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도 왕따.. 30대 늦깎이 여대생, 과후배 고소

정상혁 기자 2012. 12. 2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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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고 왜 왔나" 따돌림, 복학 땐 SNS로 왕따당해.. 대학 인권위선 "참아라" 답변만

30대 늦깎이 대학생이 왕따를 당했다며 같은 대학 학생을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경기도 소재 한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A(여·30)씨는 지난 18일 "'나이 많이 먹고 대학은 왜 왔느냐'는 등 모욕감을 주는 말로 왕따를 당했다"며 과후배 B(여·20)씨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입학 직후부터 아홉 살가량 어린 학과 동기들에게 '(A씨가) 우리 학과 욕을 하고 다닌다', '언니 때문에 학과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다. 이 학과의 전통은 선배들에게 4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이지만, 후배들은 A씨에겐 인사를 하지 않았다.

지난 9월 복학한 A씨는 "개인 사정으로 휴학하고 1년 반 만에 돌아왔는데, 왕따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고소장에서 A씨는 "내가 복학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 학과 10학번 학회장이 학과 임원들에게 'A씨와 어울리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12학번 학회장이 이 학과 학생들에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른 살인가 넘으신 선배님 한 분이 복학을 하셨다. 선배님들 다 싫어하시고 과에도 도움 안 되니까…(다른 선배들이) 웬만하면 어울리지 말고 지금처럼 저희 반만 똘똘 뭉치길 바라신다'는 내용의 전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고소를 당한 B씨와 학과 선·후배 일부는 A씨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A씨와 입학 동기인 C(여·25)씨는 "A씨는 평소 자기 할 말만 하고, 이기적으로 구는 등 태도에 문제가 있었는데 본인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얼마 전에 만나 A씨에게 사과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그 사람 입장에서 기분이 나빴을 수 있지만, 고소까지 할 건 아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A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가 9년 만에 대학에 입학한 만학도(晩學徒)다. 2000년 6월, 당시 고3이던 A씨는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육성회비로 낼 40만원이 없어 학교를 자퇴했다. 그는 빚 6억원을 갚기 위해 강남 일대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며 돈을 벌기도 했다. 빚을 모두 갚은 A씨는 자신의 꿈이었던 승무원이 되기 위해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 2010년엔 이 대학 항공 관련 학과에 지원해 합격했다.

A씨는 지난 10월 교내 인권위원회를 찾아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건의해 학과장 면담까지 했지만, '참으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A씨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지난번에도 교내 다른 학생이 '왕따 놀이에 지쳤다'는 편지를 남기고 자퇴한 일이 있었다"며 "왕따는 범죄고,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라는 점을 알려 더는 이로 인한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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