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 모두에 부담스런 존재 '이정희를 어쩌나'
제18대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종횡무진 보여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직설화법이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 후보의 주된 비판대상이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은 '흑색선전' '인신공격' '경악스러운 막말'이라며 토론 참석자격이 없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고, 주목받지 못해 손해를 본 셈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도 "이 후보가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사퇴해주길 바라는 눈치를 보였다.
양측 모두에 부담스런 존재로 자리매김한 이 후보는 현재로선 10일 2차 TV토론에도 나올 방침으로 알려져 박·문 후보 측이 신경쓰는 분위기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TV토론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새누리당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은 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자격이 안되는 이 후보가 나와서 막망에 모든 국민들이 경악하는 것을 봤다"며 "정정당당하게 정치를 논의할 그 자리에서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하는 저질토론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봤다. 유권자들에 대한 치욕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의원수 5명 이상이 되면 무조건 참석할 수 있다는데 미국 등 선진국가들이 지지율 15% 이상 되지 않으면 우선 시간을 할애 안 한다"며 이 후보를 토론에 참석치 못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개인 차원에서 '이정희 후보님께 보내는 편지'라는 공개글을 통해 "이정희 후보는 자숙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하 의원은 "토론에서 이 후보님이 보여준 상식 이하의 무례한 발언들을 보며, 대체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는지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지금은 이정희 후보님과 통진당이 스스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라는 점이다.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을 때가 아니다. 하루 빨리 종북세력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민주당조차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9월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 대사관을 배경으로 제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이 후보에 대한 미묘한 입장을 내비쳤다.
박 대변인은 "이 후보의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문 후보가 가려지지는 않는다. 이 후보 스타일 때문에 문 후보 정책제시가 줄어들었지만 서로 스타일이 있다"며 "문 후보가 원래 좀 점잖다. 젠틀재인이란 말도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남은 토론에서 계속 이렇게 나오면 문 후보에게 딜레마가 될 것 같다는 질문에 박 대변인은 "(사퇴 여부는)이 후보와 통합진보당이 결정할 사항이다. 통합진보당이 아직 적극적인 쇄신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서 아쉽긴 하다"고 답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오른쪽)가 지난 10월31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석, 지지발언을 마친 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그러면서도 박 대변인은 "안철수, 심상정 두분이 정권교체와 새 정치라는 국민적 과제 앞에서 양보했다"며 "이 측면에서 이 후보와 통합진보당 분들께서 거시적 접근이 좀 필요하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4일 첫 대선후보 TV토론에 나와 작심한듯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거나 "유신독재의 퍼스트레이디"라며 독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박 후보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시절 창씨개명한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까지 거론하는 등의 직설로 새누리당의 비난을 샀다.
<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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