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은미·은지원에게 손가락질을 하나

김교석 2012. 12. 1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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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지원·이은미를 욕해선 안 되는 진짜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시즌이 시즌인 만큼, 정치는 다른 세상의 별개의 세상이라 여겼던 사람들도 대선 정국의 흐름에 눈길을 주고 있다. 이번 대선 개표방송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가미하겠다는 방송사도 있다. 그 구성과 캐스팅에 관한 의문은 차치하고, 선거를 축제로 대하는 기획 방향은 꽤나 신선하고 의미가 있는 시도로 평가할만하다. 그간 정치와는 절대로 엮이지 않으려던 (보도를 제외한) 방송가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리되지 않은 듯하다. 얼마 전 은지원이 박근혜 후보의 유세현장에 참가하고 이은미가 문재인 후보의 찬조연설을 한 것을 두고, 게시판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쏟아졌다. 이들이 정치인으로서 현실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원색적인 비난이 융단을 이뤘다. 정치색을 보인 것에 대한 반감이었다.

물론 이해는 된다. 격변과 암흑의 근현대사를 써내려오면서 우리는 정치를 웬만하면 외면해야 하는 것으로 배웠다. 그리고 착한 편과 나쁜 편, 즉 진영논리에 대입해 생각해왔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웬만하면 자기를 들어내지 않고 사회생활에 있어 최대한 남 일에는 끼어들지 않는 것을 덕목으로 삼고 살았다. 상대와의 관계와 시선을 중시하는 '관계주의'의 성향이 짙은 이 땅에서 최대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고 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촌극은 벌어진다. 유세를 함께 나선 은지원의 소속사측은 유세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가족차원의 문제이니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정치 유세를 정치적 시각을 빼고 봐 달리니 은혁의 아이유 병문안만큼 난감한 설명이다. 그 설명에 따르면 바쁘디 바쁜 박근혜와 은지원이 칼바람이 부는 안산에서 새누리당의 무대지원 하에 무료로 팬미팅을 한 것밖에 안 된다.

이들이 몇몇 열성적인 인터넷 유저들의 댓글 폭격을 받았다면 방송국 차원에서 폭탄을 맞은 이들도 있다.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김흥국 등이 그러한데 특히 김흥국의 삭발식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정몽준 의원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이게 바로 촌극이자 코미디다. 본디 희극이란 비극과 시련을 토대로 자라는 법이다. 댓글을 다는 이들의 논리나 방송국의 무례한 처사나 이유는 동일하다. 공인인 연예인이 감히 정치색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소셜테이너'라는 왕관처럼 보이는 굴레를 씌운다.

이런 경직된 시선은 나비의 날갯짓 몇 번이면 토크쇼의 위기와도 결부된다. 토크쇼가 식상해진 것은 토크쇼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식상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연예인들에 대한 공세는 식상함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콘크리트층 같은 존재다. 연예인을 '공인'이란 의미가 불명확한 틀 안에 가두어놓고, 재밌는 말을 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

모두가 정치색을 꼭 드러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발상의 발화점에 대한 이야기다. 견해와 의견이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데 그것을 애써 무시하려고 하니 남는 것은 연예인들의 강남 별세상 이야기, 성공담과 시련밖에 남는 것이 없다. 모두가 수많은 토크쇼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니 질리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 무릎팍도사 > 의 성공은 방송에서는 절대로 언급되지 않지만 모두가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됐다. < 힐링캠프 > 는 그 뒤를 이어, 연예인의 모습 뒤에 있는 보다 친밀한 인간적 모습을 끄집어내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그리고 지금 같은 요인의 부족으로 인해 예전만한 스코어가 나오지 않고 있다. 토크쇼 중 가장 잘 나가는 < 라디오스타 > 는 기존 연예인을 대하는 '톤'과 '방식'의 변화로 승부를 보았다. < 개그콘서트 > 의 인기요인도 같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은미나 은지원에 대한 비난을 거둬 들여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관용이나 아량, 가치관의 호불호문제가 아니라 더 다양한 그리고 진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공인으로 봉인한 체 우리가 사는 사회의 이야기, 사회적 관심사에서 따로 떼어낸다면, 듣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우리 '일반인들'도 충분히 바쁘기에 그들만의 리그에 관심을 보이긴 힘든 것이다.

오늘날 예능은 친밀함을 무기로 삼는다. 여배우들을 비롯한 톱스타들은 예능에 한 번씩 등장함으로써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인기와 인지도를 증폭시킨다. 정에 약하고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특유의 정서가 예능과 결부하면 매우 커다란 영향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정치는 일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고민과 선택이 정치가 가야 할 길을 만들고, 정치가 다시 우리의 일상을 만든다. 리얼 버라이어티 그 이상의 리얼함과 친근함을 원하는 시대에 자신의 견해를 드러낸 연예인들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면 그것보다 뒤떨어진 현실감각도 없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SBS, 뉴스토마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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