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한국 쇼트트랙에 '소치 재앙 폭탄' 던질까

2012. 12. 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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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 ISU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 1000m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안현수. ⓒ 연합뉴스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7·빅토르 안)가 돌아왔다.

안현수는 지난 1일 일본 나고야서 열린 '2012-13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 1000m 결선에서 1분28초34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한 바퀴 남기고 절묘하게 인코스를 파고들어 선두를 빼앗은 안현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10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1000m 우승에 이은 올 시즌 두 번째 정상 등극이다.

안현수는 러시아대표팀을 이끌고 나선 5000m 계주에서도 메달권에 근접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전체적인 러시아 쇼트트랙의 수준도 세계 정상권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한국 쇼트트랙 입장에서는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1,000m 결선은 쇼트트랙 최고의 테크니션 안현수의 존재감이 유감없이 드러난 한판이었다. 안현수는 세 바퀴를 남기고 한국 대표팀의 곽윤기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선두를 내줬다. 순식간에 3위로 밀린 안현수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승부를 걸었다. 과감하게 인코스로 들어가며 단숨에 선두에 나선 안현수는 결승선까지 선두를 지켜냈다.

이미 숱한 국제대회에서 안현수의 순발력과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인코스, 아웃코스를 가리지 않고 절묘한 타이밍에 치고 나가는 능력은 그야말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이 같은 안현수의 능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입증했다는 점은 그를 귀화시킨 러시아 빙상계는 환호할 일이다. 하지만 당장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중국, 미국, 캐나다 등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한국 쇼트트랙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1,000m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의 장면 역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더욱 부담스럽게 했다. 안현수가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곽윤기를 추월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안현수는 곽윤기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곽윤기와 신체 접촉이 있었다. 인코스를 공략해 앞으로 치고 나가던 안현수의 손이 곽윤기의 왼팔과 살짝 닿았고, 이로 인해 중심을 잃은 곽윤기는 펜스에 부딪히고 말았다. 결국 곽윤기는 6위로 결선을 마쳤다. 하지만 리플레이 영상을 확인한 심판들은 안현수의 손이 곽윤기에게 닿은 것이 고의가 아니라고 판단, 순위 번복 없이 안현수를 우승자로 인정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당시 김동성이 홈그라운드의 아폴로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금메달을 강탈당한 트라우마가 있다. 안현수와 곽윤기의 신체접촉 장면은 소치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한국 대표팀으로선 여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소치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안현수를 포함한 러시아 대표선수들과 비슷한 장면이 재현될 경우, 판정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결국, 이 장면은 한국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겪을 수 있는 재앙과 같은 상황을 미리 경험해 본 것일 수 있다.

물론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국가들에서도 이 같은 장면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 부담스러움이 한국보다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안현수가 그 중심에 있다는 점의 한국 선수들의 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한국 대표선수로서 올림픽을 제패했던 안현수는 한국 빙상계의 파벌싸움의 희생양이라는 인식이 크다. 조국을 떠나 메달의 영광을 러시아에 바치는 모습은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이라는 한국 스포츠의 어두운 단면을 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다.

안현수의 부활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한국 빙상계가 그의 부활을 불편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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