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소설가 한승원과 떠나는 별별 여행]서산 간월도

2012. 12. 1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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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절이요, 절이 섬인 곳..진리를 찾다

"간월도에 터를 잡은 간월암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겉보기에는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암자가 품은 내력은 결코 만만찮다. 절집 마당에 올라 하늘과 바다, 해와 달을 가슴에 품으면 무학대사가 왜 이곳에서 득도했는지 느껴진다." (소설가 한승원)

간월도(看月島)는 서해의 작은 섬이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있다. 온전한 섬으로서 제 몸을 지킨 것은 1984년 천수만방조제사업 이전이다. 지금은 바다가 아닌 간월호에 갇혀 있다. 하루 두 번씩 밀물과 썰물 때 섬과 육지가 된다. 손바닥만한 이 섬에 조막만한 간월암(看月庵)이 들어앉아 있다.

소설가 한승원(73)이 간월도를 처음 만난 건 2010년. "자그마한 섬에 절이 꽉 찼다"는 말을 듣고 아내와 함께 찾았단다. 그는 "간월도는 '섬이 절이고, 절이 섬인 곳'이다. '진리'를 찾는, 작지만 존귀한 섬"이라고 말했다.

서해의 작은 섬 간월도는 '달을 보는 섬'이다. 한승원은 "무학대사가 득도한 이 섬에서 절대 고독을 느끼고 진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섬이 품은 암자는 내력이 깊다. 불리는 이름도 여럿이다. 피안도(彼岸島)에서 유래한 피안사(彼岸寺), 물 위에 떠 있는 연꽃과 비슷하다 해서 연화대(蓮花臺), 또는 낙가산(落伽山), 원통대(圓通臺)라 불렸다.

지금의 이름은 무학대사에서 유래했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득도해 암자 이름을 간월암이라 지었다고 전해진다. 스승인 나옹선사는 '더 배울 게 없다'며 무학(無學)이라는 법호를 내렸지만 정작 자신은 '배운 것이 없다'며 무학(無學)이라 했다. 간월암은 이후 조선왕조의 억불정책으로 폐사된 것을 1941년 만공선사가 중창해 오늘에 이른다. 만공선사는 이곳에서 해방을 위해 천일기도를 드렸고, 곧바로 광복을 맞았다고 전한다.

한승원은 "산에서 수도하는 것과 바다에서 수도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산은 날마다 변화하지만 바다는 변화가 거의 없다. 매일 보는 것만 보기 때문에 절망을 많이 느끼게 된다. 간월암에서 수도하는 스님들은 아마도 공력이 높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간월도는 여전히 풍광이 아름답다. 간월암과 한 몸을 이룬 자태가 절묘하다. 섬이 끼고 있는 천수만과 간월호는 철새들의 고향이다. 주차장에서 야트막한 둔덕에 오르자 바람 끝이 매섭다. 멀리 물러난 바다, 갯벌을 걷는다. 갯벌에는 소라, 고동, 방게가 지천이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신난다.

간월도는 이름 그대로 '달을 보는 섬'이다. 한승원은 그러나 '진리를 보는 섬'이라고 했다. 그는 "달은 '진리'를 상징한다. 불교의 < 원갑경 > 에 '달을 보라면 달을 보지 왜 손가락을 보느냐'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진리를 보지 못하고 엉뚱한 것만 보는 것을 비유한 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견(見)월암'이 아닌 '간(看)월암'이라 했을까.

간월암 마당의 돌탑.

"'간(看)'자는 눈 위에 손을 올리고 멀리 본다는 뜻이다. 아마도 멀리 있는 달을 보기 위해 '견(見)'이 아닌 '간(看)'자를 쓴 것 같다."

한승원은 다산 정약용과 혜장 스님을 예로 들었다.

"정약용 선생이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할 때 혜장 스님과 편지를 나눴다. 이를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 < 견월첩 > 이다. 이는 '진리를 주고받은 책'이란 뜻이다. 따라서 간월도는 '진리를 보는 섬', 간월암은 '진리를 찾는 암자'다."

한마디로 스님들은 진리를 깨닫기 위해 이 섬에 들어온다는 얘기다.

간월암 마당 동자상.

해탈문을 거쳐 간월암 마당으로 들자 250년생 사철나무가 푸른빛을 자랑한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시원하다. 대웅전, 지장전, 요사채, 용왕단, 종각, 산신각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촛불을 밝히고 소망을 빌고 진리를 찾는다. 뭍에서 바라본 일몰 풍광도 멋지다. 어디 그뿐인가. 새벽 물안개나 붉은 노을 속에서 펼치는 철새들의 군무 또한 장관이다.

간월도는 그의 장편소설 < 항항포포 > 에도 나온다. 소설 속 주인공 종산과 소연, 묘연도 간월도를 찾는다. 잘못 든 길(세상)을 되짚어가려고 새 길을 찾아 여행을 떠난 곳이 간월도다.

한승원은 "섬은 '절대고독'의 상징이다. 석가모니가 죽을 때 제자들이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야 하나요'라고 묻자 '자신에게 의지해라. 스스로 등불을 밝혀 길을 헤쳐 나가라. 등불은 곧 섬'이라고 답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도 자신들의 길을 찾기 위해 섬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간월암 마당.

바닷바람을 등지고 뭍으로 나오자 허기가 진다. 간월도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은 어리굴젓과 영양굴밥이다. 어리굴젓은 수백 년 동안 이곳 지역민들이 먹은 토속음식이다. 김치 담그듯 굴젓을 담근다. 남자들은 고기를 잡고 아낙들은 굴을 딴다. 굴 따는 현실은 고달프고 지루하고 거칠다. 그래서 어리굴젓엔 짠맛·매운맛에 눈물맛이 배어 있다.

한승원은 "간월도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면서 영양굴밥과 새우 소금구이를 먹었다. 밥 위에 굴을 얹고 김을 싸먹는 맛이 일품이다. 어리굴젓도 한 통 사왔는데 나보다 아내가 더 좋아한다"고 했다.

이곳 어리굴젓은 진상품이다. 무학대사가 먼저 맛을 본 뒤 태조 이성계에게 진상했다. 이때부터 '간월도 어리굴젓'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

간월도 입구에는 어리굴젓기념탑이 우뚝 서 있다. 이곳에서 매년 음력1월15일 '굴 부르기제'가 열린다. 굴 풍작과 마을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300여년째 전승되고 있는 민속 행사다.

그의 고향인 전남 장흥도 바다를 끼고 있다. 그는 바다에 대해 '평생 풀어야 할 철학적 명제'라고 정의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들은 늘 바다를 시원(始原)으로 삼는다.

현재 고향에서 집필 중인 그는 "간월도는 인간이 절대 고독을 느낄 수 있는 섬이다. 세상살이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방문하면 좋다. 절대 고독을 느낄 때 오히려 일이 잘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은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길'이라는 그는 21일부터 아내와 함께 스페인 여행길에 나선다. 또 내년에는 부처의 일생을 다룬 소설과 전봉준 장군의 마지막 100일을 다룬 작품도 출간할 예정이다.

천수만의 철새들. 서산시청제공|스포츠경향DB

되돌아오는 길, '황홀한 일몰'을 보려하자 날씨가 심술을 부린다. 잿빛 하늘과 갯벌 사이에 흰 눈을 얹고 있는 '피안의 세계'가 어둠 속에 더욱 도드라진다.

■찾아가는 길:서울→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29번 국도 갈산 방면→서산방조제 태안 방면→A지구 방조제 지나 이정표에서 좌회전→간월도

■주변 볼거리:부석사, 검은여, 해미읍성, 서산 마애삼존불상, 천수만, 가양산, 팔봉산, 용현계곡, 개심사, 정순왕후생가, 유기방가옥 등

■맛집:서산횟집(041-669-4111), 큰마을영양굴밥(041-662-2706), 맛동산굴밥(041-669-1910), 코뚜레(한식, 041-662-7788), 갯마을횟집(041-662-6176), 구도횟집(041-662-6117), 읍성뚝배기(곰탕, 041-688-2101) 등

■축제:부석면 창리 '서산버드랜드'(041-664-7455)에서는 1월1일 오전 6시30분부터 '해맞이 행사'를 연다. 북 공연을 시작으로 신년 기원제, 해맞이 북 울림, 소망풍선 날리기, 해돋이 감상, 신년 덕담, 가래떡 나눔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숙박:용현자연휴양림(041-664-1971), 간월민박(041-662-0895), 천수만민박(041-663-7572), 윈체스트콘도(041-666-8800), 바다사랑펜션타운(011-779-4100), 벌천포민박(041-669-5827), 삼길포펜션(010-3657-2357) 등

■문의:서산시청 문화관광과 (041)660-2499

< 서산 | 글·사진 윤대헌 기자 caos999@kyunghyang.com >모바일 경향 [ 경향신문| 경향뉴스진] | 공식 SNS 계정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 ⓒ 스포츠경향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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