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女회사원, 입사 한달만에 BMW 샀다가

이수기 2012. 12. 2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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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애마가 애물단지로 .. 쫓겨나는 '수입차 푸어''빚 시한폭탄' 원금유예 할부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올 초 중견기업에 입사한 김지영(28·가명)씨. 입사 한 달 만에 3000만원대 BMW 미니를 구입했다. 입사 전까지만 해도 차를 살 생각이 없었지만 친구들이 수입차를 타는 걸 보며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수입차 매장에서 "선납금 1000만원 정도를 내면 월 20만원대에 미니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에 마음이 기울었다. 당시 사회 초년병으로 모아 놓은 돈이 없어 선납금과 200만원가량의 각종 세금은 은행 신용대출로 마련했다. 하지만 차는 구입한 지 11개월 만에 김씨 품을 떠났다. 2개월 납입금을 연체하자 수입차의 계열 캐피털업체가 김씨의 차를 차압해 경매에 넘겼다. 연체된 납입금과 은행 대출이자가 쌓이면서 입사 당시 3등급이던 김씨의 신용등급은 7등급으로 떨어졌다.

 수입차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이 또 다른 '부채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20~30대 젊은 층이 과시 소비세태에 휩쓸려 원금 유예 할부 방식으로 수입차를 샀다가 할부금 등을 갚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것. 특히 내년부터는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에 따라 차량 출고가의 60~70%를 한꺼번에 내야 하는 잔금 납입 해당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입차 잔금을 갚지 못하고 신용등급이 깎여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는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 푸어(car poor)'가 양산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원금 유예 할부는 차를 살 때 차 값의 일부를 내고 36~60개월에 걸쳐 소정의 할부금과 할부이자를 낸 뒤 만기에 유예 원금(잔금)을 내는 식이다. 전단 같은 것에서 보는 '월 ○○만원으로 수입차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문구가 바로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을 광고하는 것이다.

 수입차업체들은 계열 캐피털사들을 끼고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대체로 선납금은 출고가의 30%, 월 할부금은 수십만원 선이다. 한 수입차 딜러는 "할부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월 100만원을 넘는 할부 프로그램은 거의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은 할부금은 결국 큰 잔금 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출고가 5150만원인 아우디 A4 2.0을 선납금 1545만원에 36개월 할부, 월 할부금 34만1675원으로 계약했다면 3년 뒤 내야 할 유예 원금은 3347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원금 유예 할부 프로그램은 2003년 국내에 도입됐다.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은 2010년부터라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2010년에는 국내 수입차 판매가 전년보다 48% 급증했다. 20~30대가 수입차 구매객 전체의 40%를 넘어선 시기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20~30대가 2010년 이후 수입차 구매 대열에 대거 합류하면서 원금 유예 할부를 많이 이용했다는 분석이다.

 수입차업계에서는 2010~2012년 3년간 원금 유예 할부를 이용한 소비자들이 '할부 만기에 내겠다'고 한 유예 원금 규모가 총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0년에 계약한 것만 약 3250억원이다. 이 중 약 70%인 2300억원가량이 내년에 갚아야 할 유예 원금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문제는 유예 원금을 갚아야 할 당사자들 중 경제여력이 넉넉지 않은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김지영씨처럼 아예 할부금을 내는 단계에서 연체를 해 차를 경매에 넘기는 경우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수천만원인 유예 원금은 할부금과 비교할 수 없는 거액이다. 유예 원금 지급시기가 몰리는 내년부터 돈을 내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수입차를 산 20~30대들은 "돈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부품 교체 비용과 보험료 같은 것이 워낙 비싸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식품 대기업에 다니는 이태형(32·가명) 대리가 그런 경우다. 올 2월 5000만원대 아우디 A4를 유예 할부로 샀다. 할부금은 월 25만원. 하지만 각종 자동차 관련 지출이 월 100만원을 넘는다고 그는 털어놨다. 번듯한 수입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다른 쓰임새까지 커졌다고 했다. 월 320만원을 번다는 그는 "내 벌이를 감안하지 않고 '확 지른 걸' 후회한다" 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감독 당국은 유예 할부 관련 연체 같은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입차 캐피털업체들은 '영업비밀'이란 이유로 구체적인 자료 공개를 꺼린다. 원금 유예 할부 이용이 늘어나면서 수입차 캐피털회사들의 영업실적은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업계 1위인 BMW파이낸셜코리아는 지난해 4952억원 매출에 69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지난해 매출 3349억원, 영업이익 218억원을 기록했다.

◆ 카 푸어(Car Poor)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비싼 자동차를 구입한 뒤 수입의 대부분을 자동차 관련 비용에 대느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20~30대 직장인 사이에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거액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이자 갚기에 허덕이며 생활고를 겪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에 비견된다. 카 푸어 족은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현재 생활을 즐기는 데 드는 소비성 지출을 꺼리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대변하는 수단으로 인식돼 가는 풍조 또한 차량 과시 소비를 늘려 잠재적 카 푸어를 양산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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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이수기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ret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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