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어디나 있는 돌무덤, 이곳에만 없는 이유

2012. 12. 2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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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오마이뉴스 > 와 < ㈔생명의숲국민운동 > 은 7월부터 12월까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 편집자말 >

무성한 나머지 비밀스러워 보이는 숲의 다른 이름 곶자왈

ⓒ 김종성

제주의 올레길이 5년 만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스무 개가 넘는 올레길에는 바닷길, 포구길, 마을길, 숲길, 오름길 등이 있다. 누군가 내게 걸었던 제주의 길 중 가장 좋았던 길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주저없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길을 말할 수 있다.

이름도 생경한 곶자왈이 그곳.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이라는 뜻의 제주이름이다. 화산섬 제주도의 형성 과정에서 생긴 독특하고 울창한 숲을 말한다(숲을 뜻하는 '곶'과 수풀이 우거진 '자왈'을 결합한 제주 고유어다).

곶자왈은 북쪽 한계 지점에 자라는 열대 북방계 식물과 남쪽 한계 지점에 자라는 한대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이다. 한겨울에도 푸른 숲을 유지하는 곶자왈은 그래서 '제주의 허파'라고도 불린다.

제주의 곶자왈은 크게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 애월 곶자왈 지대, 조천~함덕 곶자왈 지대,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 등 네 곳이 있다. 모두 독특한 특징을 갖추고 있는데 이 중에서 일반인들도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이자 올레 11코스, 14-1코스에도 있는 무릉 곶자왈을 걸어 보았다.

이곳은 제주의 여러 곶자왈 가운데 가장 긴 숲길이며, 2008년 아름다운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았다.

마을에 도착했음을 안심하게 해주는 표지석이 정답다.

ⓒ 김종성

정겨운 대문 정낭이 걸쳐져 있는 마을 무릉리

ⓒ 김종성

마을 무릉리, 무릉도원을 닮았다

제주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신평리행 버스를 타고 신평 삼거리에서 내려 차도를 따라 20분을 걸어가면 무릉 곶자왈을 품은 마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가 나온다(신평 삼거리에서 무릉2리 가는 마을버스도 있다). 집 돌담위로 마을자랑을 해놓은 손글씨가 웃음짓게 한다. 그 중 마지막 자랑이 '다정, 다감한 무릉도원마을'이다.

어느 집 정낭(제주식 대문) 너머로 마늘밭을 돌보고 있는 할머니, 마을의 유일한 가게 '정자상회'앞에 놓인 쉬어 가고픈 편안한 평상, 집 돌담 앞에 가꿔놓은 예쁜 꽃들 등을 지나치니 정말 무릉도원에 온 듯 하다. 게다가 이 마을에는 아이들의 체험학습과 올레길을 걷는 어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도 쓰이는 마당 넓은 무릉생태학교가 있다.

올레꾼들의 숙소이자 무릉리 곶자왈로 가는 길이 있는 무릉생태학교

ⓒ 김종성

무릉생태학교 운동장의 한쪽에 올레길을 알리는 리본과 함께 무릉 곶자왈로 가는 좁은 길이 나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하여 만든 무릉생태학교에 하루 묵기로 하고 짐을 풀고 나니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몸국도 먹고 싶고 마을과 곶자왈에 관해 물어볼 겸 가까운 무릉2리 사무소에 들렀다. 마을회관과 붙어있는 리사무소의 한 직원은 무릉 곶자왈에 간다는 내 말을 듣더니 혼자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라며 안내해 주겠단다.

"정말 마을 이름이 무릉도원에서 유래된 말이냐"고 물어보니 제주 토박이라는 리사무소 직원은 무릉 곶자왈에 들어가 보게 되면 알게 된단다. 마을 이름을 탄생케 한 곳이라니 뭔가 비밀스러운 곳일까 싶어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이제부터 약 5km의 천연 원시림의 곶자왈 숲길이 펼쳐지는 것이다.

밀림같은 숲속에서 올레 리본이 길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 김종성

제주 최후의 자연, 곶자왈

화산이 분출할 때 용암의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자연환경을 만드는데, 점도가 낮은 물렁한 용암은 강물처럼 멀리 흘러가면서 용암동굴을 만든다. 점도가 높은 딱딱한 용암은 멀리 흘러가지 못하고 주변에 꾸물꾸물 흘러가면서 굳는다.

이런 용암은 굳어가면서 쩍쩍 갈라져 돌무더기 땅을 만든다. 시간이 흘러 이 돌무더기 땅에 울창한 숲이 만들어진다. 곶자왈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곶자왈을 용암숲이라고도 한다.

곶자왈은 제주의 자연생태 및 주변 마을과 공동체 문화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곶자왈 지대는 흙이 별로 없고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들이 두껍게 쌓여 있다. 아무리 많은 비가 오더라도 빗물이 그대로 지하로 스며들어 맑고 깨끗한 제주의 지하수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한 한겨울에도 푸른 숲이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수많은 동물과 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어준다.

곶자왈 들머리의 나무들, 보는 사람을 벌써부터 빨려들게 한다.

ⓒ 김종성

곶자왈이 일반 다른 숲들과 구별되는 것은 '파호이호이'와 '아아'의 존재다. 용암의 표면이 밋밋하고 작고 완만한 언덕들이 잘 발달한 지형으로 표면에 밧줄 모양의 무늬가 있는 용암이 '파호이호이'다. 반면 용암층의 위아래 표면이 까칠하고 날카로운 용암은 '아아'라고 한다. 곶자왈만큼이나 이국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명칭이다.

12월 초겨울에 들어선 곶자왈은 겨울숲 같지 않다. 소나무, 상동나무, 꾸지뽕나무, 탱자나무 등의 수목으로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어찌나 초록빛이 짙은 지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 초록으로 짙게 충전되는 기분이 든다.

햇볕을 가리는 깊고 짙은 숲에선 혼돈과 두려움, 신령스러움도 느껴진다.

ⓒ 김종성

용암아래 공간이 생기면서 난 동굴들 속엔 박쥐가 살고 있다고 한다.

ⓒ 김종성

'잣담'이라 불리는 곶자왈속 오래된 돌담이 이채롭다.

ⓒ 김종성

무성한 숲의 생명력

다양한 식물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게 마치 풍성함과 혼돈이 공존하는 밀림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아름다운 숲 상을 수상한 곳 답게 신비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덤이다.

용암아래 공간이 생기면서 난 크고 작은 동굴들도 곶자왈을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입구는 작지만 시커먼 저 속이 얼마나 깊은지 상상도 안 되는 동굴엔 박쥐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무성하다 못해 정글 속 같은 숲속의 생명력이 온몸을 휘감는 것 같다.

곶자왈이 얼마나 깊고 짙은 숲인지는 무덤이 없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바닷가, 숲, 오름 등 제주섬 어디에서나 산담을 두른 무덤이 있는데, 이곳 곶자왈엔 없다. 대신 제주의 상징 현무암 돌담은 곶자왈에도 존재한다.

제주어로 '웃빌레질'라고 불리는 용암의 흔적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곶자왈의 한 지형.

ⓒ 김종성

무릉 곶자왈은 신평리~무릉리 간의 제주 올레에 의해 처음 공개된 비밀의 숲이다. 인간이 쓸모없다며 버린 숲이 인간에 의해 다시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옛날 복숭아나무 군락지에서 마침내 무릉리 마을 이름의 유래를 알게 되었다. 봄에 이 주변에 복숭아꽃이 만발하여 무릉도원이라는 명칭의 근원지가 되었다고 한다. 웃빌레질(길)이라 써있는 곳에서 무릉 곶자왈은 끝나고 길은 신평(리) 곶자왈로 이어진다.

돌아올 땐 다시 오던 길로 회귀하면 된다. 깊은 숲속이다 보니 주황색, 파랑색의 올레 리본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너무 늦은 시간에 혼자서 들어가면 길을 잃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무릉 곶자왈 문의는 무릉2리 리사무소 064-792-1732, 무릉생태학교 064-792-2333).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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