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꾸중들은 초등생 집에서 목매

2012. 12. 2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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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담임교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초등학생이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20일 오후 1시 20분경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6학년 김모 군(12)이 문틀 윗부분에 설치된 그네철봉에 태권도 띠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김 군의 어머니가 119에 신고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21일 오전 5시 10분경 숨을 거뒀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 구로경찰서와 유족에 따르면 20일 김 군은 수업이 모두 끝난 뒤 담임교사에게서 "네 부모님과 네가 괴롭힌 애들 부모님을 부르겠다"라는 꾸지람을 들었다. 김 군은 18일 연필로 11쪽 분량의 그림을 그렸는데, 담임교사에 대한 욕과 함께 친구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놓았다. 이를 본 담임교사는 김 군에게 수업이 끝나고 남으라고 했지만 김 군은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이어 교사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관찰지도를 부탁했다. 김 군의 어머니는 "솔직하게 일기를 한 장 정도 써 보라"라고 했다. 당시 김 군은 '피해를 입었지만 참아보자. 친구를 잘 사귀겠다'라고 적었다. 김 군이 실제 학교생활에서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외부 침입의 흔적이 없어 교사 꾸지람에 심리적으로 위축된 김 군이 자살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김 군의 고모부는 "수업 후에 15분 정도 꾸중을 듣고 와서 바로 그렇게 목을 맨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2학기에 현재의 초등학교로 전학 온 김 군은 이전 학교에서 3학년과 5학년 때 반 회장을 할 정도로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군이 재학 중인 초등학교의 교장은 "정서행동특수검사를 했을 때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라며 "다만 김 군이 주변 친구들을 놀리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해 담임교사와 김 군의 어머니가 계속 상담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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