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안철수엔 투명망토, 정동영 말은 귀에 쏙쏙

2012. 12. 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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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안철수 전 후보의 광화문 유세 깜짝 등장 대신 그의 트위터 글만 소개한 15일 MBC < 뉴스데스크 > .

ⓒ MBC

"MBC 기자로서, MBC 노동조합 조합원으로서 부끄럽고 죄송할 뿐입니다. 김재철 권재홍 그리고 김장겸 정치부장. 공정방송과 저널리즘을 가혹하게 고문하는 이근안 같은 인간들을 상대로 무기력할 뿐입니다. 2012년 오늘을 어찌 사죄할까요.

더이상 일희일비할 것도 없다 생각했는데, 2012년 12월 15일 오늘 뉴스데스크와 함께 참담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공정방송을 마구잡이 고문하는 저 일당들을 상대로 무기력하네 죄송하네 하는 반성을 넘어 구체적인 실천을 고민 해 보겠습니다. 전 MBC 기자입니다."

MBC 이용주 기자는 왜 사죄를 해야 했을까. 그가 MBC < 뉴스데스크 > 를 시청한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참담한 심경을 토로한 글이다. 대선을 4일 앞둔 15일 < 뉴스데스크 > 의 보도가 도대체 어땠길래?

대선 보도를 최대한 자제하거나 기계적 균형으로 일관해온 MBC < 뉴스데스크 > 는 이날 머리기사로 '네거티브 공방'을 내세웠다. 앵커인 신동호 아나운서는 "선거전 막판 판세가 초빙빅양상을 보이면서 의혹 제기와 막말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네거티브' 프레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더욱이 MBC에 안철수는 없었다. 이날 문재인 후보의 광화문 유세에 깜짝 등장, 문 후보와의 포옹으로 "안철수가 미디어를 이해한다"는 평을 들었던 안철수 전 후보의 그 '그림'을 MBC는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한 주 전 "안철수 전 후보 보도를 자제해 달라"던 새누리당의 이정현 공보단장의 지침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광화문 유세 현장. MBC < 뉴스데스크 > 는 안철수 전 후보의 등장은 보도하지 않았지만, 노란 목도리를 한 안철수 전 후보의 모습은 풀 샷 영상으로 방송됐다.

ⓒ MBC

"MBC 뉴스,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지경이다"

대신 MBC는 14일 오전 안 전 후보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소개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과정이 혼탁해지면 이겨도 절반의 마음이 돌아섭니다"란 내용의 이 글에 대한 논란은 안철수 전 후보가 광화문 유세 깜짝 등장하면서 일단락됐다. 새누리당의 '십알단' '국정원' 의혹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 것이다. 하지만 MBC는 이러한 전후 맥락은 쏙 빼놨다.

몇몇 매체가 "안철수, 문재인 지지 철회하나"란 오보를 내기도 했던 이 글을 MBC는 선거 '네거티브' 공세와 연장 선상에서 보도했다. 이어 4번째 꼭지이자 이날의 대선 마지막 보도로 '정동영 노인 폄하 글 논란'으로 마무리하면서 편파성에 정점을 찍었다.

발단은 정동영 후보가 자신의 트위터에 "꼰대들 '늙은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고 '나에게 표를' 던지는 거야"란 20대들에 대한 투표 독려 글이었다. 하지만 실제 정동영 전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글은 그의 의견이 아닌 인용 글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동영 전 의원이 전한 글은 15일 게재된 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너 자신의 청춘을 위해 투표하라'란 서해성-한홍구 대담 중 서해성 교수의 '서해성이 청춘에게' 글 중 일부다.

논란이 일자 정동영 고문이 해당 글을 삭제하고 사과를 하며 마무리된 이 논란을 < 뉴스데스크 > 는 지난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었던 정동영 전 의원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연결하며 논란을 키웠다.

방송이 나간 뒤 SNS는 이용주 기자를 비롯한 MBC 구성원들의 한탄과 시청자들의 비난 여론으로 들끓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청한 MBC 메인뉴스,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지경이다. 내가 이런 느낌인데 파업 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MBC 동료들은 어떤 마음일지."

(@Lee_KwangYong KBS 이광용 아나운서)

"역시 MBC. 안철수 깜짝 등장은 슬그머니 빼고 그가 올린 트위터 이야기로 광화문 유세 소식을 마무리 하는군. 그리고 뒤를 잇는건 정동영 트위터 소식. 이번에 정권 교체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서 MBC 정상화 시켜야 한다."

(@se*****)

"아, MBC를 어쩜 좋은가요? KBS, SBS는 기계적 중립이라도 지키는데. MBC뉴스는 이게 뭔지. 뉴스데스크 2번째 꼭지로 정동영 발언을 독립적으로 1분 30초나 편성하고.. 다른 방송사는 다른 기사에 첨부로 5초정도인데. MBC기자들 뭐하나요?"

(@sk*******)

"MBC와 종편은 문재인 지지자의 하나일 뿐이라고 해서 이정현 지시대로 안철수 그림 삭제. 오늘 뉴스데스크엔 안철수 네거티브 비난 트윗을 메인으로 확대. 광화문에 안철수 나타나자 다시 안철수 그림 삭제. 오늘도 박근혜 입노릇 충실. 이게 우리 언론."

(@il******)

4번째 꼭지로 정동영 트위터 글을 자세히 소개한 MBC < 뉴스데스크 > .

ⓒ MBC

마지막 여론조사도 빼먹은 MBC... "최고의 뉴스 가능"

앞서 MBC < 뉴스데스크 > 는 대선보도에서 심각한 불균형과 뉴스의 질적 하락, 정책보도 실종 등으로 지속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지난 14일 모든 매체가 대선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MBC만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하지 않아 의혹을 샀다. 새누리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일부러 공표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말이다. 공직선거법에 의거 대선 투표 5일 전부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MBC 김수진 기자는 "MBC는 여론조사 보도를 안 했죠. 확인해보니, 정치부에서 아예 조사도 하지 않았다네요. 여론조사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추세를 확인하고 기사작성의 참고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선거보도의 핵심인데. 뭐가 두려워 그러는 건지, 이젠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란 글을 트위터에 게재하기도 했다.

한편 MBC < 뉴스데스크 > 는 오후 8시 대로 시간대를 변경한 이후에도 여전히 방송 3사 메인뉴스 중 시청률 꼴찌를 달리고 있다. 반면 MBC는 지난 5일 " < 뉴스데스크 > 가 4개월 만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며, 권재홍 앵커의 말을 빌려 "보도국 전력이 극대화되면 최고의 뉴스가 가능하다"고 홍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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