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대 文 지지층, 대선 뚜껑 열리니 멘붕
"투표율이 올라갈 때만 해도 희망을 가졌는데 실제 결과는 그동안의 여론조사와도 너무 차이가 나는군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반대 진영을 지지했던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느끼던 여론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절감했다.
진 교수만이 아니다. 19일 치러진 18대 대선은 SNS를 달궜던 투표 독려 등으로 15년 만에 75.8%라는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높은 투표율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SNS 세상은 환호했다. SNS 이용자들이 웹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비쳐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SNS 이용자들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대선이 끝나면서 SNS 이용자들 사이에 소통의 도구라는 SNS가 오히려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SNS 불통론'이 커지고 있다.
SNS를 통해 듣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아니라 결국 내 생각의 메아리일 뿐이었다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20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됐다. SNS를 통해 타인들과 교류가 많아졌다는 것이 사실상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집단의 의견에 함몰되도록 만들어버렸다는 것.
한 네티즌은 대선 결과를 확인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SNS 세상의 여론과 현실의 여론은 너무 달랐다"며 "세상을 보기 위해서 SNS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SNS를 통한 의견 교환의 취약점이 이번 대선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는 특성상 자기와 맞는 사람하고만 만나게 되는 소통의 부재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이번 대선 결과에서 이러한 SNS의 특성을 인지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8대 대선 이후 SNS 불통론이 커진 것은 세대별로 지지 후보가 명확히 갈렸다는 점도 한몫했다.
주된 사용자 층이 20~40대인 SNS상에서는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표심을 접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 효과는 강력했지만 효과는 20~40대에 국한됐다"고 진단했다.
18대 대선이 세대간 대결 구도가 되면서 SNS 세상에서는 특정 후보가 대세인 것처럼 비쳐지지만 현실은 달랐다는 얘기다.
SNS 불통론은 주 사용자인 20대에서도 박근혜 당선인의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았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들은 같은 20대 내에서도 박근혜 지지자가 많다는 것을 몰랐다"며 "20대도 결국 그들이 아는 20대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SNS는 정보의 공유보다는 감정의 공유가 확산이 더 빨라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의견을 주고받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SNS의 여론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SNS에 글을 올리기보다는 투표로만 거부 의사를 나타낸다는 지적이다.
SNS 이용자들 역시 소통 채널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대 한 트위터 이용자는 "침묵하고 있던 이웃들이 박근혜 후보를 찍는지도 몰랐다"며 "내 세계 밖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지 알아봐야겠다"고 글을 남겼다. 네티즌 이찬 씨도 "내 생각보다 현실에는 더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타인의 의견을 너무 쉽게 판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적었다. SNS 불통론이 확산되면서 이번 대선을 계기로 젊은 층의 SNS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곽금주 교수는 "SNS상에서 많은 사람과 네트워킹을 하고 있어도 그것이 얼마나 질 높은 관계를 형성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환 기자 / 장재웅 기자 / 윤진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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