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너간 균형재정..내년 최대 10조 적자예산

양이랑 기자 2012. 12. 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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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내년 예산안에 각종 복지 공약과 경기 부양을 위한 '박근혜 예산' 6조원을 추가하는 편성안을 들고 나오면서 정부의 내년 이후 균형재정 달성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2~2016년 중기 재정계획에서 내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를 균형 상태로 유지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23일 정부 등에 따르면 '박근혜 예산' 6조원을 내년 예산안에 추가하면 관리대상수지 적자 규모가 최대 1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적자 국채를 그만큼 발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근혜 예산'에는 0~2세 무상보육, 0~5세 양육수당, 저소득층 고용보험ㆍ국민연금 지원 등 1조7000억원 규모의 박 당선인 공약과 중소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 등 4조3000억원 규모의 새누리당 예산이 포함된다.

◆ '박근혜 예산' 반영하면 내년 최대 10조 적자예산 편성 예상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이같은 예산 증액을 내년 예산안 삭감 규모와 무관하게 추진하고 국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방식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부족한 민간 수요를 대체할 유효 수요를 만들기 위한 재정 투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임기내내 공을 들여온 균형재정 목표 달성은 상당기간 미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2012~2016년 중기 재정계획에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를 내년 -0.3%(4조8000억원)로 줄여 사실상 균형재정을 이룬 뒤 2014년 0.1%, 2015년 0.1%, 2016년 0.5%의 균형 내지 흑자 재정을 유지해간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정부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가 ±0.3% 범위 안에 드는 것은 국제 관례에서 균형재정으로 본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현재 총수입, 총지출을 대폭 수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6조원을 적자 국채 발행으로 마련한다면 내년 적자폭은 10조8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GDP 대비 0.7%에 해당하는 것으로 균형재정 범위를 벗어난다.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증액 규모가 보통 예산안 심사에서 수정되는 범위(3~4조원)를 훌쩍 넘어선 것인데다 현재까지 예산안 심사에서 감액된 규모는 1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예산안은 원안대로 가는 게 바람직하고 0~2세 보육 지원도 소득 하위 70%에 대해서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균형재정 도그마에 빠져도 안돼‥중기재정계획 자체가 낙관적 편성

'박근혜 예산'이 아니더라도 대내외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적자예산 편성은 불가피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경기 부진으로 세수가 목표치에 못미치고 있다. 올해는 3조~4조원 가량 목표치에 미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중기 재정계획을 짤 때 전제로 했던 연간 성장률이 최근의 경제상황과 비교하면 매우 낙관적이다. 올해 3.3%, 내년 4.0%, 2014년 4.3%, 2015년 4.5%, 2016년 4.5%이다. 하지만 올해는 2%대 초반, 내년에는 3% 안팎의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성장률이 목표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세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재정수지는 당초 계획 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해 5년간 투입하겠다는 135조원을 주로 세출 구조 개선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부자 증세 등 세입구조 개편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많다. 또 박 당선인의 '경제과외 교사'인 불리는 김광두 새누리당 힘찬경제추진단장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약 10조원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초 미국의 재정절벽 등 불확실성이 커서 필요하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주변 여건상 재정 부담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GDP 대비 -0.3% 적자도 엄밀한 의미에서 균형재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최근 추세라면 이 비중은 내년 -1~2%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재정건전성은 반드시 지켜야하는 마지노선과 같은 존재지만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할 때 균형재정 도그마에 빠지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지금은 탄력적인 정부의 재정 역할이 필요한 때다"고 강조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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