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진 "'26년' 출연, 뭔 일 나는줄 알았어요" [인터뷰]

박지련 기자 2012. 12. 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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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박지련 기자] 배우 한혜진(31)은 영화 '26년'으로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다.

지난 2006년 시청률 50%를 기록했던 MBC 드라마 '주몽'을 비롯해 최근 진행 중인 SBS 예능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까지. 한혜진은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무난하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었다.

한혜진에겐 굳이 특별한 도전이 필요치 않다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작 가능까지 장장 4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던 '26년'(감독 조근현, 제작 영화사 청어람)에 한혜진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캐스팅 확정 배우들 중에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연기자는 바로 한혜진이었다. 젊은 여배우가 안전하고 쉬운 길을 기꺼이 버린 이유가 의아했기 때문이다. 그녀를 좋아했던 팬들 중에는 여러 이유에서 염려했던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한혜진은 영화 '26년'에서 세상과 담을 쌓은 고집불통 같지만, 알고 보면 상처 많고 여린 심미진으로 변신해 그간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놀라운 선택과 잊지 못할 연기로 강한 배우로 거듭난 한혜진을 최근 서울 삼청동 소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요새 '26년' 스코어가 참 좋더군요.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아침에 확인할 때마다 떨리더라고요. 기대요? 기대가 됐다가도 젊은 친구들에겐 너무 무겁고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어서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죠.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출연진들이 반반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기에 더욱 감사드려요."

Q.주위 반응은 어떠세요?

"잘 보셨다고 이야기하고, 또 보고 싶다고도 하세요. 저희 엄마나 제 가족들은 물론 친한 지인 분들까지요. 저희 영화 초반의 애니메이션이 쇼킹해서, 그 떨림을 갖고 계속 보다 보니까 마음이 힘들다더군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차근차근 보고 싶다고요. 또 어떤 분들은 진배랑 미진이를 다시 보고 싶다고 하세요. 너무 안쓰럽고 짠해서 잊혀지지 않는다고요."

Q.처음에 주위 반대가 상당하셨다고요?

"이전에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란 작품들은 있었지만, 이만큼 큰 반발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뭔 일 나는줄 알았다니까요. 영화사 가기 직전까지 얼마나 많은 전화가 왔는지요. 물론 모두들 걱정하셔서 만류하신 거지만요. 다들 그랬어요. '나도 혜진이가 이걸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하겠다면 감수할 자신은 있니?'나 '광고 못해도 돼?',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을 거야', '공격적 기사가 많이 나올 텐데', '네가 너무 피곤해질 거다' 등이요."

Q.그 분들을 모두 어떻게 설득하셨어요?

"제가 워낙 고집스럽다는 것을 가족들도 소속사도 알거든요..(웃음) 묻는 말씀마다 무조건 '네' 그랬어요. 광고 못해도 괜찮고, 다 좋다고요. 영화사 미팅할 때도 감독님께 '저 할게요. 할래요' 라고 강하게 말씀드렸죠. 본인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다는데 누가 말리겠어요. 그 뒤로는 배급 문제 포함해,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저는 크리스챤이라 그런 진 몰라도 '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하면 되지'란 생각이 크더라고요. 지금은 그 분들 모두 제일 축하해주고 계세요. '몇 만 넘었다. 또 보고 싶다' 라면서요..(웃음)"

Q.가장 가까운 분들 중 한 분이신 나얼 씨는 뭐라 하셨나요?

"이 질문만은 노 코멘트!..(웃음) 부탁드릴게요."

그러면 김제동 씨와 이경규 씨를 물을게요. 두 분 모두 어떤 감상평을 남기셨어요?

"아직 반응이 없네요. 연락이 안 오세요..(웃음) 보셨을 거예요. 아마 '힐링캠프' 녹화에 맞춰 멘트를 준비하시는 거 아닐까요?..(웃음) 두 분 모두 워낙 쑥스러워 하는 분들이거든요. 그래도 선배님들이 제일 먼저 보셨을 것 같아요. 촬영할 때도 '영화 어떻게 됐니?', '배급은 어떻게 됐어?', '잘 진행되고 있니?', '몇 프로나 진행 됐어?'라고 늘 물으셨거든요."

Q.두 분 모두 관심이 대단하셨네요.

"제동 선배는 '혜진아, 내가 이 영화 투자자여서 그러는데'라고 서두를 붙여서 묻곤 하셨어요..(웃음) 투자요? 제가 연결시켜 드렸어요. 선배가 '혜진아, 멋있다. 잘한 거야. 나도 뭐 돕고 싶은데. 투자할 길 없을까?'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만나게 해 드렸죠. '잘했다'고 늘 격려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Q.그런데 모 라디오 방송 중에, 작품에 들어가기 전 공포감이 상당하셨다고요?

"저는 원래 작품 들어가기 전에 공포감이 들거든요. 포기하고 싶을 만큼 크게요. 물론 이 작품은 더했지만요. 공부하면 할수록 '예 뭐야? 얘, 도대체 어떤 아이야?' 싶더라고요. 첫 촬영이 '아빠, 그냥 죽어라' 라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그 대사도 오묘한 거예요. 당연히 준비는 해 갔죠. 그런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수록 머리도 가슴도 복잡해지더라고요."

Q.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첫 촬영하고 나서는 확신이 들었어요. 감독님께서도 계속 칭찬해주셨고요. 감독님이 촬영 끝날 때마다, '혜진아 너무 잘했다' 나 '내가 생각한 미진이야'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2회차 촬영하고 런던을 다녀오게 됐어요. 걱정 많이 했죠. 감정선이 끊어지며 텀이 생기니까요. 런던에서도 영화 생각만 나고 촬영장에 빨리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돌아와서 카메라 앞에 서니,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런던 갔다 오더니, 왜 이렇게 잘해?'라고요. 그래서 원래부터도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냐고 여쭤봤더니, '그땐 뻥이었지!' 라시더군요..(웃음)"

Q.진구 씨 인터뷰할 때 들었는데 '전도연이다'라고 기를 불어넣어 주셨다고요?

"계속 쫓아다니며 칭찬 많이 해주셨죠..(웃음) 촬영 없는 날에도 나와 주시고. 사실 광주에서 계속 사셨어요. 숙박비 나가게..(웃음) 저 촬영할 때면 틈틈이 오셔서 함께 모니터링하고 치켜 세워주셨어요. 연기한 것 검토하고 있으면, 제 시야 안으로 갑자기 엄지손가락이 쑥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는 '어떻게 그렇게 표현하지' 라는 거예요. 좋기도 민망하기도 했고."

Q.진구 씨는 혜진 씨가 절대 안 믿더라고 푸념하시던데요.

"아니에요. 힘이 많이 됐어요. 굉장히 칭찬해주시니까, 제가 바보 같긴 해도 그걸 믿게 돼 더라고요. 믿고 싶어졌고요. 그래서 오빠가 안 오면 정말 허전했어요. '칭찬해주는 사람이 왜 없지?' 같은 거요..(웃음)"

Q.혜진 씨가 촬영장 내 사랑 많이 받았다고도 들었는데요..(웃음)

"여자가 저 혼자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모두들 아껴주셨거든요. 심지어 슬옹이까지 챙겨주더라고요. 사실 슬옹이에게 더 어려웠던 현장인데도요. 그런데 늘 문자를 보내더군요. '누나 조심해서 가세요' 라고요. 저희끼리 있을 때면 늘 슬옹이 칭찬했어요. '어쩜 저렇게 착하지? 진짜 순박하다'고요. 그래서 영화 시사회 하며 넷이 줄지어 앉아 있던 첫날, 펑펑 울었던 것 같아요. 서로가 너무 애틋한데, 다들 극중에선 아파 보여서요.

Q.착한 사람들만 모였던 영화였네요.

"아무래도 감독님 취향 같으세요. 착한 사람만 좋아하시는 거요. 장광 선생님도 정말 따뜻하시고요. 이경영 선배님, 조덕제 선배님, 김의성 선배님,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좋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가슴 아프고 저몄어요. 그런 이들이 짠하고 애틋하게 나와서요. 엔딩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 '그럼 우린 이제 또 언제 보는 거야?' 였죠. 그렇게까지 빠져 들게 되더라고요."

Q.영화 후유증은 어떠세요. 조금 나아지셨어요?

"사실 끝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그리고 그 때는 몰랐는데, 끝나고 나서가 더 아픈 것 같더라고요. 이상하게요. 감독님과도 어제 문자 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영화를 또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편집하며 백번은 넘게 보셨을 텐데요. 그런데 저도 그래요. 진배랑 미진이도 보고 싶고, 사무치고, 가슴 저미고. 막 그래요. 지금이 더 아픈 것 같아요."

Q.혜진 씨는 이 영화로 어떤 걸 느끼셨나요?

"저는 권력의 반대가 사랑이라고 생각됐어요. 서서히 깨닫게 되는 게, 저희 영화가 말하는 건 결국 사랑이라는 거요. 누군가의 단죄에 포커스가 맞춰졌다기 보단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저희가 5.18과 그 분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자 하는 작품이고요. 저희가 그 사건과 그 분들을 잊고 지낼 때, 참 춥고 아프셨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조금 위로받으셨겠죠. 그게 사랑 아닐까요? 그 사랑의 반대편에 권력이 있고요. 작품이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Q.이 영화를 보러 오시는 분들께 한 말씀 드린다면요?

"부모님이랑 같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부모님도 많이 잊고 계셨고, 또 제일 반가운 이야기일 것 같아서요. 제 SNS에 저보다 어린 세대가, 5.18을 알지 못할 이들이, '부모님 모시고 다시 한 번 보러 갔어요' 라는 글을 남겨주셨거든요. 그 말이 얼마나 고맙고도 감동적이던지요. 함께 보시는 것만으로도 그 아픔에 참여하는 거겠죠. 그렇게 그 아픔에 참여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티브이데일리 박지련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김한준 기자]

26년| 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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