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반격나선 삼성, '애플' 목 죈다

김민기 2012. 11. 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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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민기 기자 = 특허소송으로 애플에게 불리한 판정을 받은 삼성이 자신의 장기인 '반도체'로 반격에 나섰다. 글로벌 휴대폰 판매량 1위에 올라 더 이상 최대 고객인 애플 없이도 자생이 가능한 상황에서 더 이상 애플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최고위층은 부품 거래에서 애플을 압박하라는 지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5 출시에 앞서 메모리 반도체 협상에서 최소한의 마진조차 남길 수 없는 공급가로 보고 아이폰5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에 계약조차 맺지 않았다. 출시 이후 가격이 조율된 후에야 뒤늦게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납품 가격마저 인상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심지어 애플과의 부품 협상을 담당했던 홍완훈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을 GMO(글로벌마케팅실)로 갑작스레 인사 발령 하면서 애플과의 거래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삼성의 '애플 선긋기'는 표면적으로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소송의 영향으로 볼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그동안 애플의 지나친 '단가 후리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전동수 메모리 사업부장(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비즈니스는 감성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세트와 부품의 분리가 명확히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삼성과 애플의 부품 계약 갈등은 '애플에게 납품하면 적자'라는 괴담이 돌 정도로 도가 넘은 애플의 단가 낮추기에 삼성전자가 칼을 든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애플의 주문량에 맞춰 공급량을 늘렸다가 다시 재계약을 할 때 애플이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협박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단가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이 최근 갤럭시 시리즈를 성공시키면서 자사에 부품 공급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자 납품가 하락 압박을 하던 애플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나선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의 결과를 봐도 알수 있듯이 최근 아이폰5를 분해한 결과 메모리칩 원가가 20.85달러로 아이폰4S의 28.30달러에 비해 26.3%(7.45달러)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애플에게 100% 전량 AP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의 3분기 시스템반도체 영업이익률은 10% 중반대다. 이는 30%대에 이르는 TSMC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애플의 영향이 크다.

이에 삼성은 내부적으로 포괄적인 부품 수요에 대비한 생산능력 확충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한 단기 수익을 최우선으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등 특정 고객의 주문에 구애받지 않고도 수익을 이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성과와 실적을 최고로 여기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글로벌 1위인 갤럭시 시리즈의 스마트폰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애플과의 거래에서 끌려다닐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이외에는 대안이 없은 AP와 최고의 성능을 지닌 메모리를 무기 삼아 특허 공세로 삼성을 압박하는 애플에게 '반도체'로 목을 죄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이날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 반도체 공장 완공 연기설을 부인하면서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담당 사장 역시 HTC와 같이 애플과 특허 로열티 협상을 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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