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올라..수도·고속도로 통행료 잇따라 인상

강도원 기자 2012. 12. 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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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을 실감하는 2012년 세밑이다. 야채와 수산물 등 신선식품과 두부·콩나물·소주 등 서민 식탁 물가 인상이 줄줄이 예정된 데 이어 이번엔 정부가 올해가 가기 전에 공공요금 인상까지 검토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를 기조로 내 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경우 쉽사리 공공요금 인상을 이야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요금 산정기준을 뜯어고치는 점도 올해 공공요금 인상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다.

◆ 내년 수도요금 가구당 141원 인상…수공 연 매출 500억 늘어

내년 1월 1일부터 수도요금은 가구 당 141원씩 오른다. 국토해양부는 21일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방자치단체 등에 공급하는 광역상수도와 댐 용수 요금을 톤당 13.8원(4.9%)과 2.37원(4.97%)씩 각각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정에 공급되는 수도 요금은 한 달 평균 1만1429원에서 1만1570원으로 141원(1.2%) 오를 전망이다. 이럴 경우 수자원 공사는 1년에 매출 500억원, 순이익 200억원이 늘어난다.

국토부는 "2005년 이후 광역수도 및 댐 용수 요금은 7년 만에 인상하는 것"이라며 "원가 대비 82%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가 올해가 가기 전에 요금을 인상한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들이 나온다.

우선 수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이 13조1조원에 이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박수현 의원의 지난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공의 부채는 2007년 1조6000억원에서 2012년 11조5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007년 16%에서 2012년 6월에는 118.9%로 7.4배나 증가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공공요금 인상 시 공공요금의 책정 수준을 결정하는 '총괄원가' 에 포함되는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구분해 요금을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철도공사가 요금 원가를 계산할 때 철도운송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관광 및 해외 사업 관련 자회사의 사업내용은 제외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관련 사업비용까지도 소비자가 억울하게 떠안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내년 총괄원가가 산정되면 수공 역시 요금인상이 자유롭지 않다. 7년 만에 급작스럽게 요금인상에 나선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총괄원가가 시행되면 요금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4대강 공사 때문에 발생한 과도한 비용 때문에 요금을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수도 요금과 4대강 사업비는 이익과 부채가 따로 관리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 매년 오르는 민자고속도로, 이번에도 예외 없어

민자고속도로 요금 역시 오른다.

국토부는 27일부터 총 9개 민자고속도로 중 8개의 통행료를 노선별로 100~400원가량 올린다고 밝혔다. 1개 노선(용인-서울)은 이미 6월 인상됐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도로는 7700원에서 8000원으로, 천안-논산은 8700원에서 9100원으로, 대구-부산 노선의 경우 9700원에서 1만100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민자도로는 민자 법인이 조성해 30년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을 모두 갖는다. 초기 조성비용과 운영비, 관리비는 민자 법인이 제공한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민자 법인들은 매출액이 40억~50억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인마다 다르지만, 인천공항노선의 경우 통행료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이라며 "이번 요금이 4%가량 인상돼 40억원 이상 매출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자도로는 민자법인이 초기 도로 건설비용을 다 내기 대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조성한 도로의 통행료가 공공요금인 것과 달리 민자도로의 통행료는 정부가 규제하지 못한다.

결국 정부의 재원을 줄이기 위해 국민들은 요금인상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민자도로를 30년 운영할 경우 30년 내내 2~4%씩 요금을 올려줘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요금을 안 올려주면, 손해보는 만큼 정부 재원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며 "도로 사용자들만 내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돈이 들어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도 불안한 상황이다. 신임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취임 소감을 통해 "전력 요금 인상의 해법을 찾겠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싸게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정상수준으로 인상해 에너지 민주화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각종 공산품의 요금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크다.

◆ "올해 안 올리면 내년에 더 올릴 수 밖에"

정부는 올해 안 올리면 내년에 더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요금이란 것이 원가가 다 공개되다 보니 올해 인상을 못하면 내년에 추가로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요금 인상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고 전기가 오르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상황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다른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무조건 요금만 올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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