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기다리는 MB의 남자들

고제규 기자 2013. 1. 3. 09: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치소나 교도소에 갇힌 'MB의 남자들'이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12월1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청와대발 특별사면설이 다시 퍼지고 있다. 2002년, 2007년 새 대통령 당선 뒤 특별사면이 이뤄진 전례도 있다. 그동안 임기 말 특별사면은, 떠나는 대통령의 '마지막 선물'로 인식되어 '짜고 치는' 사면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여론의 비판이 뜨겁더라도 마지막 통치행위로 용인되면서 이른바 '봐주기 사면'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도 정황은 뚜렷하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MB 측근이나 친인척 인사는 모두 12명이다(표 참조). 크게 분류하면, 측근 비리(5명), 친인척 비리(2명), 단일사건인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5명)에 연루된 구속자들이다. 이 밖의 비리자들은 형을 살고 나왔거나, 재판 과정에서 집행유예 등을 받아 이미 출소한 상태다. 특별사면복권은 형이 확정된 대상자들이 혜택을 누린다. 구속자 가운데서도 형이 확정되었다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VIP 수감 생활' 천신일·최시중도?

신 전 차관처럼 구속자 가운데 '이심전심' 상고 포기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재판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다, 상고를 포기했다. '이심전심' 검찰도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되었다.

세무조사 무마 청탁 대가로 47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천신일 세종나모 회장은, 지난 11월30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추징금 30억9400여만 원을 선고받았다. 선고 당일 그는 상고 포기서를 법원에 냈다. 검찰도 상고하지 않았다. 이로써 형이 확정되었다.

그동안 천 회장은 VIP 수감 생활로 특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2010년 8월19일 도피성 출국을 했다. 미국과 일본에 100일간 머물다, 연평도 포격 직후인 그해 12월1일 귀국했다. 12월7일 구속된 뒤 항소심 재판을 받던 지난해 9월8일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으로 풀려났다. 법원 결정에 검찰이 항고하지 않아 서울구치소에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구속집행정지가 1년 이상 연장되면서 그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내오다, 지난 11월30일 파기환송심 선고 날 재수감되었다. 재수감되면서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것이다. 구속 이후 지금까지 그가 구치소에서 보낸 날은 10개월 남짓. 형기 2년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태다.

천 회장뿐 아니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관련 8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4월30일 구속된 최 전 위원장은, 11월29일 항소심 선고를 받았다. 9월 1심 선고와 같은 징역 2년6개월, 추징금 6억원 형이었다. 최 전 위원장도 항소심 선고 뒤 7일 안에 상고장을 법원에 내지 않았다. 검찰도 상고를 포기하면서 역시 형이 확정되었다.

그는 감옥에서도 '방통대군' 행보로 입길에 오른 바 있다. 구속 뒤 법원에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지난 5월23일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위한 심문기일. 법원이 그를 풀어줄지 말지 심문하는 날에 그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법정이 아닌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최 전 위원장은 구치소장의 허락만 받고 법원이나 검찰에는 알리지 않은 채 몰래 입원했다.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자, 재판장은 "당황스럽다"라고 말했다. 검사마저 "우리도 나중에 알았다. 송구스럽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 전 KT & G 이사장도 항소심 선고 뒤 돌연 상고를 포기했다. 김씨는 저축은행 로비와 관련해 4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14일 구속되었다. 지난 8월17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추징금 3억9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선고 당일 그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 달 뒤 지난 9월, 갑자기 상고를 취하했다.

상고 포기는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 인맥으로 통하는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도 지난 5월9일 징역 3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 역시 형 확정으로 사면이 이뤄진다면 대상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구속 중인 이상득 전 의원이나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 박영준 전 차관 등은 1심 또는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특별사면 대상은 아니다.

사면법에 따르면, '특별사면, 특정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은 대통령이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법조문 그대로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3권 분립을 침해하는, 제왕적 사면권 논란이 제기되면서 형식적으로 법무부 산하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게 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가 명단을 확정한다.

대통령 선거 전후 권력교체기의 이심전심 사면은 2002년과 2007년에도 반복되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12월20일. 김대중(DJ) 정권 시절 국정원 불법 도청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유죄판결을 받았다. 상고 시한인 12월27일 두 사람은 오후 4시30분 법원에 상고장을 냈다. 그런데 신 전 원장은 오후 6시, 임 전 원장은 저녁 8시, 상고 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나흘 만에 두 사람은 특별사면·복권됐다. 상고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특사에 포함될 수 없었다. 당시 청와대는 사전 교감설을 부인했다. 이때도 사면법 개정으로 법무부 장관 산하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했지만,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이 포함되면서 마지막 선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노무현 청와대는 이기택 상임고문, 양윤재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박혁규 전 의원 등 당시 한나라당 인사들도 포함돼 국민통합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노무현 당선자가 확정된 해인 2002년 12월31일 DJ 정권 말기 때도 120여 명을 특별사면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 등이 잔형 집행을 면제받았다. '이용호 게이트'로 기소된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장은 사면 9일 전에 대법원도 아니고 2심 항소를 취하해 사면 대열에 합류했다.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한 서형석 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장 등 3명도 사면 6일 전에 대법원 상고를 취하했다.

'이명박근혜' 교체기에 MB의 남자들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까? 변수는 박근혜 당선자이다. 지난 12월 초, 청와대는 "성탄절 특사는 없지만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특사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 뒤에는 "당선자가 오케이하면 특별사면도 가능하다"라며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박근혜 당선자는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라고 공약집에 담았다. 내년 2월25일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이명박근혜' 교체기의 첫 시험대가 어쩌면 특별사면 여부일 수 있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Live - [ 시사IN 구독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