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훔친 폐지 할머니.. 벌금으로 한달 생계비

정유진기자 2012. 12. 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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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으로 생계형 범죄 잇따라.. 작년 절도범 63%가 저소득층

폐지를 주워 근근이 살아가는 70대 할머니가 떡 한 상자를 훔쳐 이웃들과 나눠 먹었다가 한 달 생활비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기초생활급여와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생활하는 장모(71) 할머니는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된 지난 11월 30일에도 3000원 정도 벌 수 있는 폐지 수집을 위해 리어카를 끌고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오전 5시 50분쯤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 내 한 떡집 앞을 지나던 장 할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종이상자를 발견하고 폐지와 함께 리어카에 실었다.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자신의 조그마한 연립주택으로 돌아온 장 할머니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네노인 20여 명과 나눠 먹었다.

하지만 출근 직후 떡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 떡집 주인 A(여·47) 씨는 경찰에 도난 사실을 신고했다. 결국 서울 강서경찰서는 9만 원 상당의 떡을 훔친 혐의로 장 할머니를 불구속 입건했다. 장 할머니는 즉결심판에 넘겨져 2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할 처지다. 경찰서에서 조사받던 날에도 집에 돌아갈 차비가 없어 경찰의 도움으로 겨우 귀가한 장 할머니는 추운 겨울을 앞두고 자신의 한 달 생활비를 모두 벌금으로 내야 할 처지 탓에 한숨만 쉬었다.

장 할머니처럼 극심한 생활고에 내몰린 저소득층의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입건된 절도사범 11만1390명 중 63%에 달하는 7만225명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생활 형편이 나아지지 않다 보니 범죄의 유혹에서도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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