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교수 "박근혜의 실패 예단하고 미리 악담할 이유가 없다"

김범수기자 2012. 12. 28.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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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야 원로가 말하는 '희망 2013'

지난 대선에서 재야 원로 모임을 주도하며 정권교체에 앞장섰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27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가 주장해온 갖가지 의제들을 실행하겠노라고 약속했다"며 "축하에 인색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이 패배했다고 희망을 접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새시대를 설계하고 준비하며 자신과 외부세계의 낡음을 끊임없이 닦아내는 시민 하나하나의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이날 격주간 '창비주간논평'에 기고한 '희망2013'을 찾아서' 신년칼럼에서 "패배의 아픔과 허탈감"으로 "삶 자체를 버리고 싶은 절망감에 빠진 분들이 어떻게든 참고 견딜 수 있도록 공감과 위무의 손길을 뻗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교수는 칼럼에서 이번 대선 결과를 "DJP연합이나 노무현ㆍ정몽준 단일화 같은 이질적 세력의 도움 없이 (야당 후보가)투표인구 48%의 지지를 받았고 1,470만 표라는 기록적인 득표"를 일궈냈다며 국민은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잘 해서도, 문재인 후보의 정치력이나 개인적 득표력이 탁월해서도 아니며 "오로지 그를 찍는 것이 대의에 더 부합한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판단해서 만들어낸 성과"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자신의 칼럼을 상기시키며 그 때는 "새 정부와 각을 세우기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이번 박 당선인의 공약은 자신이 주장해온 '2013년 체제론'으로 착각할 만큼 "기가 찬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박 당선인의 "실패를 예단하고 미리 악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약의 이행을 감시ㆍ비판해야 할 "제1야당이 아직 혼미상태인 데다 시민사회에서 그런 기능을 일차적으로 떠맡은 언론계와 지식인사회의 풍토가 이명박 정부 5년을 거치면서 극도로 황폐"해진 것을 우려했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조차 못했으니 '희망2013'은 실종한 것이 아닌지, '희망2018'이나 '희망2017'을 구상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대해 "대선 위주의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희망2013'이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실행의 경로가 더 복잡해졌을 뿐, 2013년 이후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있고 여기에 그 염원을 감당하려는 사람들의 한결 끈덕지고 담대하며 유연한 활동이 더해진다면 '희망2013'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결국 가장 본질적인 것은 새시대를 설계하고 준비하며 자신과 외부세계의 낡음을 끊임없이 닦아내는 시민 하나하나의 노력"이라며 "그것은 미래의 어느 시기가 아니라 당장에 수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칼럼이 실린 올해 마지막 창비주간논평은 28일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되고 블로그에도 게재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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