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치르고나니 '페친'이 사라졌다?

홍재의 기자 2012. 12.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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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홍역 앓은 SNS는 '피곤해'..친구인줄 알았는데 정치적 입장이 이렇게 달랐다니

[머니투데이 홍재의기자][대선 홍역 앓은 SNS는 '피곤해'···친구인줄 알았는데 정치적 입장이 이렇게 달랐다니]

# 평소 페이스북(이하 페북)에서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던 A씨. 트위터를 하던 A씨는 2010년 페북 열풍을 타고 친구들과 더 긴밀하게 지낼 수 있는 이곳으로 옮겨 탔다.

그런데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활발하게 교류하던 친구 12명이 최근 페북 친구(페친)를 끊었다. A씨는 평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글을 올린 후 일어난 일이라고 보고 있다. A씨 역시도 자신과 성향이 다른 친구 2명과 관계를 끊었다. 지지후보가 다른 페북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유독 그 두 사람은 공감할 수 없는 글을 올려 참고 볼 이유가 없었다.

# 페북에서 평소 IT나 창업 관련 의견을 적극 게재하던 B씨. 최근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상대 정당에 불리한 글을 반복해 올렸다. 한 페친은 정치적인 글을 올리는데 안타까움을 나타냈으며, 또 다른 페친은 B씨가 올리는 글이 불쾌하다며 페친을 끊겠다는 댓글을 남기며 사라졌다. 이에 대한 B씨 역시 '갈테면 가라'였다.

제 18대 대통령선거를 지나며 페북에서 벌어진 치열한 선거전 결과는 연신 '좋아요'를 누르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SNS에서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글이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피로도'는 물론 '호불호'에 따른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 특히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응원하는 글보다 상대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페친 관계'가 '절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후 선거 승패를 가늠할 전장으로 바뀐 트위터에서 이미 나타난 현상이지만 이번 대선을 거치며 페북으로 확산된 셈이다.

상대와 자신이 서로 팔로잉 하는 '맞팔'을 100%를 철칙으로 삼아 온 트위터 이용자 서모씨(27)는 몇 달 전부터 프로필 사진도 없는 팔로워들이 급격히 늘어나 정작 친구들 글을 읽기가 어려워졌다.

서씨는 "가끔 맞팔을 해주려고 하면 계정이 정지당한 경우도 많고 대부분 정치성향 프로필을 써놓은 트위터리안"이라며 "이들이 올리거나 리트윗하는 글도 대부분 편향된 정치 관련 글이라 타임라인 읽기가 싫다"고 하소연했다.

서씨뿐만 아니라 트위터에는 "내가 오늘 특정 후보의 지지 트윗을 해서 1000여 명에게 차단 또는 '언팔(팔로우를 끊는 것)'을 당했다. 그중 적어도 70% 이상은 상대 후보의 지지자라서가 아니라 그저 정치 트윗이 싫은 이유에 그랬다는거(@ggam***)", "팔로잉중에 정치적인 맨션을 많이 하는 유명인을 언팔했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내 타임라인을 온통 선거이야기와 정치적 이야기로 도배하긴 싫다(@shoo***)"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페북의 경우 트위터와 달리 장문의 길을 주고받는 등 비교적 서로에 대한 일상이나 가치관에 대한 공감대가 상대적으로 컸다. 하지만, 그간 나누지 않던 정치분야로 옮겨가자 "헉! 내가 이따위 사람과 친구?", "이 사람 이렇게 안봤는데…"라는 불편한 심기가 드러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SNS 전문가인 배운철 소셜미디어전략연구소 대표는 "올해 총선과 대선이 겹치면서 정치가 자연스러운 국가적 이슈가 됐다"며 "트위터를 정치세력화 해 정보를 확산시키는 장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피로도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트위터는 굳이 언팔을 하거나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아 볼 리스트를 설정해 한정된 사용자의 글만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배 대표는 "반대로 페북은 친구들이 올리는 글을 전부 봐야하기 때문에 한 친구가 갑자기 자신과 성향이 다른 정치 이슈를 쏟아내면 불편한 감정이 들어 페북 친구를 끊는 경우가 최근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팟캐스트 '까칠맨의 버럭질' 운영자 최익상씨 역시 "트위터가 정보를 단방향으로 쏟아내는 성격이라면 페북은 긴 호흡의 글이 가능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과거 '싸이월드'와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용자가 많았는데 선거를 치르면서 트위터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당수의 누리꾼들이 정치 이슈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SNS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관련 논쟁은 대선이 끝난 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위터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피해 페북으로 피신 왔던 이용자들은 앞으로도 정치 이슈와 관련된 글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최씨는 "페이스북은 특정 후보 반대 페이지가 개설되는 등 동일 목적의 집단행동을 하기 좋기 때문에 대선이 끝난 뒤에도 페북은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정치 성향의 글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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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홍재의기자 h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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