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따라 걷기 | 제주올레 (1)] 혓바닥 삼키듯.. 날름 사라진 일몰의 장관!

글·박정원 부장 2012. 11. 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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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걷기축제 10월 31일~11월 3일까지 10~13코스서 열려.. 생이기정바당길 석양은 백미

↑ [월간산]제주올레 12코스 생이기정바당길을 올레꾼들이 석양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

제주도의 자연경관은 2002년 세계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유네스코에서 지정했을 정도로 뛰어나다. 제주도에서는 이를 '유네스코 3관왕'이라 부른다. 2011년에는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뛰어난 자연경관을 놀멍 쉬멍(놀며 쉬며) 걸으면서 즐길 수 있도록 엮은 길이 바로 제주올레길이다.

원래 제주에서 '올레'란 말은 집 앞에서 큰 길까지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지칭한다. 따라서 올레는 제주인들이 태어나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제일 처음 내딛는 길인 셈이다. 그런데 일반명사였던 그 '올레'가 갑자기 환골탈태했다. 고유명사와 감탄사, 대명사로 확대된 것이다. 조그만 골목길에 불과했던 올레가 제주란 이름과 같이 하면서 전 세계가 알아주는 '제주올레'란 고유명사의 길로 다시 태어났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둘레길을 만들면서 올레란 이름을 차용, 올레가 마치 둘레길을 지칭하는 대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나아가 모 광고에서 기쁨의 표시로 "올레!"라고 하면서 감탄사로까지 사용하고 있다. 정말 올레가 이렇게까지 변할 줄 누가 알았을까.

2007년 서명숙씨에 의해 조성되기 시작한 제주올레길은 제주인들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 처음 내딛는 길에서 이제 경쟁사회에 찌들어 힘들고 지친 세상 사람들이 인생을 돌아보고 휴식을 취하는 새로운 길로 거듭나고 있다.

서명숙씨는 당초 제주올레길을 조성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되도록 아스팔트길은 피한다. ▲사라진 옛길을 찾는다. ▲새로운 길을 찾을 때는 반드시 친환경적인 방식을 쓴다. ▲새 길의 폭은 1m를 넘지 않는다. ▲새로운 길을 만들거나 보수할 때는 군·민 등 다양한 인력을 참여시킨다. ▲사유지는 올레가 소유하지 않되, 통과하도록 조율한다. 이로 인해 제주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제주만의 천혜의 자연에 친자연적인 분위기를 더해 더욱 매력을 느끼고 있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오름,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돌담, 사시사철 푸르른 들, 주황색 과실이 주렁주렁 달린 귤밭 등 빼어난 풍광 속으로 제주올레길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제주올레가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하루 한 코스씩 4일 동안 4개 코스 걸어

2010년부터는 매년 걷기축제를 열어 제주의 속살, 즉 문화까지 알리는 첨병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제주올레걷기축제대회는 '즐기자, 이 길에서'란 슬로건으로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올레길 10~13코스 4개 구간에서 열린다. 참가자들은 하루에 한 구간씩 4일 동안 4개 구간을 걸으면서 해당 마을에서 성대한 축제를 즐기는 형식으로 행사가 벌어진다. 10월 31일엔 10코스, 11월 1일엔 11코스, 2일엔 12코스, 3일엔 13코스를 걷는다.

↑ [월간산]1 올레꾼들이 여기저기 우뚝 솟은 오름과 저 멀리 구름이 덮인 한라산을 배경으로 제주올레길을 걷고 있다. 사진 제주올레 제공

제주올레를 걷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이드는 파란색과 흰색의 화살표와 '간세'란 이정표다. 조금 헷갈리는 길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파란색과 오렌지색의 화살표 같은 이정표가 등장한다. 리본도 펄럭이며 길을 안내한다. 파란색은 하늘과 바다를 상징하며, 정방향으로 곧장 가면 된다는 의미다. 오렌지색은 제주의 대표적인 생산품인 귤을 상징하며, 역방향을 가리킨다. 정방향이든 역방향이든 올레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파란색과 오렌지색의 이정표만 따라가면 된다. 또 하나, 조랑말 비슷하게 조형한 간세가 있다. 간세는 제주올레의 상징인 조랑말의 이름이다. 게으름뱅이라는 뜻인 제주어 '간세다리'에서 따왔다.

제주올레를 제대로 즐기려면 제주의 초원을 꼬닥꼬닥(느릿느릿) 걸어가는 간세처럼, 놀멍쉬멍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고 (사)제주올레 관계자들은 권한다.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10~13코스에서 열리지만 이 중에서 경관이 가장 뛰어나고, 특히 일몰은 전 코스 중에 최고로 꼽히는 12코스를 소개한다. 12코스는 서귀포시 전역을 잇고 제주시로 올라가는 첫 올레길이다. 가는 도중에 서귀포와 제주시의 경계를 지난다. 또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수월봉의 화산지대와 지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무릉생태마을체험골에서 출발해서 평지교회~도원연못~농남봉~산경도예~도원회집~신도바당올레~신도포구~서귀포·제주분기점~한장동마을회관~수월봉 정상~엉알길~자구내포구~당산봉 정상~생이기정바당길~절부암/용수포구까지 이어지는 16.5㎞에 이르는 길이다. 소요시간은 5~6시간 정도 걸린다. 전 지점이 GPS로 고도 50m 내외에 불과하며, 지나는 3개의 오름 중에 녹남봉(111m)만 100m가 넘고, 나머지 수월봉(77m)과 당산봉(80m)은 100m가 채 안 된다.

출발점인 무릉생태문화체험골은 폐교를 생태마을과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정겨운 건물이다. 운동장엔 선사시대 움막을 몇 동 지어놓아 단체참가자들에게 좋은 체험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폐교를 빠져나와 마을로 접어들자 밭과 집의 경계에 양쪽 가로수로 복숭아나무를 심어놓았다. 체험골 실질적 운영자이자 12코스 올레지기인 강영식씨가 마을이름인 무릉리의 원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가꾸었다고 한다. 몇 년 뒤엔 햇빛을 가릴 정도로 훌쩍 키가 자란 복숭아나무 사이를 걸으며, 정말 무릉도원에 온 듯한 분위기에 빠질 것 같다.

↑ [월간산]

밭에선 지금 마늘 모종 뒤 겨울을 나기 위해 땅을 비닐로 덮는 작업을 한창 하고 있다. 이곳 제주 대정읍의 마늘 생산은 전국 생산량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대정마늘의 가격이 정해져야 그 해 전국 마늘가격이 형성된다고 12코스를 안내하는 강씨가 설명했다. 비닐하우스와 밭에는 배추·마늘·무·귤 등 다양한 제주 채소와 과일들이 파릇파릇한 잎들을 자랑하며 자라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특이하게 무릉리에서만 황토흙이 많아 마늘 성장에 최적이라는 것이다.

마을 공동묘지를 지나 짙푸른 들녘으로 나왔다. 화산 돌담으로 구획 지어진 밭들은 곡선의 모양으로 가을의 색채를 자랑하고 있다. 파릇한 고구마 줄기와 황색의 조밭을 구분 짓는 검은 현무암 돌담은 절묘하게 어울린다. 제주만의 색깔이다.

이윽고 제주도에서 보기 드문 생태연못인 도원연못이 나온다. 습지로 철새들이 머물며 겨울을 나는 곳이기도 하다. 벌써 황조롱이가 훨훨 날아다닌다.

12코스는 3개의 오름 지나쳐

12코스 3개의 오름 중에 유일하게 100m가 넘는 첫 오름인 녹남봉이 저만치 보이더니 점점 가까워진다. 녹남봉은 '산정에 원형분화구가 있는 오름으로, 원형분화구 안의 화구원에는 삼나무로 울타리를 둘러 감귤원과 감나무가 조성되어 있다. 예전에 녹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녹남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제주도목으로 지정된 녹나무는 사철 푸른 상록수다. 하지만 지금은 녹나무를 찾을 수 없다.

해발 20~30m의 평지를 걷다가 100m 넘는 오름을 오르려니 그것도 높이가 조금 있다고 숨이 차온다. 녹남봉 정상엔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여러 운동기구들이 마련돼 있다. 마침 화창한 날씨로 저 멀리 바다 쪽으로는 납작한 섬 가파도와 한반도 최남단의 섬 마라도가 보란 듯이 나란히 서 있다. 모슬봉과 오름인 송악산도 저만치 있다. 녹남봉 분화구엔 일제시대 때 만든 동굴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일제는 제주도를 요새화하기 위해 녹남봉에만 4개의 동굴을 파헤쳤다. 부역으로 동원된 사람은 물론 제주도민. 제주도민들은 일제에 의해 자신들의 노동력으로 아름다운 강산을 훼손하는 강요를 당했던 것이다. 이래저래 피해를 입은 셈이다.

↑ [월간산]2 용수포구의 풍차와 세계지질공원을 지나는 엉알길이 제주의 쪽빛 바다와 잘 어울린 풍광을 보여주고 있다. 3 제주올레 12코스 중에 있는 풍경. 한쪽은 녹색의 고구마밭, 다른 쪽은 황색의 조밭이 돌담을 경계로 색을 구분하고 있다.

도원리에서 신도리로 접어들어 다시 폐교인 신도초등학교가 나온다. 프로골퍼 양용은의 모교다. 신도초교는 산경도예라는 도예촌으로 변했다. 교실 안은 온통 도자기판이다. 곧이어 올레지정 할망민박(010-7382-8890 또는 064-792-1542)이 보인다. 이곳에서 제주 전통의 숙박을 체험할 수 있다.

제주도 해안길 주변 집엔 까마귀쫑나무가 사철 푸르게 자라고 있다. 염분에 강한 난대수종으로 제주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다. 보리장(수)나무와 사스래피나무 등도 상록 가로수로 늘어서 있다. 해안길에서는 야생화인 갯쑥부쟁이가 꽃을 활짝 피워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는 듯하다.

이젠 본격 용암이 흘러내린 해안길로 간다. 이 길을 신도바당올레라고 한다. '신도리에 있는 바닷길'이라는 의미겠다. 신도 바닷가에 용암이 만든 크고 작은 네 개의 도구리가 있다. 도구리는 나무나 돌의 속을 둥그렇게 파낸 돼지나 소의 먹이통을 말한다. 신도바당도구리에는 파도에 쓸려온 물고기와 문어 등이 산다. 이 도구리가 해안에서는 '원담' 역할을 한다. 원담은 해변에 돌담을 쌓아놓고 밀물에 몰려든 물고기들이 썰물 때 자동적으로 그 안에 갇히게끔 한 돌그물을 말한다. 이를 갯담이라고도 하며, 남해 지방에서는 돌살, 혹은 석전, 석방렴이라고도 한다. 제주에서는 '개'라는 명칭을 써서 '멜케' 혹은 '닷지개'라고도 하며, 또 '통'을 붙여서 광어가 들어오는 곳을 '광어통'이라고도 했다.

신도포구에 도착했다. 지금은 논이나 밭에 일손이 한창 바쁠 때라 그런지 어촌은 한적하다. 손님이 왔다고 까치들은 연신 나무 위에서 울어댄다. 개체수가 꽤 많아 보인다.제주도 까치에 대한 유래가 있다. 원래 제주도에는 까치가 전혀 살지 않았고, 1960년대 초에 6마리를 날려 보냈으나 한 마리도 생존하지 못하고 죽었다. 그러다 1990년 직전 서울 모 언론사 부장이 길조인 까치를 제주도에서 자라게 하기 위해 30여 마리를 포획해서 날려 보냈다. 이것들이 지금은 수천 마리로 번식해 제주도 상공을 완전히 점유해 버렸다. 다른 새들이 발붙일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개체수가 늘었다고 한다. 더욱이 전봇대 위에 집을 지어 정전 피해까지 주고 있어, 지금은 길조가 아닌 흉조 취급을 받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느 덧 길은 서귀포시와 제주시의 경계에 접어들었다. 이정표가 자세하게 안내한다. 12코스 남은 거리가 6.3㎞라는 설명까지 덧붙이고 있다.

↑ [월간산]1한반도 최남단 기상대인 고산기상대가 있는 수월봉을 향해 걷고 있다. 2 제주올레 12코스 출발점인 무릉생태학교 입구. 폐교를 게스트하우스와 생태체험마을로 꾸며 변신했다.

동행하는 강씨가 재미있는 얘기를 전했다. 제주도에는 한라산을 기준으로 산남과 산북으로 나뉜다. 산남은 지금의 서귀포고, 산북은 제주시를 말한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과 같은 개념이다. 서귀포시가 생기기 전 산남 사람들은 제주시에 갈 때 항상 "시에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것이 서귀포시가 생긴 이후에도 서귀포시에 사는 사람조차 제주시로 갈 때 지금까지 "시에 간다"고 한다.

수월봉엔 한반도 최남단 기상대 있어

올레길 주변의 밭에는 다양한 농작물이 자란다. 잔디밭도 있다. 골프장이나 산소, 조경업자 등에 납품한다. 비교적 평야지대인 한장동을 거쳐 세계지질공원의 일부인 수월봉으로 향한다. 12코스의 두 번째 오름이다. 정상이라 해봤자 GPS로 불과 77m밖에 안 된다. 수월봉은 주변이 평야지대라 차귀도·죽도·눈섬·당산봉·산방산에서 멀리 한라산까지 제주 서부지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차귀낙조는 전국 9대 일몰명소 중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수월봉엔 한반도 최남단 기상대인 '고산기상대'가 있다. 태풍이 북상하면 고산기상대의 자료를 보고 태풍의 진로를 예측한다.

수월봉 아래 바다 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엉알'이라고 부른다. 절벽 곳곳에는 맑은 샘물이 솟아 흘러 '녹고물'이라는 약수터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옛날엔 마실 수 있었으나 지금은 부적합하다. 이 녹고물 약수터로 인해 수월봉을 '녹고물 오름'이라고도 한다.

수월봉 아래의 올레길은 깎아지른 절벽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엉알길'이라고 부른다. 엉알은 큰 바위, 낭떠러지 절벽이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따라서 엉알길은 큰 절벽바위 아랫길이라는 의미다. 엉알길은 제주도 화산지형의 전형을 보여주는 지질학습장이기도 하다. 엉알길 옆으로 지층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곳이 바로 세계지질공원의 일부다. 아름다운 곡선의 길과 옆으로 길게 뻗어 있는 복잡한 지층구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연신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자구내포구에 다다랐다. GPS로 불과 11m밖에 안 된다. 높은 파도가 치면 바닷물이 해안 집에까지 바로 밀어닥친다. 주변엔 낚시안내소, 해양경찰 등과 함께 조그만 소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 [월간산]3 고산기상대를 지나 수월봉 정상에 다다랐다.

세계지질공원 엉알길은 화산지형 그대로 드러나

12코스의 마지막 오름인 당산봉이 눈앞에 보인다. 당산봉 원래 이름은 당오름이다. 옛날 당오름 산기슭에 뱀을 신으로 모시는 신당이 있었던 데서 연유된 이름이다. 이 신을 사귀라고 했는데, 이후 사귀가 와전되어 차귀가 되면서 차귀오름이라고도 불렀다. < 동국여지승람 > 에서도 차귀당에 대해 '뱀과 귀신에 제사를 지낸 신당'이라는 기록이 나온다.

당산봉 오르는 길은 여러 길이 만난다. '당산봉 둘레길', '천주교순례길', '김대건신부 순례길', '세계지질공원 탐방로' 등이 제주올레길과 겹친다. 천주교순례길과 김대건신부 순례길은 천주교에서 만든 길로, 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이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귀국하던 길에 표류하다 도착한 지점이 이곳이라는 거다.

당산봉 정상엔 조선시대 당산봉수대 터가 있었다는 비석이 있다. 제주도에 25개 봉수대와 38개 봉수대 터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당산봉 정상을 조금 지나면 12코스의 백미인 일몰을 볼 수 있는 '생이기정바당길'이 기다리고 있다. 생이는 제주도말로 새를 말하고, 기정은 절벽, 바당은 바다다. 따라서 새가 살고 있는 절벽 바다길이라고 할 수 있다. 겨울 철새의 낙원으로 가마우지, 재갈매기 등이 절벽에 떼 지어 서식한다. 생이기정바당길은 동행한 강정식씨가 지었다고 자랑한다.

일몰을 렌즈에 담기 위해 한참을 기다린다. 쪽빛 바다가 조금씩 벌겋게 물들기 시작한다. 석양은 깊푸른 바다에서 혓바닥을 내밀 듯 날름거린다. 석양은 마치 바다의 혓바닥 같다. 혓바닥을 조금씩 조금씩 줄이더니 뚝 떨어지듯 마침내 쏙 감춰버린다. 수평선에 맞닿은 바다와 하늘만 벌겋게 남아 있다. 그것도 서서히 검붉은 빛으로 변해간다. 그렇게 제주도의 화려한 일몰은 강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 [월간산]1지금 제주포구에서는 한창 한치 말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 마늘과 배추밭 사이로 난 제주올레 12코스를 지나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발하는 장면을 보고 있다.

12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용수포구엔 절부암(節婦岩)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김대건 신부를 기린 용수성지와 제주 표착기념관도 보인다. 절부암은 조난당한 남편을 기다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열부 고씨의 절개를 기리기 위해 세운 바위다.

12코스 총 16.5㎞의 거리를 오후 12시15분에 출발해서 오후 6시35분에 끝냈다. 중간 휴식시간 포함해서 총 6시간 20분 걸렸다. 시간당 2.7㎞ 걸은 셈이다.

제주올레걷기축제 어떤 행사 열리나?뮤지컬·클래식 기타 공연 등 15개 마을서 다양한 행사 개최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4일간 4개 코스에서 총 15개 마을이 참여해 성대한 행사를 벌인다. 먼저 축제 첫날인 31일에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 모래해변에서 개막행사를 개최한다. 개막행사엔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도립 관악단인 제주도립 서귀포관악단이 트렘펫 올레, 트리치-트레체 폴카, 푸니쿨리 푸니쿨라 등을 연주하는 것으로 막을 올린다. 이어 올레체조와 리본풀기 퍼포먼스를 한 뒤 일제히 출발한다. 이어 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된다. 산방연대에서는 송재정의 클래식기타, 이정순의 오카리나, 사계리 해안체육공원에서는 산방산 氣모아체조, 송악산 전망대에서 물허벅놀이와 멜후리기, 말 테우리소리, 하모체육공원에서는 뮤지컬과 힐링제주 등이 참가자들을 기다린다.

참가자들은 모슬포하모체육공원까지 일제히 걸으며 축제와 행사를 만끽하며 첫날 행사를 마친다.

↑ [월간산]3 세계지질공원의 일부인 엉알길을 걸으면서 화산 지층구조가 절벽에 그대로 드러난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둘째 날인 11월 1일은 하모체육공원에서 무릉생태학교까지 걸으며 행사를 즐긴다. 하모체육공원에서는 난타공연이 있고, 모슬봉에서는 바이올린 연주, 곶자왈 정개왓에서는 이니스프리가 함께하는 곶자왈 음악회가 열린다. 이어 무릉생태학교에서는 서귀포칠선녀 '댄싱퀸'과 민요마당, 전통혼례 등이 성대하게 치러진다.

셋째 날인 2일에는 산경도예에서 제주 쁘로빠체 소년소녀 합창단이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모아맘 어쿠스틱 밴드가 노래를 선사한다. 수월봉 팔각정에서는 판소리, 김정춘의 거문고, 시조창 등이 울려퍼진다. 생이기정바당길에서는 플라멩코, 용수포구에서는 사우스카니발, 뮤지컬 아리아 등의 공연을 연다.

마지막 날인 3일에는 용수포구에서 출발해서 녹색체험마을까지 걷는다. 용수포구에서는 동복분교 꾸러기 악단의 공연이 있고, 쪼른숲길~고망숲길에서는 씽씽밴드가 공연을 선사한다. 이어 지지오름 전망대에서 오름에서 만난 가을소리와 소리울 오카리나 중주를 들려준다. 마지막 녹색체험마을에서는 뮤지컬 아리아, 퍼니밴드, 들국화의 화려한 공연으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그 외 누에실뽑기, 무릉 할망장터, 족욕, 산경도예 벼룩시장 등의 체험마을과 마을의 다양한 전통음식을 맛보고 즐길 수 있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제주올레 홈페이지( www.jejuolle.org)에서 직접 신청하거나 전화(064-762-2190)로 문의하면 된다. 축제 당일 현장에서도 참가신청이 가능하다. 참가비는 1인 1만 원, 20인 이상 단체일 경우 1인 8,000원.

↑ [월간산]4 지난해 제주올레걷기 축제에서 열린 해녀놀이에서 해녀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5 지난해 제주올레걷기축제에 참가한 외국인이 올레길을 열심히 걷고 있다.

제철 농수산물 직접 배달하는 '무릉외갓집'

1월 설대목 마라도 수산물 세트, 2월 봉황 감귤·감자·쪽파, 3월 천혜향 감귤·풋마늘·당근, 4월 한라봉·무말랭이·파프리카, 5월 친환경 채소류·브로컬리·적채·양파, 6월 암반수 통마늘·미니호박·건고사리, 7월 나츠미깡·미숫가루·보리쌀, 8월 제주땅콩·건미역·말린톳, 9월 추석맞이 수산물 세트, 10월 작두콩·참깨·콩류, 11월 타이백감귤·더덕·고구마, 12월 청희·콜라비·쪽파….

매달 다양한 지역특산물 7~8㎏을 담아 소비자에게 직송한다. 가격은 한 달에 3만 원 남짓. 연간 39만8,000원이다. 제주올레가 낳은 또 하나의 상품이다. 제주 지역경제와 주민 소득향상에 큰 기여를 하는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주올레의 1사1올레(벤타코리아와 무릉2리) 협약을 통해 제주 농수산물 회원제 배송 프로그램 '무릉외갓집'이 탄생했다. 조합형식으로 만들었다. 2009년 12월 회원 40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500명에 이를 정도로 회원도 늘었다.

월별 상품은 제주의 특산품인 감귤과 천혜향·한라봉뿐만 아니라 옥돔·고등어 수산물 세트·재래식 된장 등 제주지역의 신선한 농수산물을 두루 담고 있다. 회원들에게는 매달 다섯 가지 이상의 농수산물에 연간 60여 종의 신선한 제품을 직접 집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배달되는 농수산물은 전부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것들이며, 소비자들은 제철 음식을 즉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월간산]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murungdowon.net)를 통해 제품을 살펴볼 수 있으며, 회원가입 후 카드결재나 현금입금하면 자동 배송된다. 문의는 무릉외갓집 홍창욱 실장(010-6747-7966).

[탐방가이드]

숙박(지역번호 064)

제주올레길 12코스를 걷다가 만나는 도원횟집(011-639-4119)과 동환식당(772-2955), 육거리식당(772-5560) 등에서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숙소는 무릉생태학교(010-5301-2085)와 고인옥할망집(010-7382-8890), 용성민박(773-0459) 등에서 묵을 수 있다. 무릉생태학교는 1인 1박에 1만 원인 반면 아침식사를 제공하지 않으며, 본인이 요리를 직접 할 수 있는 시설이 구비돼 있다. 고인옥할망집은 1인 1박에 1만5,000원이다.

교통(지역번호 064)

제주에는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며칠 지낼 계획이면 아예 차를 렌트해서 이용하는 편이 낫다. 제주공항 주변에 렌터카 업체들이 많다. 올레렌트카(743-7300), KT금호렌트카(751-8000), 해피렌트카(지역번호 없이 1644-7935) 등이 있으며, 인터넷에서 가격비교도 할 수 있다.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모슬포행 버스를 타고 모슬포 하모리터미널에서 하차해서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 모슬포 호출택시(794-5200), 한경 콜택시(772-1818). 12코스 종점에서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는데 요금이 8,000원 정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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