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낭만, 합천의 가을을 걷다

2012. 11. 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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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합천호의 물안개는 일교차 때문에 더욱 짙고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 합천호에 잠긴 매화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수중매'로도 불리는 황매산에는 가을 억새가 흐드러진다. 단풍이 들면 그것이 비치는 물도 빨갛게 보인다는 홍류동 계곡의 맑은 물은 푸른 가을 하늘을 그대로 담아낸다. 합천은 지금 가을이 무르익어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합천의 가을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1박 2일 간의 낭만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제1코스 - '해인사 소리길'에서 마음의 소리를 듣다

서울에서 합천까지는 버스로 약 세 시간. 이틀 일정의 단기 여행으로도 무리 없을 만한 거리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해인사 주변. 보통 여행의 첫 코스는 그 고장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표 명소로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인사 역시 쉽게 첫 코스로 선택되는, 합천 최고의 명소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명승지보다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명소에서 출발해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방법이다. '해인사 소리길'은 그런 특별한 여행의 시작점으로 삼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다. 지난해 성공리에 개최된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계기로, 가야산 홍류동 계곡길을 새롭게 단장해 태어난 길이다. 오픈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아 아직 사람의 발길이 적어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를 음미하기에 좋다. '소리길'이라는 명칭은 이 길이 다양한 자연의 소리로 채워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작 지점에서 30분 정도 걸으면 해인사 길상암에 도착한다. 계곡이 넓어 눈앞이 확 트이며 '하늘을 향해 불꽃이 일듯' 줄지어 선 묘길상봉의 바위들이 독특한 장관을 이룬다. 그 특유의 풍경도 유명하지만 이곳은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인된 적멸보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소리길'이 마음의 소리를 담았다는 것은 "바깥 경계에 마음의 흔들림이 없고 번뇌가 없다"는 뜻의 적멸보궁이 있기에 그 의미가 더 깊다. 그 뜻을 되새기면서 경건한 자연의 소리를 담다 보면 어느 순간 몸과 영혼이 정화되는 것이 느껴진다.

제2코스 -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옛 서울을 추억하다

테마 여행의 두 번째 코스는 역시 합천의 명소인 영상테마파크. 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 > 의 유명한 평양 시가지 전투 장면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래 최근 방영된 드라마 < 각시탈 > < 빛과 그림자 > 등 수많은 시대물이 제작된 국내 최대의 촬영지다. < 각시탈 > 의 일제강점기부터 < 빛과 그림자 > 의 1980년대까지 다채롭게 옮겨놓은 옛 거리를 거닐며 시공을 초월한 듯한 색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골목골목 꼼꼼하게 재현된 옛 건물을 배경 삼아 사진 찍기도 좋고, 지금은 사라진 국도극장, 여전히 남아 있는 구 서울역사 등 현재와는 달라진 서울의 신구 풍경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석구석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거닐다가 옛날 영화나 광고 포스터, 표어 같은 추억의 소품을 발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드라마 팬이라면 각 작품 속에서 배우들이 활보했던 장면을 하나하나 되새겨보는 재미도 상당할 것이다. 실제로 국도극장 위에 걸려 있는 < 빛과 그림자 > 속 남상미 주연의 영화 간판이나 < 각시탈 > 속 조선총독부 건물을 알아본 이들이 드라마 속 장면에 대해 활발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제3코스 - 생태마을 체험과 합천의 가을밤

영상테마파크를 나와 이동한 곳은 인근의 대기 산촌생태마을이었다. 산촌휴양관, 솔밭휴양지, 표고버섯과 블루베리 재배단지 등 여러 시설을 갖추고 자연의 생태를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고구마 캐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가까운 밭에서 풍성하게 자란 고구마를 호미로 캐는 간단한 일인데도 직접 해보면 신기하고 재밌다. 가족 단위로 온 여행객들이 자녀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캔 고구마를 보물찾기에서 발견한 보물이라도 되듯 기뻐하며 부모들은 연신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고구마를 캐고 나면 생태마을 이장님이 직접 고구마를 구워준다. 폐교된 초등학교에 마련된 마을 본부에서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군고구마를 나눠 먹는 동안 어느덧 긴 하루해도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제4코스 - 가을 낭만의 절정을 보여주는 황매산 억새길

봄에는 철쭉, 가을이면 억새가 흐드러지는 황매산은 해인사와 함께 합천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이자, CNN에서 선정한 '한국 50경'에 들어갈 정도로 아름다운 산. 황매산 트레킹이 무엇보다 멋진 점은 능선이 부드러워 걷는 내내 온 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맑은 가을 날씨에는 시야가 수십 킬로미터까지 확보되어 멀리 지리산이 뚜렷이 보인다. 서서히 만개하는 억새도 아름답지만, 아직 초록빛이 남아 있는 산과 푸른 하늘이 조화를 이룬 풍경도 더없이 매혹적이다. 1박 2일의 단출한 일정으로도 가을 낭만의 절정을 맛볼 수 있었던 합천 여행. 앞으로 해마다 가을이면 해인사의 경건한 기운이 느껴지고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 많은 이곳이 그리워지지 않을까.

여행 tip

◇ 추천 맛집_

합천군 삼가면은 한우로 유명한 합천에서도 특히 잘 알려진 동네로, 맛있기로 소문난 한우 구이집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고바우식당(055-932-7311)에서 한우를 구워 먹고 난 돌판에 부어 끓여주는 이곳 특유의 된장찌개 맛도 일품이다. 부드러운 황태찜과 속 시원한 황태전골로 유명한 황태촌(055-931-0676)은 합천댐 전망대에서 대병 방면으로 가다 보면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 추천 숙박지_

천호관광농원(055-932-0036)은 2인 1실부터 캠프파이어가 가능한 대형 수련장까지 규모가 큰 숙박 시설, 전국 최고라는 메기매운탕 등 맛있기로 소문난 식당, 찻집, 황토찜질방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황강펜션(010-9490-7887)은 이름처럼 황강의 전망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합천댐, 영상테마파크, 황매산 등 합천 명소들의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다.

기획:장은성 기자 | 취재:김선영(프리랜서) | 사진:이현구(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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