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는 어쩌다 '게스트 콘서트'가 됐나?

2012. 12. 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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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창우 기자]

25일 KBS 2TV < 개그콘서트 > '생활의 발견'에 출연한 가수 이승기

ⓒ KBS

처음엔 신선했다. 가수나 배우들이 어설프게 유행어를 따라하는 모습이나 개그맨들과 합을 맞춰 코미디를 선보이는 것은 쉬이 볼 수 있는 장면도 아니었거니와. 유명 스타가 아낌없이 망가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하기에 손색없었다.

하지만 꽃노래도 삼세번이라 했던가. 음반을 발표한 가수, 영화를 개봉한 배우, 별다른 활동 없이 쉬고 있는 스타까지. 매번 똑같은 포맷으로 진행되는 게스트 남발은 식상함을 넘어 오히려 개그의 내러티브를 방해하기에 이르렀다. < 개그콘서트 > 가 어쩌다가 '게스트 콘서트가'되어버렸냐는 지적도 괜한 소리가 아니다.

지난 25일 방송만 해도 그렇다. 최근 앨범을 발표하고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비추고 있는 이승기가 '생활의 발견'에 초대됐다. 설정은 물론 신보라의 남자친구다. 그 전 주 '용감한 녀석들'에서 '생활의 발견'이 '홍보의 발견'으로 전락했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던 신보라는 이날 이승기를 띄워주기 위한 역할에 머무르며 철저히 조연에 머물렀다.

'자기반성'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줄 줄 알았건만, 오히려 홍보의 장으로 전락한 자신의 코너를 개그소재로 이용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게다가 이날 이승기는 SBS <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 에도 출연한 상태였다. 아무리 녹화방송이라지만 이런 식의 '겹치기 출연'까지 감행하며 특정 스타를 띄워주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게스트 남발' < 개그콘서트 > ,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생활의 발견'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하더라도 남녀의 이별이라는 소재를 일상생활에 접목시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냈다. 다양한 생활 밀착형 개그를 선보이며 '공감 코드'에 유독 강점을 보여 왔던 < 개그콘서트 > 만이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신선한 코너였다.

하지만 매주 신보라의 남자친구, 송중근의 여자친구라는 설정을 통해 게스트가 등장, 이제는 아예 개그의 초점이 홍보를 위해 출연한 배우나 가수에게 맞춰지고 있다. 주객전도다. 누구를 위한 개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이 코너가 정말 개그 코너가 맞기는 한건지 의심스럽다.

'생활의 발견'에 이어 최근 게스트들이 탐내는 코너로는 '정여사'가 있다. 25일 방영분에서는 '눈물이 주르륵'으로 컴백한 손담비가 출연, 정태호의 유행어와 몸짓을 따라했다. 개콘 대세, 브라우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스타들도 '정여사' 출연에 관심이 많아지나 보다.

25일 KBS 2TV < 개그콘서트 > '정여사' 코너에 출연한 가수 손담비

ⓒ KBS

11일 방송에서는 강소라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으며, 장백지 역시 '정여사'에 감짝 등장해 시청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기막힌 연기나 반전을 통해 '빵' 터트리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다분히 홍보를 위한 출연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

개콘이 게스트를 활용하는 코너는 비단 이 두 코너만이 아니다. '거지의 품격', '불편한 진실'등에도 필요에 따라 게스트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미 종영한 '감수성'의 경우 매주 아이돌이나 배우 등이 출연하여 노래나 영화 등을 홍보하면서 코너 마지막을 장식하곤 했다.

1999년 < 개그콘서트 > 만들었던 김미화의 '초심' 되돌아봐야

물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스타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일이다. < 개그콘서트 > 도 하나의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얼마든지 게스트를 초청할 수 있고, 또 출연 제의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다만 제작진이 명심해야 할 것은 '과유불급', 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최근 < 개그콘서트 > 가 너무 정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매너리즘에 빠져 홍보용 게스트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1999년 < 개그콘서트 > 의 산파 역할을 했던 김미화는 그녀가 펴낸 < 웃기고 자빠졌네 > 를 통해 개그콘서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한 바 있다.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들어온 후배들인데…. 커피에 담배 심부름이나 하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구나. 후배들이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줄 방법이 없을까? 내가 저들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싶다."

그는 당시 인기절정의 프로그램, < 이소라의 프로포즈 > 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공개방송이면서 연극 형식의 코미디를 구상했다. 연극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꾸미려다 보니 인기있는 코미디언들은 연습량이 많아 어렵고, 결국 신인들을 모아 첫 방송을 준비했던 것이다.

어린 후배들이 고인 물이 되지 않고 신선하게 흐르는 물이 될 수 있도록, 거침없이 내달리는 폭포가 될 수 있기를 바랐던 김미화의 그 초심을 부디 < 개그콘서트 > 가 잊지 않기를, 더불어 잃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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