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트랩'에 빠진 문재인.. 의존적 선거전략이 위기 불렀다

김정곤기자 2012. 12. 6.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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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해단식·TV토론 등 지지율 역전기회 못살려"3~5%P차 굳어질라" 캠프내 위기감 팽배文 "단일화 과정 아픔 넘자"

18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안철수 트랩'에 빠졌다. 3~5%포인트 가량 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이 시급한데 안 전 후보는 여전히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러다 지지율 격차가 구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안 전 후보에게 기대를 걸면서 의존해온 선거 전략이 오히려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사실이 알려진 5일 야권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재야 원로모임인 '희망2013ㆍ승리2012 원탁회의'를 이끌고 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5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후보가 앞서 있다는 보도가 사실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위기 상황을 솔직히 인정했다. 백 교수는 "정권교체와 새로운 시대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야권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면서 위기 원인으로 '아름다운 단일화'의 실패를 꼽았다.

문 후보 캠프의 위기감은 더욱 절박하다. 캠프에서는 3일 안 캠프 해단식과 4일 TV토론을 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힐 역전의 기회로 삼고 있었다. 안 캠프 해단식 직후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안 전 후보의 지지 발언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하지만 안 전 후보가 지원 수위와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TV토론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나면서 선거구도에 차질이 빚어졌다. 대선까지 남은 2주일 동안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점은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 전 후보에게 우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평론가 박상헌 박사는 "사퇴한 후보가 자기 정치에만 주력하는 바람에 야권의 정치 캠페인이 중심을 잃고 있다"면서 "안 후보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지원 수위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이러다가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를 넘게 되면 안 전 후보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차적 책임론은 민주당과 문 후보를 향하고 있다. "일단 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승리에만 집착하면서 안 전 후보와 안 전 후보 지지자의 이탈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또 야권 단일 후보로서 자력으로 본선에서 이길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초반부터 안 전 후보의 지원에만 기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 전략 전반에 대한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우선 선거 초반 친노 프레임에 빠지면서 '실패한 참여정부의 핵심'이라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고스란히 노출됐고, 뒤늦게 정권심판론을 들고나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친노그룹과 진보 진영을 뛰어넘는 외연 확장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위기론이 확산되자 문 후보는 이날 중앙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 참석해 "제가 많이 부족해 힘찬 단일화, 감동을 드리는 단일화가 되지 못했다"며 "이제는 정권교체와 새 정치라는 대의를 위해 단일화 과정의 아픔을 조금 덮고 넘어서서 함께 해 나가자"고 말하면서 수습에 나섰다. 그는 "안 전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 사이에 상실감과 허탈감이 많이 있을 텐데 사과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네거티브 검증 자제 입장도 밝혔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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