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지원 합의.. 급한 불 껐다
[세계일보]그리스 채권단이 26일(현지시간) 12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 집행에 합의했다. 지난 6월 총선 후 정치 불안을 이유로 보류됐던 구제금융이 재개돼 그리스는 다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그리스 채권단 '트로이카'는 이날 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으로 총 437억유로(약 61조5000억원)를 다음 달 13일 한꺼번에 지원해 주기로 결정했다. 이는 집행을 보류했던 2차 지원분 315억유로에 3차 지원분을 더한 것이다. 그리스의 부채도 2020년까지 총 400억유로(약 56조3000억원) 삭감해 주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내년 3월 예정된 구제금융 4차 지원분 관련 논의도 이어졌다. 그리스는 4차 지원분을 받으려면 국가 부채를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24%로 낮춰야 한다. 기존 약속했던 120%보다 소폭 완화된 것이다. 트로이카는 목표 이행을 위해 그리스 세제개편과 국채 바이백(갚아야 할 채무원금을 할인해준 뒤 되사는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번 결정으로 확실히 유럽과 그리스에 상대적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신뢰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아직 합의를 봐야 할 사안이 남아 있어 이번 협상은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IMF는 그리스가 부채를 2020년까지 GDP 대비 120%로 낮춰야 한다는 기존안을 고수해 앞으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지원안에 합의했지만, 추가 부채 삭감에는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르투갈 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54억유로를 절감하는 내용이 담긴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우식 바수는 이날 핀란드 헬싱키 세미나에서 ECB의 이례적인 3년 장기 대출 조치가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1조유로 이상을 은행에 대출 형식으로 공급했다. 바수는 "대출만기가 돌아오는 2014, 2015년 유로존에 부채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유로존 위기는 앞으로도 2년에서 2년반은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경·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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