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의원특권 줄인다더니.. 대선 끝나자 모른척
제18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 등이 경쟁적으로 내놓았던 '정치개혁안'이 대선 후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의 자체가 중단돼 버렸고,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역·민원 사업을 부탁하는 '쪽지'가 난무하는 등 정치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선 후 정치개혁 논의 실종
여야는 대선 과정에서 각종 정치개혁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새누리당은 지난 11월 19일 의원연금 폐지와 국회 윤리특위 강화, 게리맨더링(정치적 목적에 의한 선거구 조정) 방지, 국회의원 겸직 제한 등 이견이 없는 정치개혁 방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당시 "정치쇄신 논의를 하는 것은 좋다"고 했고,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측은 "좋은 일"이라고 했었다.
박 후보는 여야 동시 국민참여경선(오픈 프라이머리) 도입과 공천 금품 수수자 30배 과태료 부과 등을 약속했고, 문 후보는 중앙당 권한 축소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공약했다. 두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고 올해 마지막 국회가 사실상 끝나가고 있지만 정치개혁안은 논의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 권한대행이 원내 회담에서 "차후 정치쇄신 특위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정도의 결론만 낸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국회 때는 정치개혁특위가 두 차례 구성돼 선거법·정치자금법 등을 개정했지만 19대 국회에선 정치개혁특위가 구성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선 이후 정치쇄신안에 대해 본격적 논의가 없었다"며 "새 정부 출범 전후로 특별기구를 만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아직 당내 특위가 구성되지 않았다. 내년 2월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치개혁 깃발 든 인사들 퇴장
대선 과정에서 정치개혁을 앞장서 주장했던 인사들도 줄줄이 퇴장했다. 안철수 전 교수는 대선 이후 미국으로 떠나버린 상태다. 문 후보와 안 전 교수가 합의했던 '새정치 공동선언'도 문 후보의 패배와 안 전 교수의 미국행으로 관심권에서 사라졌다.
박근혜 당선인 측에서 정치개혁 방안 마련을 주도했던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대선 직후 "내 임무가 끝났으니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당에서 떠났다. 문 후보가 정치쇄신을 위해 선대위 새정치위원장으로 영입했던 안경환 서울대 교수도 선대위 해체와 함께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떠나면서 정치쇄신 논의도 사실상 올스톱된 것이다.
◇새 정치 약속하고도 구태 여전
대선 이후 여야가 국회에서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오히려 정치개혁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적잖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예산 심사하는 데 (지역·민원 예산을 반영해 줄 것을 부탁하는) 쪽지가 너무 심하다"며 "종이비행기 쪽지로 질서가 교란되고 예산심사 기조까지 흔들린다"고 했다. 반대로 새누리당은 민주당 측이 선거에서 졌으면서도 자신들의 대선 공약을 반영하지 않으면 예산을 통과시켜 주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의원연금 폐지와 불체포 특권 포기 등 국회의원 특권 줄이기는 여야가 총선 때도 공약했고 대선 때도 한 약속"이라며 "이견이 없는 정치개혁안은 여야가 국회에서 곧바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도 "대선이 끝나자 여야의 정치개혁 약속이 흐지부지되고 있다"며 "박 당선인이 공천제도 개혁과 정당 민주화 등 정치쇄신 방안을 인수위에서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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