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가을 이야기

장태동 여행작가 2012. 11. 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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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장태동의 여행일기/ 고양시 원당 종마목장·서삼릉과 허브랜드

[[머니위크]장태동의 여행일기/ 고양시 원당 종마목장·서삼릉과 허브랜드]

가을이 깊어지면서 사람들은 수런대기 시작한다. 다가오는 겨울 준비에 부산한 몸과 마음을 추슬러 여행길에 오른다. 어떤 이야기라도 마음 터놓고 얘기해야 할 것 같은 종마목장의 푸른 초원 위 가을 풍경을 거닐거나 진중하고 중후한 가을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옛 왕실의 능역 서삼릉 숲길을 거닐며 가을을 보낸다.

삼송역에서 탄 마을버스는 종마목장으로 가는 길 입구 삼거리에서 멈추었다. 종마목장으로 가는 길 옆으로 늘어선 거대한 가로수는 하늘 저 꼭대기부터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잎이 없는 쪽으로 비쳐 드는 햇살과 간혹 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어른거리는 햇볕조각이 상쾌하다.

그 길에서는 빨리 걷지 않아도 된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고, 가로수 넘어 풍경에도 눈길을 주며 걷지 않는 것처럼 걷는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올라 고갯길 위에 서서 바라보는 한 줄로 늘어선 가로수들과 낙엽이 빚어낸 풍경에 마음이 푸근해 진다. 그 길 끝에 종마목장이 있다.

◆낙엽 밟으며 익숙한 사랑을 생각하다

종마목장 진입로를 따라 걷는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진 길 옆으로 하얀 목책이 나란히 이어진다. 그 안쪽으로 말들이 달리는 길과 풀을 뜯고 뛰어노는 넓은 풀밭이 있다. 푸른빛과 갈색이 어우러진 풀밭 가운데 띄엄띄엄 서있는 소나무들이 목가적인 풍경을 만든다. 목동의 시를 읊고 그들의 노래를 부르며 걷고 싶은 곳이다.

길 따라 걷는 눈에 하얀 목책이 갈지자로 언덕 위까지 이어진 풍경이 들어온다. 목책을 따라 걷는 길 끝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풍경 속에는 길과 하얀색 목책이 앞으로 길게 이어져 있으며 그 끝에 소나무 한 그루가 비틀어진 몸으로 서 있다.

하늘은 파랬으며 그 하늘 아래 그 길 위에서 연인이 걷는다. 그들의 뒷모습에서 오래된 연인의 향기가 배어난다.

배려하고 양보하는 사랑, 그리고 눈빛으로 이야기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는 말과 말 사이의 여백에 가득한 사랑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을 생각해 본다.

먼발치에서 보았던 소나무까지 걸었다. 양산을 쓴 아가씨들이 목책에 몸을 기대고 사진을 찍는다. 재잘대고 깔깔거리며 웃는 그녀들의 볼에 홍옥 같은 가을 '사과빛'이 묻어난다.

가을도 이제 끝물이다. 늦게 피기 시작한 단풍은 아직도 화려함을 간직하고 있지만 잎새 떨어진 나무들 앙상한 가지가 쓸쓸해 보인다.

돌아 나오는 길 뒤 풍경이 궁금해 다시 한 번 고개 돌려 바라본다. 멀리 마지막 '단풍숲'이 빛난다. 단풍잎들이 가을 끝자락을 움켜쥐고 화려했던 지난 여름을 이야기하는 듯 웅성거린다.

의령원과 효창원

◆아주 오래된 가을

원당 종마목장 바로 옆에는 조선시대 왕실의 능역인 서삼릉이 있다. 푸른 초원과 파란 하늘, 그리고 울긋불긋한 단풍이 수놓은 가슴 시원한 가을 풍경을 간직한 종마목장과는 달리 서삼릉의 가을은 차분하며 깊다.

서삼릉은 조선 왕실의 능역이다. 중종의 제1계비인 장경왕후의 능인 '희릉'과 중종과 장경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인종과 그의 비 인성왕후의 능인 '효릉'(효릉은 현재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조선 제25대 왕 철종과 철인왕후의 능인 '예릉' 등이 있어 이곳을 서삼릉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실 이 능역에는 중종의 능도 있었다. 그러니까 서삼릉에는 중종과 그의 부인 장경왕후, 그리고 아들인 인종의 능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중종이 살아 있을 때 세상을 일찍 떠난 장경왕후의 능을 다른 곳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그리고 훗날 1년 사이로 중종과 인종이 차례로 승하했고 나란히 지금의 서삼릉 능역에 묻힌 것이다.

이 중 중종의 능이 다른 곳으로 천장 됐는데 세간에서는 중종의 또 다른 계비인 문정왕후가 질투를 부려 남편인 중종의 능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근거가 빈약하다.

서삼릉에는 이밖에 왕실의 묘가 여러 기 있는데 그 중 마음 가는 묘 두 기가 있다. 하나는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큰아들인 문효세자가 묻힌 '효창원'이며 다른 하나는 사도세자(정조의 아버지)의 아들인 의소세손이 묻힌 '의령원'이다.

의소세손은 세 살 때 세상을 떠났으며 문효세자 또한 다섯 살 때 생을 마감했다. 삼촌과 조카 사이였던 둘의 운명이 어찌 이리 같은 것일까. 사도세자의 큰 아들이었던 의소세손이 세상을 떠나고 훗날 사도세자의 또 다른 아들인 정조가 왕에 오르게 된다.

예릉은 철종과 그의 비 철인왕후의 능이다. 헌종이 승하한 뒤 후손이 없자 강화도에서 농사짓고 살던 철종을 데려와 왕의 자리에 앉혔다. 철종 뒤에는 대왕대비 김씨가 수렴청정 했으며 대왕대비의 근친인 안동 김씨 가문에서 왕비를 골라 앉혔다. 안동 김씨 세력이 조선을 주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왕의 자리에 있었지만 왕으로 살지 못했던 철종. 자연 속에서 농사지으며 살던 그에게 궁궐이란, 정치란, 권력이란 사람을 병들게 하는 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궁궐에서 세상을 떠난 철종을 임금보다는 '강화도령'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고 싶다. 그의 혼이라도 강화도 찬우물 곁 낭창거리는 버드나무 가지 아래에서 자유롭게 거닐게 말이다.

서삼릉 입구로 들어가면 예릉과 희릉 이정표가 나온다. 희릉부터 들러본다. 홍살문 위로 파란 가을 하늘이 휘발성으로 상쾌하다. 초록의 풀밭은 발걸음을 푸근하게 만들고 하늘과 땅 사이에 수직으로 늘어선 키 큰 나무들이 마지막 가을색을 입고 있다.

진중한 가을의 멋이 완성 되는 곳은 능역이다. 하늘을 가린 숲 아래 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예릉을 지나면 효창원과 의령원의 영역이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애달픈 역사 때문인가 애기 단풍이 붉게 물들어 피어났다.

허브랜드

◆허브차 한 잔으로 여행을 마무리하다

느린 발걸음으로 돌아본 종마목장과 서삼릉 산책길에서 시간은 제 멋대로 흐르게 두어야 한다. 올해의 마지막 가을을 만끽하고 돌아 나오는 길. 커다란 나무가 가로수로 서 있는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 길을 걸어서 도착한 마을버스 정류장 옆에 허브랜드가 있다. 20분마다 한 대 꼴로 운행하는 버스 시간을 기다리기에 허브랜드는 적당했다.

율마, 로즈마리 등 인기 있는 허브 식물이 비닐하우스 안에 가득하니 그 향기는 오죽하랴. 허브식물과 함께 선인장이며 보기 드문 화초들이 빼곡하다. 허브식물은 물론 허브용품도 살 수 있다.

은은한 카모마일 차 한 잔 도 괜찮겠고, 쟈스민 차의 향기도 이 가을에 어울릴 것 같았다. 허브차 한 잔 마시며 하루의 여행을 이야기한다.

종마목장 은행나무에 매달렸던 몇 안 남은 은행잎이 생각난다. 중후한 가을의 멋을 느낄 수 있었던 서삼릉에 묻힌 왕실의 이야기는 가을이라서 더 깊게 남는다. 그 중 의령원과 효창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어린 단풍잎이 마음에 남는다.

단풍잎 같은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어린 아이를 안고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아이처럼 웃고 있는 정조의 얼굴을, 사도세자의 얼굴을 그려본다.

[여행정보]

< 길안내 >

지하철 3호선 삼송역 5번 출구 앞에서 041번 마을버스를 타고 서삼릉·종마목장 입구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종마목장과 서삼릉 정문이 나온다.

< 숙박 >

종마목장 및 서삼릉 주변에는 숙박시설 없음.

< 음식 >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5~6분 거리에 있는 일산 젊음의 거리 '라페스타'에 가면 '로젠브로이'가 있다. 하우스맥주와 세계의 여러 맥주 등을 맛 볼 수 있다. 모듬소시지 및 피자 등 안주와 먹을 게 많다. 홀이 넓고 환해 아이들과 함께 온 손님들도 많다. 라이브공연도 한다. 오후 4시30분부터 문을 연다. 문의 : 031-920-9900

< 요금 및 이용안내 >

*원당종마목장(02-509-1682)

입장료가 없다. 주차공간이 없어서 정문 앞에 차를 세우기도 하는 데 공간이 좁아 불편하다.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명절은 휴무. 수~일요일 입장 가능. 3월~10월은 오전 9시~오후 5시, 11월~2월은 오전 9시~오후 4시 개방.

*서삼릉(031-962-6009)

입장료는 20~65살 1000원. 그 외에는 무료. 주차공간이 없어서 정문 앞에 차를 세우는 데 공간이 좁아 불편하다. 매주 월요일 휴무. 3~10월은 오전 9시~오후6시30분 개방(매표는 오전 9시~오후 5시30분). 11~2월은 오전 9시~오후 5시30분 개방(매표는 오전 9시~오후 4시30분)

*허브랜드(031-966-0365)

허브식물 및 선인장 등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다. 허브용품도 살 수 있고 허브차도 맛 볼 수 있다. 041번 마을버스 종점인 서삼릉·종마목장 입구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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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장태동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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