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껌값 결제' 딜레마..결제거부 현실화?

정현수|박종진 기자 2012. 12. 27.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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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이하 카드 소액결제 비중 최대 48%..카드시장 왜곡의 원인으로 지목돼

[머니투데이 정현수기자][1만원 이하 카드 소액결제 비중 최대 48%…카드시장 왜곡의 원인으로 지목돼]

단돈 몇천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카드를 긁는 소비습관은 문제가 없을까. 카드 소액결제는 현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편리하지만 전체 카드 결제 시스템을 왜곡시킨다는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결제금액과 상관없이 '건'당 부과되는 카드 부가가치통신망(VAN·Value Added Network) 수수료 탓이다.

VAN 수수료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액다건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면서 근본적으로 결제 행태를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카드 소액결제 문제는 최근 금융당국이 VAN의 수수료 개선 작업에 착수하면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건당 1만원 이하의 카드 결제비율이 전체의 36.5%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5000원 미만의 결제비율도 전체의 19.66%를 차지했다. 카드 결제 5건당 1건은 5000원 미만의 물건을 살 때 이뤄진다는 의미다. 더욱이 1000원 미만의 '껌 값' 카드 결제도 전체의 2.72%에 이른다.

체크카드의 경우 소액결제 행태는 더욱 두드러진다. KB국민카드가 지난 5월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건당 1만원 이하의 체크카드 소액결제 비중은 전체의 48.2%를 차지했다. 5000원 미만의 체크카드 결제비율도 27.6%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카드 소액결제가 보편화된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현금 휴대를 꺼리는 최근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소액결제 활성화는 소비자 편의성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전체 카드 결제 시스템 측면에서는 해결이 어려운 난관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VAN 수수료다. VAN사는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에 네트워크망을 구축해 카드사용 승인 중계와 카드전표 매입업무를 담당한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VAN사에 수수료를 지불한다. 문제는 VAN 수수료가 결제금액에 상관없이 정액제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건당 수수료는 80~150원으로, 평균 120원 가량이다. 1000원을 결제하든 100만원을 결제하든 동일하게 120원 가량의 VAN 수수료가 발생하는 셈이다. 소액결제일수록 카드사의 역마진을 발생시키는 구조다.

실제 5000원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는 가맹점으로부터 2% 가량의 수수료(100원)를 받는다. 하지만 카드사가 VAN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120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크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당 결제금액이 크고 결제건수도 상대적으로 적을 경우 문제가 없지만 소액결제가 보편화되면 카드사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2일 새로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적용되면서 원가산정 방식도 도입됐다. 가맹점의 매출과 카드사의 비용 등을 감안해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이다. VAN 수수료도 여기에 포함된다. 소액다건 가맹점일수록 수수료율이 올라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결국 편의점, 슈퍼마켓처럼 소액다건 결제가 보편화된 가맹점은 새로운 수수료 체계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에서 건당 결제금액이 2만원 이하인 곳에 대해서는 예외조건을 인정했지만 소액결제가 수수료 체계를 왜곡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또 소액결제에 따른 비용 증가가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소액 카드결제를 가맹점이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당국이 1만원 이하 소액결제를 제한토록 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관련 법개정 추진이 백지화됐다. 소액결제 비중이 최대 50%에 이르는 만큼 사회적 합의 없이는 개선방안 마련이 불가능하다.

이명식 한국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 교수)은 "카드를 통한 지급결제가 공공재로서 존속하기 위해서는 카드사, 가맹점, VAN사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소비자도 그 비용을 감당할 필요가 있다"며 "소액결제에 대해서는 현금 등을 사용하게 유도하고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는 등의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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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현수기자 gustn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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