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건조증 말고 건선!

입력 2012. 12. 28. 09:36 수정 2012. 12. 2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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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니 피부가 바짝 말라 각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저 평소보다 각질이 좀 심한 거라고 쿨하게 넘기기엔 증상이 심상치 않다. 당신은 건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겨울이 되면 피부 건조로 고생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어린 시절엔 하얗게 일어난 각질을 보며 이제 목욕탕에 갈 때가 됐구나 생각하기도 했지만, 매일 샤워를 하는 지금 그걸 보며 때가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생기는 각질은 보습제로 제거할 수 있지만 피부가 유난히 건조한 이들에겐 그마저도 꿈같은 얘기다. 보습제를 아무리 발라도 가렵고 각질이 생기는 것은 건조한 피부로 고생한 사람만이 안다. 하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더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바로 건선 환자들. 건조증처럼 가렵지는 않지만, 날씨가 추워질수록 염증이 심해지고 하얀 각질이 비늘처럼 날려 보기에도 좋지 않아 많은 건선 환자들이 고민에 빠진다. 도대체 건선이 무엇이기에 당사자들은 아토피만큼 고통 받는다는 것일까? 당신은 건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

◆ 비늘처럼 날리는 각질, 건선을 의심해보라

건선이 일반 피부 건조와 다른 점은 아우스피츠(auspitz) 징후가 나타나는 것이다. 하얀 각질 아래가 염증처럼 빨갛게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점상 출혈이 나타나는 것으로 건선의 특이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위에 하얀 각질이 비늘처럼 쌓이고 부위도 점점 커진다. 처음에는 날씨 때문에 피부가 일으키는 반응이라고 생각해 치료를 빨리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각질이 많고 피부 염증이 생기는 것 같으면 바로 피부과를 찾아가야 한다. 피부 건조증과 다른 점은 가려움증은 거의 동반하지 않는다는 것. 가려울 수는 있지만 심하지 않고, 아예 가렵지 않은 경우도 있어 단순히 피부가 건조한 것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피부가 건강한 사람도 건선이 생길 수 있을까? 건선은 전 인구의 1~3% 정도의 흔한 질환으로 평소 피부 질환이 없던 건강한 사람들도 생길 수 있다. 보통 20대에 처음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데 10대와 30대에도 생길 수 있다. 최근 경제와 사회적인 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피부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건강한 피부를 가진 사람도 안심할 수는 없다.

건선은 스트레스와 비만,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추정일 뿐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 많이 일어나고, 비만인 아이들이 정상 체중의 아이들보다 건선을 앓을 위험이 40% 정도 높다는 연구 결과로 추정하고 있다. 단, 우리나라에서는 25%의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가족 중 누군가가 건선을 앓고 있다면 자신도 생길 수 있다.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은 물론 유전과 개인의 생활 환경 요인 등이 유발인자로 작용하기 때문에 건선을 미리 예방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 아토피만큼 심각하다?

아토피 역시 뚜렷한 원인이 없고 스트레스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건선과 비슷하다. 게다가 예방법도 없어 앓는 사람은 아토피만큼이나 괴로워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다. 흔한 질환이긴 하지만 아토피보다 유병률(아토피는 10~15%)이 낮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상대적으로 모르는 것. 하지만 건선이 아토피만큼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은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어 평생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아토피와는 발생 부위와 증상, 피부 병변의 모양, 발생 연령 등에서 차이가 있다. 아토피는 대부분 목, 팔, 다리 등 접히는 부위에 발생하지만, 건선은 팔꿈치나 무릎에 잘 나타나며 가려움증이 적거나 없다. 아토피는 하얗게 일어나거나 빨갛게 올라오는 부위가 뚜렷하지 않지만 건선은 병변의 경계가 뚜렷하고 인설(각질)이 같이 생긴다. 성인 아토피도 심각하긴 하지만 대부분 소아에게 생기는 반면, 건선은 20대에 주로 발병한다. 그렇다면 아토피처럼 건선도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벽하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분포나 심한 정도에 따라 개인차가 심하며,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므로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호전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 건선을 위한 치료법

현대의학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도 건선은 완치가 어렵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건선에 대한 치료 연구는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최근 생물학적 제제를 이용한 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건선의 면역학적 병인에 근거한 치료법으로, 건선을 일으키는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고 관련된 염증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약제들이 현재 FDA의 승인을 받고 사용되고 있어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약제들도 있습니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을 잘못 사용할 경우 간이나 콩팥의 기능부전, 접촉 피부염, 건선병변 악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예측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주의해서 치료해야 합니다."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서성준 교수의 말이다.

건선은 재발성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우수한 효과를 내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치료법이 필요하다. 크게 국소 치료와 전신 치료, 광선 치료로 나뉘는데,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비타민 D 유도체 연고를 도포하는 국소 치료를 하며, 심할 경우에는 자외선 요법이나 레티노이드, 면역억제제 등의 전신 투여를 시도하기도 한다. 건선 환자들 사이에서 '프로지'라는 약이 특효약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건선의 치료제는 아니다. 프로지는 이스라엘에서만 자라는 천연 허브와 그 관목에서 나오는 즙을 발효시켜 만든 제품으로 환부에 직접 바르는 것. 효과가 있어 알음알음으로 소개를 받고 사용하곤 하는데, 일단 병원 처방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사용 전 의사와 상의하도록 한다. 스트레스와 생활습관 등의 변화가 건선의 악화 요인 중 하나인 만큼 평소 흡연과 음주를 삼가고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피하면 건선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 적절한 일광욕 또한 건선에 도움이 된다니 참고하자.

진행:이미라 기자 | 사진:김지훈 | 도움말:서성준 교수(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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