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람의 서울산책]데이트 명소, 종로 '서촌'을 아십니까

이하람 2012. 12. 1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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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좀 해봤다 하는 커플들이 한 번쯤은 찾는 명소가 서울 삼청동이다. 그런데 삼청동에서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동네, 통의동이나 옥인동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효자동 정도가 나와야 아, 그 동네 하며 무릎을 칠 것이다.

춘향전의 이도령이 삼청동 출신이고 조선 태종 이방원이 통의동 출신이라고 하니, 젊은 여성들이 잘 생긴(?) 이몽룡의 동네 삼청동을 더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 싶기도 하다.

경복궁 서쪽돌담과 마주한 길의 정겨운 상점들

그런데 불과 1~2년 전부터 소리소문 없이 경복궁 서쪽 동네가 뜨고 있다. 하나 둘씩 아담한 카페와 갤러리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데이트 촌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이웃하는 동네, 청운동, 효자동과 통의동, 옥인동은 정부의 규제로 3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었다. 서울의 노른자위 땅이지만 으리으리한 빌딩을 볼 수 없어 오히려 아늑하고 포근한 우리네 옛 동네처럼 느껴지는 게 바로 이런 까닭이다.

문민정부 이후 규제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5층짜리 건물은 고작 서너 개 될 뿐이다. 놀고 있는 공터도 하루사이에 주차장으로 변하는 서울에서, 이토록 느리게 변화하고 있는 경복궁 서쪽동네가 비로소 제 매력을 발견해 준 사람들로 바빠지고 있다.

서촌이 시작되는 경복궁 영추문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에 어깨를 맞대고 모여 있는 '서촌'. 통의동, 청운동, 효자동, 옥인동은 각 동의 특성을 나누기 힘들 정도로 옹기종기 이웃하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경복궁의 왼쪽 건물로 들어서면 광화문 빌딩숲에 가려진 통의동이 나오는데, 경복궁 서쪽 돌담과 한적한 찻길 옆의 은행나무 가로수가 걷는 이의 마음을 더 느리게 만들어준다.

가을을 맞이하는 문이라는 뜻의 영추문은 서촌으로 들어서는 상징이다. 영추문 앞 동네가 바로 통의동인데 좁은 골목 사이사이 숨겨진 음식점과 갤러리가 이곳에서 오랫동안 삶을 꾸려온 주민들과 정겹게 어우러진다.

통의동과 옥인동은 재래시장인 통인시장을 통로로 이어진다. 시장통 양 옆으로 나 있는 좁은 골목길에는 빨래를 내걸거나 화분에 물을 주는 이웃들과 마주친다. 떡볶이와 순대, 빈대떡 등 맛있는 냄새로 가득한 통인시장 골목은 어린 시절 흑백사진처럼 우리들을 추억으로 이끈다.

통인시장 골목

통인시장을 지나면 인왕산 아래 조용한 한옥마을 옥인동이 나온다. 북촌에 으리으리한 양반들의 한옥이 있다면 옥인동은 정겹고 소박한 한옥마을이다. 빌라와 다세대 주택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기와를 치켜든 한옥들은 가까스로 개발을 피해, 우리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재다.

옥인동 한옥

이렇게 경복궁 서쪽 동네를 걷다보면 1시간 안에 통의동과 옥인동, 효자동까지 산책할 수 있으니 왜 이들 동네를 '서촌'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는지 알게 될 것이다.

서울의 중심가, 종로에 있지만 어쩐지 도시에서 벗어난 기분이 드는 서촌은 골목에 삶을 꾸린 우리네 이웃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정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 글·사진=여행작가 이하람 >

( 서촌 찾아가기 : 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 4,5번 출구에서 경복궁 돌담 방향)

이하람 (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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