승수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교수는 "연예인 하면 병역 비리를 먼저 떠올리던 때가 있었다"며 "이들이 떳떳하게 입대해 재능을 살리되 군이 철저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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