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잔한 염전 사이로 난 한겨울의 그 길

글/사진 이동미 2013. 1. 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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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의 소금창고와 모실길

전남 신안군에 있는 증도는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 태생부터 느린 곳이다. 증도는 섬이지만 2년 전부터는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게 됐다. 신안군 지도읍에서 송도, 사옥도를 잇는 다리를 지나 증도까지 증도대교가 놓이면서 가는 길도 한결 수월해졌다.

증도에서 가장 먼저 가볼 곳은 태평염전이다. 한여름의 염전은 살아있고, 새까맣게 탄 염부들의 고무래질 속에서 뜨겁지만, 철 지난 소금창고는 애잔한 감상을 전해준다. 고요하다 못해 황량하다. 줄 맞춰 늘어선 소금창고는 굳게 문이 닫혔고, 새하얀 지붕은 눈이 쌓인 것처럼 한겨울 모습이다. 쓸쓸한 풍경이지만, 그 쓸쓸함이 또 싫지만은 않은 곳이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문재 시인이 쓴 '소금창고'의 시 한 구절도 쓴 소주처럼 위로가 된다.

증도의 염전과 소금창고.

'염전이 있던 곳/나는 마흔 살/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소금창고에는 시인의 말처럼 수은 같은 햇살과 함께 자꾸 찾아오는 추억이 있다. 추억할 수 있는 옛날이 자꾸 시리게 들춰진다. 그래서 겨울의 소금창고는 쓸쓸하지만 철 지난 계절에도 찾을 멋이 남아 있다. 증도가 '슬로시티'로 알려진 데에는 무엇보다 소금의 역할이 컸다. 오랜 시간 바다와 태양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천일염은 증도의 자랑거리. 이곳의 대표적인 '슬로푸드'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금은 하늘이 쨍쨍한 태양빛을 줄 때까지 그저 기다렸다가 때가 되면 얻고, 천천히 간수를 빼며 소금창고에서 1년을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시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바다생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서해의 청정 갯벌에서 얻기에 그 품질이 세계 명품 소금에도 뒤지지 않는다. 넓은 소금밭과 저수지, 소금창고 60여 동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태평염전을 둘러보며 짭짜름한 인생을 생각한다. 자고로 달고 시고 쓴맛과 달리 짠맛, 소금이 없으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늘 '소금'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하셨던 어른들의 말씀처럼, 꼭 필요한 인생을 살아보자 다시 한번 다짐도 해본다.

1004개 섬이 있어 '천사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신안군에는 한 해를 정리하며 걷기에 좋은 길도 많다. 그중 증도에는 다섯 코스의 길이 나 있는데, 이름하여 '증도 모실길'이다. 노을을 보는 사색의 길, 보물선 순교자의 길, 천년의 숲길, 갯벌공원 길, 천일염 길 등 이름도 다 매력적이다. 이 중 갯벌공원 코스에 있는 화도의 노둣길은 증도의 대초리에서 화도를 잇는 길로, 한 방송사에서 만든 < 한국의 길 > 다큐멘터리를 보면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소개되었다. 하루에 두 번, 만조 때가 되면 길이 바닷물에 잠기기 때문에 미리 물때를 알고 건너야 한다. 자동차도 지나다니는 길이므로, 너무 춥거나 걸을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 드라이브 코스로 즐겨도 멋지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고, 견딜 만한 바닷바람이라 하더라도 추위에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럴 때는 뜨끈한 물로 몸을 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엘도라도 리조트의 해수찜이 제격이다. 5개 단독채로 나뉘어 있는 해수 찜질방 안에는 소나무 장작으로 뜨겁게 달군 유황 성분의 돌과 약초를 넣은 탕이 있어 그 수증기로 사우나를 하게 된다. 커다란 타월을 두르고 물을 한 바가지씩 끼얹으면서 찜질을 하면 몸이 몰라보게 개운해진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 이태원 프리덤 >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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