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보고 뽑은 대안교사들, 미국 빈민가 교육 바꿨다

이한길 입력 2012. 11. 26. 00:58 수정 2012. 11. 26. 10: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외 교육기부 현장을 가다 ① 미국 '티치 포 아메리카'

개인·기업·단체가 보유한 지식과 경험을 필요한 이들에게 전해 주는 교육기부가 사회의 영양분이 되고 있다. '교육은 곧 나눔'이라는 뜻에 공감하는 이들이 펼치는 봉사에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실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기부 확산운동을 펼쳐 온 중앙일보가 미국·프랑스·일본·부르키나파소(아프리카)를 찾아 다양한 현장을 취재했다.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의 오션힐 컬리지어트 차터스쿨에서 에밀리 비소(28) 교사가 역사수업을 하고 있다. 그는 "2006년부터 2년간 TFA 교사로 일하면서 교육 불평등의 현장을 보고, 변호사의 꿈을 접고 교단에 남았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브라운스빌은 흑인 빈민가다. 가구당 연평균 소득이 1만5000 달러(약 1600만원)에 불과하다. 주민 중 고교 졸업자는 30%, 대졸자는 8.4%로 학력이 낮다. 반면 살인율은 지난해 뉴욕시에서 가장 높았다. 빈곤과 저학력·범죄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2010년 개교한 오션힐 컬리지어트 차터스쿨(자율형 공립학교)이 뉴욕시의 교육혁명을 이끌고 있다. 올해 주정부가 실시한 수학·영어 시험에서 뉴욕시 전체 546개 공립 중학교 중 4위를 했다. 학부모 만족도·성적 등을 고려한 학교평가에선 A등급(상위 25%)을 받았다.

 이 학교 학생들의 실력이 뛴 비결이 뭘까. 취재해보니 교사 중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TFA) 출신이 많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교사 22명 중 14명이 TFA 출신이었다. TFA는 대졸자들을 선발해 교육여건이 열악한 공립학교에 2년간 교사로 파견하는 비영리단체다. 지난달 16일 학교에서 만난 한나 솔로몬(42·여) 교장은 "교사 채용 때 TFA 출신을 우선 뽑았다"면서 "TFA 교사들이 아이들을 위해선 주말도 포기할 만큼 열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섀넌 퍼거슨(26) 교사는 성적 부진 학생들에게 영어 수업을 하고 있었다. 5학년들과 동화책을 읽으며 발음·철자쓰기 연습을 반복해 시켰다. 그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TFA에 지원했다. 매주 30시간 수업을 하고 방과후엔 농구팀 감독도 맡고 있다. 퍼거슨은 "꿈이 없던 아이들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 즐겁다"고 말했다.

 역사 교실에선 에밀리 비소(28·여) 교사의 세계사 수업이 열렸다. 비소는 60분 수업 내내 학생들에게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다. 졸거나 딴짓을 하는 학생이 없었다. 워싱턴앤리대를 나온 비소는 변호사가 꿈이었다. 그러나 2006년부터 2년간 TFA 교사로 일한 뒤 교단에 남았다. 비소는 "부유한 백인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사립학교를 다녔다"며 "가난 때문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 현실을 보고 진로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미국의 교육격차는 크다. 만 9세 저소득층 학생은 중산층 이상 학생에 비해 학습능력이 3년 정도 뒤진다. TFA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 출발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교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원을 나오지 않아도 학사 학위만 있으면 '비정규직 교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TFA도 정부가 인정한 대안교사 양성프로그램 중 하나다. 첫해 500명을 시작으로 올해는 46개 지역에 5800명의 교사를 파견했다.

 TFA는 지원자들을 선발해 5주간 교육시킨 뒤 학교에 투입한다. 4년제 사범대에 비하면 교육기간이 짧다. 그럼에도 테네시주 등에선 사범대 출신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조사가 나왔다. 대니얼 몬토야 TFA 뉴욕지부 이사는 "교육기간 내내 교사들에게 '교육격차는 노력을 통해 해결 가능한(solvable) 문제'라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고 말했다.

 지난 22년간 TFA를 거쳐간 이들은 2만8000명. 그중 63%가 교육분야에서 계속 활동한다. 미국의 공교육 혁신을 이끌었던 미셸 리(43) 전 워싱턴DC 교육감도 그중 하나다.

뉴욕=이한길 기자 < onewayjoongang.co.kr >

이한길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전과 47범 "교도소보다 더 무서운건…" 충격 진술

안철수 "난 영혼 팔지 않았다"…5시간 전엔 왜

'박근혜 출산' 화가, 이번엔 女성기 뚫고 박정희가…

박근혜 "1년 전과 같은 옷" 지적에 "브로치가…"

가출 10대와 2년간 성관계한 경찰, "몸 보고 싶다"며…

"남에서 온 새가…" 들은 北안내원 반응에 깜짝

보기만해도 아찔한 크레인이?…'흉측한 호텔'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