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포털·언론사에 뒤늦게 자료요청..부실수사 자인?

2012. 12. 1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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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기록도 확인 안 하고 '댓글 증거 없다' 발표

[미디어오늘 허완 기자]

국정원 직원의 '댓글' 여론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16일 3차 TV토론 직후 경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포털사이트 업체에 자료요청 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던 것이다. 경찰은 뒤늦게 미디어오늘을 포함한 각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에 자료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수사의지에 물음표가 제기되는 것은 물론, '졸속' 브리핑으로 인한 선거개입 논란을 비켜가기 어렵게 됐다.

서울수서경찰서는 17일 미디어오늘에 통신자료 제공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6개 포털 업체들과 32개 언론사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이 전달됐다. 13일자로 결재된 이 공문에서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를 위해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웹사이트 가입정보 일체"를 달라고 요청했다. 자료요청 범위는 2012년 1월1일부터 12월13일까지이고, 경찰은 김씨를 "피의자"라고 표현했다.

수서서 사이버팀 강성우 경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사이트에 가입한 사실이 있는지, 가입 여부와 가입이 됐다면 아이디나 가입일자 (등의 정보)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경장은 "포털들은 영장 없이는 가입자 정보를 줄 수 없다고 하고 있고, 언론사들 일부도 그렇게 회신을 하고 있다"며 "전기통신법상 (통신자료제공요청에 응하는 게) 의무가 아니라고 판결이 나서 저희는 요청을 드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 경장은 "(언론사나 포털에 자료요청 공문을) 보낸 날짜는 다 다르다"고 덧붙였다.

▲ 서울수서경찰서가 발송한 통신자료제공요청 공문.

경찰은 지난 16일 3차 TV토론 직후 발표한 '중간수사' 브리핑에서 김씨의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컴퓨터를 임의제출한 지 3일만이었다. 김씨가 댓글을 달았다면, 그 기록은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각 사이트의 로그 기록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경찰은 컴퓨터만 분석해놓고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것이다.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김씨의 아이피(IP)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윗선(서울지방경찰청)이 오후 11시에 보도자료를 내라'는 지침을 받아 보도자료를 냈다'고 말했다"며 "경찰이 인터넷 카페 등에 김씨가 악성 댓글을 달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확인했어야 할 포털사이트 로그 기록을 전혀 분석하지 않은 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경찰은 김씨의 아이디와 닉네임 등의 자료를 확보하고도 자료요청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자료요청은 물론, 김씨가 이 아이디나 닉네임으로 댓글을 달았는지 여부에 대해 검색조차 하지 않았다. 더구나 경찰은 '뚜렷한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청구하지도 않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기상으로 밤 11시에 중간수사 발표를 한 적은 역사상 없었다고 알고 있다"며 "그 내용이 사실 하드 드라이브 내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댓글은 하드에 남는 것이 아니라 트위터면 트위터 서버에 있고 포털이면 포털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 교수는 "(수사를 통해) 아직까지 뭔가 나온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 문제는 왜 그 시점에 그런 발표를 했느냐는 것"이라고 경찰의 '의도'에 물음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은 17일 오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댓글 작성이 있었을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도자료 배포를) 내가 주로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17일 논평에서 "결국 해당사건을 수사하는 현장 지휘서가 책임지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서울경찰청장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돼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부실수사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장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어젯밤 중간 조사결과 발표는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정치적 판단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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