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문제아 '폭탄 돌리기 전학', 그 끝은..

정유진기자 2012. 12. 3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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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중·고교생 867명, 근본 대책 없어 악순환.. 실업계 고교는 더욱 심각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 등을 일삼는 문제 학생을 강제로 전학 보내거나 사소한 교칙 위반을 들어 퇴학시키는 이른바 '폭탄돌리기' 관행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서구 A 중학교에 다니는 B(15) 군은 지난해 초 교사에게 대들고 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강제 전학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B 군은 전학 간 중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며 폭력 등을 일삼다 1개월 만에 다시 전학조치를 당하는 등 한 학교에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6개월간 3차례의 강제 전학을 당했다. 잦은 전학 등으로 학업에 적응하지 못한 B 군은 결국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근린공원에서 후배 김모(14) 군을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폭행)로 구속돼 현재 남부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C 고교에서는 흡연 5회 적발로 퇴학 처분을 받은 D(18) 군이 서울시교육청에 항고를 해 퇴학이 취소됐다. 학교 측은 담배를 3회 이상 피우면 퇴학시키는 교칙을 들어 퇴학 조치를 취했지만 교육청은 일반적으로 타 고교에서는 흡연 시 교내 봉사활동 등의 처벌에 그치는 것과 비교할 때 부당하게 엄한 처벌이라며 퇴학을 취소했다.

1일 일선 학교 및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서울에서 강제 전학조치된 중·고등학생이 모두 867명에 이르는 등 학교에서 문제 학생들을 지도하기보다 손쉽게 전학 보내는 폭탄돌리기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2월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학교폭력 발생 시 학부모 동의 없이 강제 전학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 문제 학생을 전학 보내는 사례가 더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고등학교의 경우 문제 학생들을 전학시키거나 퇴학시키기 위해 해당 학생을 타깃 삼아 수차례 소지품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여건이 양호한 학군의 중·고등학교들의 경우 문제 학생이 적발돼도 봉사활동이나 특별교육 등을 통해 지도에 나서는 반면 실업계 고교 등에서는 강제 전학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인권조례 강화와 교권 추락 등으로 문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든 탓에 전학 보내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육적인 차원에서는 문제 학생을 끝까지 끌어안고 지도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멋대로 교칙을 위반하고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들을 교화시키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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